본문 바로가기
雜說

'행정효율성'과 '졸속행정'은 동전의 양면

by betulo 2009. 1. 7.
728x90

어제 금융저널리즘을 전공하는 박사 한 분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분이 최근 대외경제정책에 대한 언론보도의 프레임을 국제비교하는 연구프로젝트를 했는데요. 한국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바로 <졸속행정>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한국언론은 정부정책을 비판할 때 <졸속행정> 혹은 <뒷북행정>으로 몰아간다는 지적입니다.

졸속행정이란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요. 뒷북행정은 해야할 시기를 놓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을 담고 있지요. 여기서 언론보도에서 모순점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때는 너무 빨리 한다고 비판하고 어떤 때는 너무 늦게 한다고 비판한다는 겁니다.

졸속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게 <연말 보도블록 교체>다. 연말에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걸 <공무원 나쁜넘>으로만 보는 걸 넘어 구조적 문제를 보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보도블록 비판하면서 사업집행률 떨어지면 예산환수하라고 주장하는것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졸속행정은 행정효율성과 동전의 양면"이라는 지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졸속행정의 반대말은 신중한 행정이고 신중한 행정은 당연히 어느 정도 비효율성을 감수해야 합니다. 빨리 서둘러서 하면 효율성은 높아지겠지요."

우리는 정부정책에 대해 한편으론 너무 서두른다며 졸속이라 하고 다른 한편으론 너무 늦게 한다며 뒷북이라고 합니다. 정책은 어떻게든 욕을 먹게 돼 있지요. 중요한 건 이겁니다. 그렇게 정부정책을 난도질해서 이익을 보는게 누구인가?

졸속과 뒷북 사이에서 언론은 자주 길을 잃어버립니다. 저역시 마찬가지겠구요. 정책뉴스부에서 일하는 기자로서 <졸속과 뒷북 사이>는 제가 잊지 말아야 할 화두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분도 지적했듯이 "언제나 중요한 건 제대로 된 비판, 핵심을 정확히 찌르는 비판,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비판"일 테니까요.

그 박사 얘기를 글로 정리하다 언론이 자주 길을 잃어버리는 또다른 화두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선명해야 한다는 강박과 옹호해야 한다는 강박입니다. 한국인들 중 1~2%를 제외한 "일부 반대편"은 이xx가 너무 싫은 나머지 이xx가 하는 거라면 덮어놓고 비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이xx와 자신들의 운명을 동일시하는 일부 언론은 이xx가 하는 정책을 옹호하는 것에서 자신들의 이익과 존재의의를 찾는 것 같습니다.

이 둘다 극복해야 할 편향이 아닐까요? 후자는 더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만 전자는 "덮어놓고 비판"하지 말고 치열하게 고민해서 비판하자는 말 되겠습니다.

그러면서 외국 분석결과도 잠깐 소개해줬는데요. 그분 얘기인즉슨 한국만큼 정책결정자를 '난도질'하는 나라가 없다는겁니다. 대외경제정책에 대해 정부관계자를 많이 인용하는게 전혀 이상할 것도 없구요. 한국은 정부관계자 인용이 신뢰도가 낮아진다는 인식 때문에 시민단체를 인용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지요. 정책결정자에게 수퍼맨을 요구하는건 사실 후진국의 특징이기도 하구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