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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저작권, 변호사에겐 블루오션 88만원세대엔 레드오션

by betulo 2008.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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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1만명 시대를 맞아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변호사업계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이 등장했다. 고소를 걸 만한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손쉽게 고소를 제기하면 거의 대부분 합의를 보려고 하기 때문에 법정에 갈 일도 거의 없다. 더구나 완벽하게 ‘합법’이다.가히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바로 ‘변호사=날강도’라고 믿는 중고생과 대학생 등이 한 달에 5000명씩 늘어난다는 것. 변호사들조차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차원에서 자율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출처=구글 이미지



지난해 11월 전남 담양에서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당한 한 고등학생이 고민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저작권 관련 무더기 고소 남발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취재결과 온라인 저작권 위반에 대한 고소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


온라인 저작권 고소 폭증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1만 369건,1만 2513건,1만 4838건,1만 8227건 등 완만하게 증가하던 저작권법 위반 고소건수는 2007년 들어 2만 5027건으로 늘더니 올해는 6월까지만 3만 2446건이 접수될 정도로 폭증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저작권 관련 고소건수는 6만건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특히 눈여볼 부분은 불기소가 올해 들어 2만 9902건으로 92.2%나 된다는 점이다. 이는 거의 모든 고소가 검찰에 넘어가기 전에 합의금을 내고 사실상 종결된다는 것을 뜻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소사건 중 저작권법위반 처리 현황

(단위 : 명)

        구분

연도

접수

처리

구공판

구약식

불기소

기타

2003

10,369

10,399

52

953

8,136

1,258

2004

12,513

12,450

22

1,329

9,574

1,525

2005

14,838

14,448

19

1,486

11,542

1,401

2006

18,227

18,903

23

1,473

15,640

1,767

2007

25,027

25,079

26

1,637

21,908

1,508

2008.1.

3,534

3,435

2

148

3,148

137

2008.2.

3,918

3,911

-

136

3,580

195

2008.3.

5,079

5,208

-

201

4,815

192

2008.4.

5,810

5,731

2

229

5,328

172

2008.5.

6,415

6,403

-

281

5,938

184

2008.6.

7,690

7,688

-

398

7,093

197


※ 불기소 ; 혐의없음, 기소유예,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

※ 접수 인원은 해당연도 내에 수리한 인원(신수)으로 전년도에 수리되어 이월된 인원(구수)은 불포함

※ 처리 인원은 해당연도에 처분한 총 인원

*출처: 대검찰청


피고소인은 인터넷이 일상생활의 일부인 청소년과 대학생 등에 집중되고 있다. 서울 구로경찰서의 경우 온라인 저작권 위반 고소가 한 달 평균 500∼600여건에 이른다. 거의 모든 고소를 법무법인에서 접수하고 피고소인은 청소년이 80∼90%에 달했다.


타인의 창작물을 복사, 배포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하지만 저작물을 대량으로 불법유통하는 이른바 ‘헤비업로더’는 추적이 어렵고 소송 절차가 어렵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가는 상황에서 청소년에게 고소가 집중되는 것은 ‘소도둑’은 놔둔 채 ‘바늘도둑’만 잡는 것이어서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높다.


특히 온라인 저작권 위반을 인식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음악파일을 삭제했더라도 삭제하기 이전에 올린 파일을 근거로 고소당하는 경우도 있어 불만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포털사이트에 있는 온라인 저작권 관련 카페에는 지금도 온라인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글이 하루에 많게는 수십건씩 올라온다.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 고소장 제출

 

온라인 저작권 위반 고소사건에 뛰어든 법무법인과 개인사무실은 현재 20여개에 이른다. 이들은 저작권자나 저작권단체의 위임을 받은 다음 저작권 침해에 따른 정확한 피해규모 산정보다는 통상적인 합의금을 고소 취하 댓가로 요구한다.합의금 규모는 대체로 ‘중·고생 60만원, 대학생 80만원, 일반인 100만원’이며 생활보호대상자나 결손가정인 경우 ‘할인’을 해주기도 한다.


