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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영국 정부도 부시 낙선 원한다? (2004.3.19)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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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도 부시 낙선 원한다?
[부시낙선] 영국 주간지 옵저버 보도
2004/3/19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영국의 진보 주간지 옵저버의 3월 7일자 기사는 “블레어 정부조차 부시 낙선을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앤서니 기든스가 부시낙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카말 아흐메드가 쓴 이 기사에 따르면 기든스는 "우리는 부시가 백악관에서 물러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블레어도 "부시가 아닌 누구라도 부시보단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옵저버에 실린 기사의 전문이다.

블레어에게 부시는 애물단지

 

카말 아흐메드


케리는 노동당의 이상적인 친구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케리는 부시(부시 대통령의 중간이름인 "W"를 비틀어 발음한 것으로 외국에서는 부시를 일컬을 때 별명처럼 사용하는 말)보다는 나을 것이다.

 

 

열흘 전 다우닝 10번 거리(영국 런던의 관청거리)에서 장관들과 ‘진보적 사상가’를 위한 리셉션이 열렸다. 토니 블레어에게 제3의 길을 제시한 앤소니 기든스 교수는 한말씀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기든스는 사회적 민주의를 위해 백악관을 장악한 미국식 사고의 신보수주의 요소를 패퇴시킬 공통의 언어를 발견하고 단결할 필요성에 대해 연설했다. 기든스는 “아마 우리는 우리 자신을 신진보주의로 부를 수 있을 겁니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리고 나서 그는 정치적 논란의 여지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영국 정치계의 대다수 인사들, 특히 블레어 총리의 핵심 측근들이 대미관계 전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드러냈다. “우리는 조지 부시를 백악관에서 내쫓을 필요가 있다.”

 

만찬을 주최한 피터 만델손은 잘 훈련받은 중립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부 장관들도 능숙하게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많은 노동당 이론가들에게 부시 대통령은 블레어 총리의 정치력에 재나 뿌리는 애물단지일 뿐이다. 만약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다면 그들은 안도의 함숨을 내쉴 것이다. 그러나 만약 오는 11월에 존 케리가 당선된다면? 블레어에게 좋은 소식이 될 것인가 나쁜 소식이 될 것인가?

 

블레어 총리는 조심스런 정치적 행보를 보여야만 한다. 관습법은 블레어 총리가 미국 대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속내를 내비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드러냈다. 부시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블레어가 미국이 외국 지도자에게 수여할 수 있는 최고의 명예 가운데 하나인 의회 훈장을 받으려고 한다는 게 사실일까? 영국 정가는 부시가 블레어와 어깨동무를 하고 활짝 웃는 모습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유럽연합 그리고 전세계와 건설적인 관계를 맺는 미국을 필요로 한다.” 기든스는 지난주 정세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런 목적을 위해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를 바란다.”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할 줄 알고 프랑스와 독일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 케리는 유럽연합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늙은 유럽을 도날드 럼스펠드 미 국방부장관처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영국 정가는 미-영 관계가 복원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다른 모든 정책처럼 케리도 블레어에게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 그리고 블레어는 케리 후보와 모든 면에서 죽이 맞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케리는 영국이 시행하는 뉴딜정책보다는 노동자들에게 더 유리한 진정한 뉴딜정책을 제시한다. 케리는 부시가 거절했던 교토환경의정서 서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렇지만 케리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블레아가 가장 민감한 국제쟁점에 대해 백악관과 동맹을 맺진 않을 것이다. 전임대통령과 첨예한 노선차이를 드러낸 하워드 딘처럼 이라크전쟁을 비판하진 않지만 케리도 이라크전 반대라는 그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

 

이것은 블레어에게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 정가에서는 이라크 문제보다는 미국 경제문제에 집중했던 존 에드워즈를 선호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블레어 지지파는 좀더 명확하게 에드워즈를 블레어의 새로운 클린턴으로 부르기도 했다. 블레어와 에드워즈는 정치적 동반자가 될 수도 있었다.

 

에드워즈가 이제 케리의 러닝메이트 구실을 하게 됨에 따라 영국 정가는 케리와 어떻게든 관계설정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블레어와 케리 관계의 대부분은 블레어 수상의 최측근인 고든 브라운(Gorden Brown)이 맡을 것이다. 브라운은 케리의 선거참모인 밥 쉬롬(Bob Shrum)과 친분이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쉬롬이 영국 의사당에서 브라운 재무장관의 아내인 사라 브라운과 저녁을 먹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두 가족은 브라운의 여름휴가 동안 미국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블레어는 한가지 유용한 전략을 펼칠 수 있다. 민주당은 블레어가 미국 대선에 거리를 두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케리 선거본부의 외신 관계 책임자인 스티브 모건(Steve Morgan)은 블레어가 여전히 미국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며 만약 블레어가 부시를 만나러 미국을 방문한다면 현직 대통령이 대선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부시만 아니라면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노동당에게, 심지어는 블레어에게도 좋다. 그것은 블레어 비판자들이 블레에게 쏟아붓는 비판 가운데 최소한 하나를 상쇄해 줄 것이다. 블레어는 항상 부시를 가리켜 일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블레어 측근 대다수는 이제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믿는다.


번역=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2004년 3월 19일 오전 9시 2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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