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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로스쿨이 시민에 도움될지 의문"

by betulo 2008.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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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변호사 1호인 염형국 변호사. 한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했습니다.

공감은 태생 자체가 전문 변호사집단과 사회운동단체의 성격이 뒤섞여 있다.염형국 변호사가 인터뷰 중간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런 경계와 고민을 보여준다.

  염 변호사에게 “모범적인 변호사란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변호사법 제1조’가 답으로 돌아온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의 유지와 법률제도의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

  “예전에 박원순 변호사가 이런 얘길 하더라구요. ‘변호사라는 말 앞에 인권이니 공익이니 하는 수식을 붙이는 건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변호사는 그 자체로 공익을 옹호하고 인권을 위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저는 그 말에 십분 공감합니다.”

  그는 “사실 나는 한국에서 변호사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업무를 해본 적이 없지만 주위를 보면 변호사업계도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노동 강도도 강해지고 먹고살기 힘든 시대가 된 것 같다.”면서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법조인을 생각하고 사법시험을 시작했던 동기가 잊혀진다면 그건 정말 안타까운 노릇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그에게 “급여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보통 변호사들은 세후 수입으로 말하지만 우리는 세전 수입으로 말한다.”면서 “세전 수입 기준으로 3000만원 가량”이라고 답한다. 공감은 사건수임료 등을 일체 지급하지 않고 전액 월급제로 운영한다.

  내친김에 “임금협상은 하느냐.”고 물었다. 전혀 ‘변호사스럽지 못한’ 대답이 돌아온다.“공감이 지속가능하고 오래 활동하려면 임금인상을 최소한 물가수준에는 맞춰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현재 공감은 아름다운재단 소속이지만 재단의 다른 분들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받습니다. 임금인상 요청하기가 좀 애매해요.”

  염 변호사는 자녀 3명을 둔 결혼 13년차다. 가족들의 반대는 없을까 물어보니 “처음에 크게 반대는 안했지만 부모님은 돈 많이 버는 걸 바라셨다.”면서 “그래도 지금은 오히려 더 자랑스러워하신다.”고 답했다. 그는 “아내나 나나 서로 크게 돈 욕심이 없어서 별다른 불만은 없지만 가끔 부부싸움을 할 때 ‘돈 많이 벌어왔으면 내가 이러겠냐’는 식으로 얘기할 때가 있긴 하다.”면서 “잘 이해해주는 가족들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로스쿨 도입,일반 시민에 도움될 지 의문”

  염 변호사는 “로스쿨을 준비하는 곳은 국제변호사, M&A 등 소위 ‘돈이 되는 분야’만 중시할 뿐 공익전문을 내세우는 곳은 없는 것 같다.”면서 자칫 로스쿨 도입이 변호사 공익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한다. “로스쿨 3년을 마치려면 많게는 1억원 가까운 돈을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사법시험을 통과하면 국가가 법조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에서도 공익활동이 저조한데 거액의 자기 돈을 들여서 변호사가 되면 공익활동이 활성화될까요? 하다못해 서민들을 위한 법률서비스가 늘어날지도 의문입니다.”

  최근 급변하는 법률시장 속에서 공감은 공익활동 전문집단으로서 공감의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염 변호사는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 변호사 양성하는 시대가 된다 하더라도 공익을 놓쳐서는 안된다.”면서 “공익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활동을 알리고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실 설 연휴 전에 ‘10년 후 미래상’을 공감 전체 차원에서 논의해야 했는데 하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날을 잡아서 끝장토론을 해야지요. 지금 대체로 합의한 건,양극화 시대 속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빈곤문제와 사회권 문제에 더 천착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법률지원이 절실한 사회적 약자와 시민단체들을 더 열심히 찾아가야겠지요.사실 그게 제 10년 후 미래상이기도 할 거구요.

2008.2.10. 쓰다.
사진출처=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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