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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탄핵 총력"시민사회에 "역량 재조정"문제제기 (2004.3.26)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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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총력"시민사회에 "역량 재조정"문제제기
평화단체,"다른 이슈 대응력 떨어진다"지적
"탄핵은 역사적 사안" 반론도 만만치 않아
2004/3/26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재작년 월드컵 열기 속에 여중생들의 죽음이 묻혀 버렸다. 지금도 비슷한 양상이다.”


핵폭탄 터지는 곳에 미사일은 보이지도 않는다? 시민사회가 탄핵반대운동에만 집중해 반전평화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제기가 터져 나온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탄핵정국이 중대한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역량 재조정 등을 통해 반전평화운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반면 탄핵정국은 수구세력을 몰아낼 수 있는 중요한 국면이며 탄핵무효운동이 반전평화운동에도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탄핵에만 집중하다가 파병과 북핵 문제가 폭발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정 대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탄핵정국은 확실한 우세를 점했다”며 “시민사회의 역량의 70-80%가 몰려 있는 탄핵정국에서 20-30% 정도는 반전평화 문제에 대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역량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남북관계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당장 다음달부터 꽃게잡이철이 시작된다. NLL문제는 남북관계의 뇌관이다.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인데도 시민사회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광화문을 가득 매운 촛불의 물결.  주최 측은 이날 17만명 이상이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사진= 이정민기자 jmlee@ngotimes.net       


■“역량 재조정 반전평화 대응력 높여야”


권상훈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활동가는 “탄핵 가결이 심각한 사안이지만 파병도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미군과 미군 동조세력을 목표로 삼는다. 한국이 스페인 대신 이라크로 가면 그들 눈에 어떻게 비치겠느냐. 스페인 같은 사태가 한국에서 벌어지면 누가 책임질거냐.” “총선이 정책대결로 가야 한다”는 권 간사는 “지금 상황을 바람직한 국면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지금은 좀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미군기지이전반대운동을 주도적으로 벌이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활동가들의 지적은 좀 더 신랄하다. 평통사는 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에 가입하지 않았다. 대의에 동의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내부논의를 통해 평통사 자신의 내용을 갖고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경아 평통사 평화군축팀 부장은 “탄핵무효 국민행동의 취지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역량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 보다는 다른 단체에서 놓치는 것을 꾸준히 제기하는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왜 평통사는 탄핵무효 국민행동에 결합하지 않느냐”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는 이 부장은 “모두가 하는 일에 휩쓸리기 보다는 우리 갈 길을 가는 게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연대체든 일단 가입하면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하고 결정사항에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연대가 퇴보와 상처만 남겼던 경험이 더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형수 평통사 기지협정팀장은 “용산기지이전․파병문제와 탄핵은 별개”라며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된다고 개혁과 진보가 될거라 생각지 않는다. 한나라-민주당 몰락도 중요하지만 총선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며 “총선 이후 개혁과 진보를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총선을 정책대결 구도로 만들도록 쟁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정국이 반전평화에도 유리한 국면 조성할 것”


반론도 만만치 않다. 탄핵정국으로 총선에서 수구세력을 몰락시키면 반전평화운동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필 민주노동당 이라크파병반대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파병 문제가 소외되는 게 꼭 탄핵 때문만은 아니다. 그 전부터 언론에선 파병 문제를 애써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상황이 파병반대운동에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파병반대운동이 탄핵 정국으로 묻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황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탄핵정국으로 모인 사람들에게 파병반대운동의 취지를 알리고 수구세력을 심판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걸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는 우리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한국군 주둔지 변경으로 인해 파병이 5월 말에서 6월 초로 미뤄지게 됨으로써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시간을 벌게 됐다”며 “총선 이후 파병철회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국장의 낙관적인 전망은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전제로 깔고 있다. 그는 “총선 이후 국회를 활용해 감사청구, 현지조사 요구 등 다양한 파병반대운동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군기지이전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민노당이 원내 진출하면 국방부가 8차 미래한미동맹회의에 가서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다. 자신감이 생긴다.”


정대연 전국민중연대 정책위원장도 이 국장의 생각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는 탄핵 정국으로 다른 사안이 묻히는 것을 아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탄핵 정국은 너무나 중요한 역사적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은 “탄핵정국은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수구세력을 몰아낼 수 있는 근본적인 투쟁국면이며 수구세력 몰락과 민주노동당 원내진출을 통해 파병반대운동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탄핵정국의 열매를 열린우리당이 독점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수구세력을 청산하면 이후 민중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새로운 국면이 열린다”며 “우리당이 본격적인 개혁에 나서도록 우리가 나서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당이 원내 다수가 된다면 국가보안법 철폐문제와 파병문제를 비롯한 대외자주권 문제가 부각될 것”이라며 “노 정권과 우리당의 개혁의지를 평가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며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다면 그에 따른 국민들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전략에 대해 “파병철회를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도록 해 17대 국회가 파병철회를 주요의제로 삼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2004년 3월 26일 오전 1시 3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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