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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경찰이 변호사들 업무대행소냐"

by 자작나무숲 2008.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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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홍보포스터. 이 영화에서 차승원이 연기한 악당(?)이 경찰수사진을 엄청 농락한다고 하더라. 달리 쓸만한 이미지 없어서 좋아하는 배우 한석규 홍보하려고 붙여봤다.


일선 경찰서가 폭증하는 온라인 저작권 관련 고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심한 경우 전담팀이나 전담인력을 배치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금천서 사이버팀에서는 “업무의 80%가 온라인저작권 고소 사건 처리”라고 말할 정도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변호사들 업무대행소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7월부터 경제2팀이 온라인 저작권 관련 고소사건을 전담하기 시작했다. 관련 고소가 한달 평균 500∼600건에 이르면서 취한 조치다. 경기도 분당경찰서도 2개월 전부터 경제팀 소속 경찰관 2명이 관련 사건을 전담한다. 이곳 관계자는 “이송되는 것만 한달에 40건 정도이고 현재 접수받은 고소 가운데 밀려있는 것만 300건이 넘는다.”면서 “사건이 너무 많아서 정신을 못차릴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관련 고소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의 구로경찰서,금천경찰서,마포경찰서,서대문경찰서와 경기 분당경찰서 등이다. 이곳은 주로 관내에 온라인 파일공유사이트나 포털서버가 있거나 법무법인에 저작권 고소를 위임한 소설가,만화가 등이 거주하는 곳들이다.


관련 고소는 지난해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재작년까지는 별로 없었지만 작년에 많이 늘었다.”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금천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는 400건 가량 접수됐지만 5∼6월에는 200∼300건이 접수됐다.”면서 “지난 24일에는 하루에 접수된 것만 200여건이었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는 거의 모든 고소가 법무법인 S법무법인에서 들어왔지만 요즘은 새로운 법무법인들의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한 경찰관은 이를 ‘상향평준화’라고 표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간부는 “법무법인들은 고소장만 만들어서 경찰에 넘긴다음 경찰이 일일이 수사해서 피의자 특정하면 합의금 받고 고소취하하는 게 공식처럼 돼 버렸다.”면서 “경찰은 일복이 터지고 변호사들은 돈벼락 맞는다.”고 꼬집었다.

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도 “저작권 피해액수도 미미하고 악의성도 적은 일반 네티즌들에 대한 형사고소 남발에 업무가 쏠리다 보니 정작 악의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명 ‘헤비업로더’에 수사력을 집중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저작권에 대해 형사법적인 접근만을 하다 보니 형벌적인 부분만을 강조해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2008년 7월30일자 14면에 실렸습니다. 기사 초고를 근거했고 블로그에 올리면서 일부 수정을 했기 때문에 지면에 실린 기사와 똑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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