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18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2일 서울신문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17대 국회 법안 처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접수된 전체 법안은 7488건이었다. 이 가운데 이날 현재 처리된 4335건(58.2%)을 제외한 나머지 계류 법안은 의원발의 2943건, 정부제출 210건 등 모두 3172건(42.3%)이었다.
상임위별로는 재정경제위원회 법안이 3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건복지위 22건, 농해수산위 20건, 정무위 18건, 산자위 17건, 환경노동위 16건, 교육위 12건 등의 순이다.
입법 단계별로는 발의만 되고 상임위에 상정되지 않은 법안이 64건, 해당 상임위에만 상정되고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 법안이 123건, 법사위에 상정된 법안이 1건이다.
발의 주체별로는 정부제출이 3건이고 나머지는 모두 의원 발의였다.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 박명호는 “민생 법안 자동 폐기는 회기 절차상 해마다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로 중요 법안의 경우, 다음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서도 “국회의원들이 시민단체 등의 외부평가에 민감해지면서 예산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시용 법안이나 유사법안 등을 쏟아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책실장 정란아는 “폐기되는 법안 상당수가 발의 이후 논의조차 되지 않거나 상임위에 상정돼 전문위원 검토보고와 소위 논의를 거친 후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한 상태”라면서 “법 재·개정에는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법안 상정을 하지 않은 이유라도 명확하게 밝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18대 국회가 민생법안이 아니라 규제완화나 경제 자유화만 신경쓰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조현석 강국진 김민희기자 betulo@seoul.co.kr
2008년 5월23일자 1면 게재
→17대 국회를 평가해 달라.
-17대 국회는 의원발의법안이 월등히 많은 것에서 드러나듯 입법·정책 활동이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다만 마무리를 제대로 못했다. 용두사미가 돼 버렸다. 법안 발의만 신경쓰고 통과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무책임에 가까울 정도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지 않았나 싶다.나도 큰 책임감을 느낀다.
→원인이 무엇이라 보나.
-국회의원 개개인의 의지와 의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시스템 문제다. 입법활동조차 의원 개개인의 역량에 의지할 뿐 정당에서 제대로 뒷받침을 못한다. 정당 차원의 정략적 목적 아래 발의된 법안 말고는 책임지는 곳이 없다. 개개인의 의지에 의지하다 보니 부실한 법안도 많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안이나 상가임대차보호법안은 여야 3당에서 모두 발의했지만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여론이 들끓으면 너나없이 법안 발의했다가 슬그머니 묻어버린 민생법안이 한두개가 아니다.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에서는 내가 속해 있었던 민주노동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게 바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얻은 중요한 교훈이다. 민주노동당은 상대적으로 시민사회와 연대해 법안을 관철하기 위한 캠페인을 많이 한 편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이 부족했다. 의석수가 부족하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우격다짐이 아니라 사회적 공론화를 위한 합리적 논리와 명분을 개발해 사회적 힘을 모으고 민생법안 통과를 압박해야 한다.
→18대 국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새로운 이슈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전 국회에서 단골로 등장했지만 사신됐던 민생법안들을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한다. 여야가 발의한 법안 통과율이 높은 이유가 뭘까.정부는 법안 통과를 위해 의원들보다 훨씬 더 집요하게 노력한다. 의원발의법안 일부는 법안으로서 품질이 낮은 경우도 있다.국회가 반성해야 한다. 국회는 입법을 통해 정부를 견제하는 곳이지 정부활동을 위탁해서 처리하는 곳이 아니다.
2008년 5월23일자 6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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