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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직한 전우의 조건 ‘알렉산더’라는 영화가 있다. 흥행이 썩 잘되진 않았고 다소 지루한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 초반부 가우가멜라 전투 장면만큼은 언제봐도 흥미롭다. 알렉산더대왕이 이끄는 마케도니아와 다리우스3세가 이끄는 페르시아가 기원전 331년 오늘날 이라크 아르빌 인근 가우가멜라라는 곳에서 맞붙었던 전투에서 알렉산더는 우익에 배치한 기병대를 이끌고 페르시아 쪽 좌익 기병대를 유인한 뒤 페르시아 본진과 좌익 사이에 벌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다리우스3세 바로 앞까지 쇄도했다. 예상치 못한 일격에 전열이 무너지면서 페르시아는 결정적인 패배를 당한다. 대오가 흐트러지는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은 덕분에 그토록 기세등등했던 페르시아가 무너졌다. 군대에 가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게 제식훈련이다. 조교들은 끊임없이 “오와 열을 맞추라.. 2022. 12. 15.
엉터리 번역이 망쳐놓은 추천도서③ <지정학> 요즘 지정학에 꽂혀 있다. 검색을 쭉 해서 지정학 관련 책을 어지간히 사서 하나씩 읽고 있다. , , , 가 최근 읽은 책들이다. 여러 해 전에 읽었던 이나 도 다시 들춰봤다. 그런 가운데 읽은 책 가운데 하나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이다. 파스칼 보니파스(Pascal Boniface)가 쓰고 최린이 번였했다. 2019년에 가디언이라는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책 자체는 평이하다. 뭔가 큰 지적 충격을 주는 건 그다지 없고 이미 알던 내용을 펼쳐놓은 정도다. 내용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책이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건 따로 있다. 명색이 지정학을 다룬 책인데 정작 세계지도에 오류가 한 가득이다. 아일랜드를 영국과 함께 표시해 놓거나 북극해에 있는 섬을 제대로 캐나다와 러시아 영토로 구분하지 못한 건 그.. 2022. 11. 28.
복지부동 강요하는 정부 신속한 의사결정을 피하고 항상 ‘정식 절차’를 거치도록 한다.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회의를 연다. 회의에선 ‘라떼는 말이야’로 이어지는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상관없는 주제를 끊임없이 꺼낸다. 정확한 단어 선택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덜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게 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 완벽한 일처리를 명령한다. 한 명이 결정해도 되는 일도 여러 사람이 승인을 하도록 한다. 누구나 주변의 이런 사람 하나쯤은 알고 있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이 조직을 이끄는 자리에 있다면 그 조직이 엉망진창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하지만 만약 조직을 망치는 게 그 사람의 목적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사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신인 전략사무국(OSS)이 1944년에 펴낸 ‘사보타주(파괴공작) 현장교본.. 2022. 11. 25.
軍성고충상담관 정원 2배로 늘렸지만 실제 확충은 ‘찔끔’ 국방부가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성고충상담관 정원을 대폭 늘렸지만 정작 인력 확보는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각군별 성고충상담관 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육·해·공군, 해병대, 국방부 직할부대의 성고충상담관(성고충 전문상담관) 인력은 모두 70명이었다. 정원 103명에 비하면 68%에 불과하다. 지난해 공군 간부의 하급자 성추행과 부실한 사후 대처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에 이른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는 성고충상담관 확충을 추진했다. 지난 2월 성고충상담관 기준 개정을 완료해 정원이 50명에서 103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실제 추가 충원은 최근까지 23명에 그쳤다. 육군은 성고충상담.. 2022. 10. 29.