일부 법무법인들은 불법 업로드 행위를 모니터하는 아르바이트까지 두고 대규모로 온라인 저작권 위반 행위를 추적한다. 최근 한 법무법인에서는 하루에 200여건이나 되는 고소장을 경찰서에 접수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몇몇 법무법인의 전유물처럼 인식됐지만 올해 들어와서는 벌써 20여개 법무법인과 개인변호사사무실에서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법무법인이 제출하는 고소장은 피고소인 ID만 다를 뿐 고소사실 등은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이 똑같다.”고 귀띔했다.


“위법 없다” 손놓고 있는 변협


일부 법무법인의 행태에 대해 변호사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합의금을 요구하며 형사고소를 운운하는 것은 공갈이나 협박에 해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 변호사도 “민사상 손해배상의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면서 “현재 일부 변호사들이 접근하는 방식은 합법과 불법의 사이에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변호사들은 “변호사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우려한다.”면서 “법제도개선 이전이라도 변협 차원에서 자율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협 회원이사 채근직은 “변협에서도 그 문제로 고민이 많다.”면서도 “법 이전에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생각하지만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데 변협 차원에서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한편 온라인 저작권 관련 고소를 가장 많이 접수하는 S 법무법인 등은 취재를 거부했다.


<서울신문 2008년 7월30일자 14면에 실렸습니다. 기사 초고를 근거했고 블로그에 올리면서 일부 수정을 했기 때문에 지면에 실린 기사와 똑같지는 않습니다.>


고소 남발 법무법인에 불만 가장 많아


일부 법무법인에 대한 불만이 변호사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당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합의 과정에서 법무법인 직원한테서 굴욕감과 분노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또 합의금을 더 받기 위해 한 번에 고소하거나 처벌하지 않고 여러 번에 나누어 고소한다든가(일명 ‘시간차 공격’) 오래 전에 올린 저작물에 대해 신고하는 것을 불만스러워했다. 법 제도 자체에 대한 불만은 오히려 소수에 그쳤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우지숙 등이 지난 3월 ‘한국방송학보’에 발표한 ‘저작권 침해로 신고 및 고소된 인터넷 이용자들의 의식과 행동 의도에 관한 연구’는 온라인 저작권 관련 고소 남발이 국민들에게 변호사 전체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지숙 등은 네이버에 있는 저작권 단속 관련 대책 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이용자 응답 일지를 분석했다. 대상 기간은 지난해 7월 18일부터 지난해 10월 18일이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직접 불만의 대상을 언급한 230건 가운데 108명(47%)이 법무법인을 지목했다. 주목할 점은 불만의 강도도 심할 뿐 아니라 법 자체와 사법종사자에 대한 불신과 경멸감을 갖게 되었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고소인인 컨텐츠업체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45명(20%)보다도 자기 잘못을 인정한 사람이 58명(25%)으로 더 많았다는 점이다.


‘정책불만과 저작권 컨텐츠업체/대리업체에 억울한 점과 잘못된 점’을 묻는 항목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응답자 246명 가운데 44%(107명)가 사전경고가 없거나 쪽지, 이메일 한 번 보내 경고가 미흡한 상황에서 곧바로 고소하고 짧은 기간 안에 합의를 강요하는 것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58명(23.6%)은 법무법인들이 법집행이나 저작권제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목적으로 고소를 하거나 합의금을 받는 것 같다는 불만을 표현했다. 법무법인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기분이 상했다는 응답도 16명(7%)이었다.법제도 자체에 대한 불만은 7명(3%)에 불과했다.


개선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206명 가운데 39%(81명)가 사전경고를 통해 기회를 줘야 한다고 답했다. 저작권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54명으로 26%였다.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26명(12.6%)이었으며 이는 주로 법무법인의 횡포를 제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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