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특별교부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회 교육위원들 지역구에 특별교부금이 훨씬 더 많이 배정됐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동일한 방법을 적용한 이번 서울신문-함께하는시민행동 공동분석은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챙기기와 다음 총선 준비를 위해 국가예산에 줄을 서는 행태가 6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역별 평균보다 훨씬 높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서울시 일선 학교에 지원된 특별교부금 현안사업수요의 평균은 약 17억원이다. 하지만 유기홍 전 통합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관악구(갑)은 71억원과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구(갑) 약 85억원에서 보듯 17대 국회 4년 동안 국회 교육위원을 지낸 의원들의 지역구는 평균보다 훨씬 높은 지원액을 기록했다.
인천시의 경우도 3년간 전체 평균이 약 27억원인데 반해 17대 국회 상반기 교육위원장을 지낸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인 연수구는 3년간 무려 80억원이나 특별교부금이 몰렸다. 2006년 6월부터 2008년까지 교육위원을 지낸 김교흥 전 통합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구․강화군(갑)도 3년간 약 56억원이나 특별교부금을 지원받았다.
경기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3년간 평균은 16억원이지만 시흥시(갑), 남양주시(갑), 오산시 등은 각각 약 42억원, 약 35억원, 약 35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지역들은 백원우 민주당 의원, 최재성 민주당 의원,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였다.
교육위원 여부 따라 지원 극과 극
전체 지역구 국회의원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국회 교육위원이 아니면서 지역구 지원 상위권에 있는 경우가 눈에 띈다. 하지만 2005~2007년 전체 총액으로 살펴보면 국회 교육위원들이 최상위 1위부터 4위까지 차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특정연도에 특정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에 특별교부금을 더 많이 받을 수는 있지만 교육위원들은 꾸준히 적지 않은 지원금을 자기 지역구에 받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2007년의 경우에서 보듯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특별교부금 지원을 받으려는 필요가 커지면서 지원 총액이 증가한다.
교육위원의 힘은 교육위원이었을 때와 교육위원을 그만 뒀을 때 같은 지역구 지원액이 최고 10배까지 차이나는 것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2005년 교육위원으로 일했던 지병문(구 열린우리당) 전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남구의 경우 특별교부금 지원규모가 교육위원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약 4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병문 의원이 2006년 5월 교육위원을 그만두고 나서는 2006년 교부금 지원액이 12억원으로 줄었다.
백원우 민주당 의원도 교육위원이었던 2005년에는 경기도 시흥시(갑) 지역구에 약 34억원으로 교육위원 가운데 3위였지만 2006년 5월 교육위원을 그만두고 나서는 7억 5000만원으로 줄었고 2007년에는 0원이 됐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도 오산시는 2005년 4억 3000만원이었지만 2006년 6월 교육위원이 되고 나서는 2006년 9억 6800만원, 2007년에는 21억 5000만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2007년 4월 교육위원이 된 천정배 민주당 의원의 경우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갑) 지역구에 18억원을 교육부한테서 지원받았다. 천 의원이 교육위원이 되기 전에는 어떨까. 2005년에는 지원 내역이 전혀 없고 2006년 3억 9200만원이었다. 교육위원을 전후로 6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2006년 10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이원복 전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지역구인 인천 남동을은 2006년에는 특별교부금 지원액이 전혀 없었지만 이 전 의원이 교육위원으로 일한 2007년에는 지원액이 14억 7000만원으로 뛰었다.
특별교부금 총액이 상위 1∼4위인 교육위 출신 지역구에 이어 5∼7위인 이인제(70억원),원희룡(66억여원),김용갑(65억여원)의원 지역구 등이다.이들은 교육위원들이 아니다. 하지만 모두 당시 재선 이상의 의원들로 국회와 교과부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치인들로 지역구 특별교부금 배정에 일정 정도 영향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의원도 특별교부금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직 국회의원 B씨는 “지역구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비례대표라 하더라도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은 특별교부금을 지원받도록 해달라는 민원을 받는다.”면서 “비례대표라 하더라도 자신의 미래 지역구라 생각하는 곳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모르는 척 하고 지원받도록 도와준다.”고 밝혔다.
그는 “나 자신도 아는 사람이 부탁을 들어준 적이 몇 번 있다.”면서 “다른 상임위에 있는 동료 의원이 나보고 ‘자기 지역구에 지원받도록 해달라. 인심 한 번 써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B씨는 “가령 어느 교육청에서 낡은 책걸상을 교체한다면 대상학교만 수백 수천개가 된다.”면서 “의원이 자기 지역구에 있는 학교가 먼저 지원받도록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과 특별교부금 뒷얘기
정광모 희망제작소 연구원은 “공석과 사석을 가리지 않고 시시때때로 의원이 장관 차관에게 얘기하면 장관 차관이 메모했다가 실제로 집행이 된다.”면서 “지원이 정 안되면 장관이 의원에게 연락을 해서 양해를 구한다. 그렇게 서로 오고 가는 ‘精’이 있다.”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D보좌관은 “16대 국회 당시 교육위원 보좌관을 할 당시 특별교부금 지원시기가 되면 민원이 엄청나게 들어온다.”면서 “국회의원조차도 밉보이면 예산배정을 못 받는다는데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은 표를 먹고 사는 존재인데 지역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어떻게든 해결해줘야 하는 입장에서 특별교부금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외부충격 없인 개혁 힘들다
전문가들은 특별교부금 개혁을 위한 해법으로 하나같이 국회 통제 강화와 투명성 확보를 꼽는다. 문제는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데 있다.
정 연구원은 “특별교부금 자체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면서 “국회의원들이 특별교부금의 최대 수혜자 가운데 하나인 상황에서 법개정을 통해 개혁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특별교부금은 중앙에 기대 지방이 뭔가를 얻어내야 하는 ‘서울공화국’이라는 파워게임의 연장선에 있다.”면서 “지금 상황에선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구에 특별교부금을 적게 받아오면 적게 받은 대로, 많이 받아오면 많이 받아 오는 대로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별교부금은 서울의 힘있는 사람, 끈있는 사람이 지역에 돈을 뿌려주는 구조다. 이런 구조는 ‘서울 공화국’을 만들고 교육예산 왜곡을 불러온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행정학과 A교수는 “특별교부금이 관료, 국회, 지방토호라는 ‘철의 삼각’에 갇혀 있다.”면서 “‘외부충격’ 없이는 특별교부금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꼬집는다.
그는 “경제학으로 따지면 지금 상태가 ‘문제는 있지만 균형인 상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교육부는 말할 것도 없이 국회도 현행 제도로 혜택을 보는 집단이기 때문에 개혁할 용의가 없는 겁니다. ‘블랙박스’ 속에 감춰진 특별교부금의 실상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2008-09-05 6면에 실린 기사 내용과 일부 차이가 있습니다.
“의원 로비자금”… 감시 눈감은 국회 (0) | 2008.09.05 |
---|---|
특별교부금 빼먹기 ‘여의도의 힘’ (0) | 2008.09.05 |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특별교부금 (0) | 2008.09.03 |
특별교부금 10% 재해대책비, 95%가 엉뚱한 곳에 (0) | 2008.09.03 |
특별교부금은 왜 연말에만 바빠질까 (0) | 2008.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