현무 낙탄 사고, 더 위험한 건 따로 있다 북측에서 연달아 미사일을 쏘니 남측 국방부가 본때를 ‘살짝’ 보여주려고 내놓은 게 현무 미사일 발사였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다’는 것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발사 직후 터졌다. 그날 오후 11시 현무를 발사하고 나서 10초 동안은 정상 비행했지만 그 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비정상비행을 했다. 기지 안쪽으로 낙탄하기까지 3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빽도’를 한 것도 동네 창피한데 하필 파편이 민가 근처에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북측이 쏜 탄도미사일은 4500km를 날아가 태평양에 떨어졌다. 창피도 이런 창피가 없다. 그게 끝일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현무-2C’ 낙탄 사고가 발생한 건 4일 밤이었다. 당시 현무 발사를 하느라 강원도 강릉시 제18전투비행단에선 강한 불꽃과 소음, 섬광이 발생.. 2022. 10. 29.
“캐나다는 한반도 평화에 중요한 우군…지한파 육성해야” “남북 관계가 정치적으로 꽉 막혀 있을수록 공식 외교에서 자유로운 ‘트랙 2’가 중요합니다. 특히 캐나다는 한국이 지향해야 할 ‘중견국 공공외교’의 모범이죠.” 박경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가 요즘 새로운 프로젝트인 “지한파 캐나다 정치인 만들기”에 몰두하는 이유다. 박 교수는 전 세계를 통틀어 북한 학자들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사로 평가받는다. 김일성대를 포함한 북한 교수 50여명을 캐나다로 초청하는 지식교류협력 프로그램을 2011년부터 꾸준히 이어 온 게 원동력이 됐다. 최근 캐나다 정·관계 인사들과 함께 방한한 박 교수는 서울신문과 만나 “내년이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이지만 여전히 의회를 포함한 캐나다에 한국을 아는 사람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공공외교는 .. 2022. 10. 3.
'현무'로 맞불 놓으려던 국방부, 중국군 장갑차 영상으로 창피당해 최근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자 우리 군이 현무 탄도미사일을 의도적으로 ‘살짝’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하지만 국군의날 기념식에 중국군 장갑차 이미지를 사용하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국방부는 지난 1일 충남 계룡대에서 개최한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3축 체계를 설명하는 영상을 통해 “여기에는 세계 최대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도 포함된다”며 현무 미사일 발사 장면을 짧게 노출했다. 북한이 핵을 사용했을 때 응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최신 미사일의 발사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3축이란 북한 핵·미사일을 탐지하는 킬체인, 발사된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 타격 능력으로 응징·보복에 나서는 한국형 대량응징보복(KMPR)을 말한다. 탄두 중량 추정치.. 2022. 10. 3.
군 성범죄 재판 4년새 78% 늘었다 군대에서 발생한 성범죄를 다룬 재판 건수가 최근 4년간 77.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 결과 실형 선고건수는 전체 재판 가운데 10% 안팎에 불과했다.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사건이 같은 기간 6배 이상 늘었다.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승원이 군사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현역군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재판은 모두 2536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성범죄 재판 건수는 2018년 443건, 2019년 434건, 2020년 521건, 2021년 787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도 6월 말까지 351건이나 됐다. 이에 비해 실형을 선고한 건수는 2018년 43건, 2019년 50건, 2020년 59건, 2021년 95건에.. 2022. 10. 3.
병장월급 1만원받던 시절, 싸구려 식당에 고급서비스는 없다 “너희들, IMF라고 들어봤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대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얘기를 계속했다. IMF가 “I’m Fired” 줄임말이라는 농담도 소개해줬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대규모 훈련을 마치고 이제 막 복귀한 직후였다. 생소한 영어 단어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장기간에 걸친 짭밥 섭취 부작용으로 구구단이 잘 외워지질 않아 고민이던 나 역시 심드렁하긴 마찬기지였다. 귀가 번쩍 트인 건 “고통분담” 얘기를 들었을 때였다. 대대장 말로는, 하여간 잘 이해는 안되지만 이 나라가 망하느냐 마느냐 하는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고통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했다. 나라를 지키는 국군장병도 고통분담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는 “자발적” 고통분담을 통보받았다. 전장병 월급과 생명수당.. 2022.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