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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입양 성공의 비밀은 "자연스러움"

by 자작나무숲 2007. 12. 24.
12월20일 과천에서 만난 입양아 가족. 취재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자연스러움'이었다. 특별하게 대하지 않고 자연스레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그게 결국 성공적인 입양의 요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내내 했다. 오랜만에 즐거운 인터뷰였다.

출생의 비밀에 얽힌 갈등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한국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일까. 친아들을 두고도 딸을 둘이나 입양한 강은미(35·여)씨에게 기어이 물어 보고야 말았다. “다녕이는 입양 사실을 알고 있나요? 입양하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나요? 주위 시선이 힘들지는 않나요?”

대답은 기대(?)를 완벽히 배신했다. “말을 배울 때부터 입양 사실을 알려 줬죠. 식구가 늘어났고 그러다 보니 손이 많이 가요.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이 이상한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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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녕이네 가족들.왼쪽부터 엄마 강은미(35)씨,다녕이(4),수환이(11),외할머니 신갑달(72)씨,다윤이(4개월).아빠 송종우(42)씨는 지방출장 관계로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경기 과천시에 사는 송종우(42)·강은미씨 부부는 2003년에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다녕(4)을, 지난 9월에는 다윤(1)을 입양했다. 둘 다 생후 1개월 때였다. 뭔가 특별함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여느 가정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자연스럽게 가족의 일원이 되도록 솔직하게 대화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입양 성공을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무서운 건 주위 시선이 아니라 마음 속에 자리잡은 어색함이다. 철저한 준비가 중요하다. 송씨 부부도 다녕이를 입양하기 전 입양가족모임에서 경험담도 듣고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주관하는 교육과 상담을 오랫동안 받은게 큰 힘이 됐다.

특별하다? 자연스럽다!

“특별한 계기랄 것도 없어요. 결혼하기 전에 지나가는 말로 하나는 입양하자고 약속했어요. 아들 수환(11)이 낳고 한동안 잊었다가 입양 생각을 다시 했어요. 수환이 키울 때 자주 아파서 둘째도 그럴까 겁도 났고요. 처음엔 친정 어머니가 누구 핏줄인지도 모른다며 반대도 했지만 다녕이를 처음 보고는 언제 그랬냐 싶게 예뻐하시더라고요. 자신감도 생기고 자매가 있으면 서로 의지가 되겠다 싶어 다윤이도 입양했지요.”

일일 드라마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경험자들은 되도록 일찍 입양 사실을 솔직하게 얘기해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라고 권한다. 강씨도 “혼자서 연습을 많이 한 다음” 실천에 옮겼다. 강씨는 “처음엔 다녕이가 울기도 해서 마음 아픈 적도 많았지만 작년부터는 다녕이가 먼저 친구들에게 입양 사실을 당당하게 밝힌다.”고 뿌듯해 했다. 수환이도 부모를 따라 입양가족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했던 덕분에 거부감 없이 다녕이를 받아 들였다. 가족을 이루는 방법에는 결혼·출산·입양 세 가지가 있다고 했더니 “그럼 우리는 완벽한 가족이네.”하며 좋아했을 정도다.

지금도 여전한 “내 자식은 안돼”

문제는 어른들이다. 송씨가 들려준 일화는 여전히 남아 있는 어른들의 편견 때문에 입양가정이 받을 수도 있을 상처를 짐작하게 해 준다. “전에 살던 곳에선 이웃들과 얘기하다 농담으로 ‘나중에 사돈 맺자.’는 얘기가 나오면 선뜻 동의를 안하는 ‘미묘한’ 분위기가 가끔 있었죠. 자기 아들과 사귄다거나 자기랑 직접 관계를 맺는 건 은근히 부담스러워 하는 거죠.”

그러면서도 송씨는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면서 “오히려 지방에서 근무하느라 가사를 제대로 못 도와주는 게 가장 힘든 점”이라고 털어놨다. 송씨는 “입양이 아이들에게 다양함을 인정하고 남을 배려하는 산 교육이 될 것”이라면서 “입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내년엔 올해보다 더 행복하게 살려고 한다.”고 밝혔다.

2007년 12월22일(토)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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