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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국가청렴위 사무관 된 시민운동가

by 자작나무숲 2007. 5. 7.

함께하는시민행동 정창수 예산감시국장을 기억하십니까. 밑빠진독상 제정을 주도하는 등 예산감시운동의 선두주자로서 예산감시운동을 시민사회운동의 한 줄기로 정착시키는데 노력하는 분이지요. 그 분이 이제 정 국장에서 정 사무관이 됐습니다. 지난해 국회 보좌관이 돼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지난주에는 국가청렴위원회 민간협력팀 사무관이 되서 나타났습니다.

정 국장을 처음 만난 건 2003년 목포에서 였습니다. 시민운동가대회 때 목포시내 모처에서 세발낙지를 먹는 회식을 할 때 처음 인사를 했지요. 첫인상은 "덩치 참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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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신문에 역사칼럼을 연재하는 것도 있고 시민의신문 사람들과 두루 친하기도 해서 술자리에서 자주 만나게 됐고 얘기도 많이 하게 됐습니다. 2003년 겨울로 기억하는데요. 회식 끝에 둘이 새벽까지 남아서 당시 장안의 화제였던 서 모시기 목사 얘기를 나눴지요. 자연스레 경실련에서 겪었던 경험도 많이 들으면서 인생역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침착하고 신중하면서도 조리있게 얘기하는 걸 듣고 "합리적인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술자리에서 항상 예산 얘기를 하더이다. 자연스레 윤영진 교수가 쓴 <새재무행정학>도 읽어보고 했지만 예산문제에 그리 큰 관심은 없었지요. 하지만 얘길 들을수록 예산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예산을 화두로 온갖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걸 듣고 깊은 감화를 받았지요. 제가 원래 가방끈 길고 박식한 사람에게 환상이 있는데 딱 그런 종류였습니다.

작년 초에 예산문제에 팍 꽂혔지요. 새벽까지 둘이서 술을 마시다보니 자연스레 빠졌지요. (안주는 항상 치킨 ㅋㅋㅋ) 시민단체 활동가 대상으로 예산강의를 네번이나, 그것도 무료로 해주는 걸 보고 참 고마웠습니다. 한번 강의할 때마다 서너시간씩 쉬지 않고 성의 만빵으로 하는 걸 보고 "참 열정적이구나" 싶었습니다.

그 강의를 기사로 옮기고 바로 '미리보는 2007년도 예산안'을 연재했습니다. 한번 쓸때마다 주제별로 두면씩 기획기사를 쓰면서 "형 때문에 시작한거니 책임지라"고 땡깡을 쓰며 아이디어를 얻고 자문을 구하고 '검열'도 받으며 노동,보육,국방,농업,환경 예산을 두루 훑었습니다. 실전 경험을 하면서 예산문제에 더 관심이 생겼고 결국 그쪽으로 대학원도 다닐 결심을 했습니다. 어느때부턴가 '제자'라고 불러주는데 저도 자연스레 '싸부'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기사 아이디어를 주며 열정적으로 설명해주고 기사를 쓰고나면 격려해줘서 힘이 참 많이 됐습니다. "정말 착한 사람이다" 싶었지요.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일 청렴위에 정착했습니다. 자세히 적을 수 없는 개인사정을 알기에 내 일처럼 기뻤습니다. 인터뷰도 하기로 했구요. 근데 이 양반 인터뷰 내내 표현 하나하나에 무척 신경을 쓰는 겁니다. 혹시 부정적인 단어가 아닌가 고민하고 혹시 오해받을까 전전긍긍하더이다. 인터뷰한 시간은 오후 2시. 오전엔 임명장 받고 인사하고 했으니 업무시작한지 두시간도 안 된 분이 그러는 걸 보고 "인터뷰를 하는거유, 브리핑을 하는거유?"라고 면박을 줘서 둘이 같이 웃었습니다. "창수형 적응을 너무 잘해 걱정입니다."

지금도 시민단체로 돌아오고 싶어하고 예산감시운동 주제로 강연요청하면 아무리 멀어도 거절하지 않고 부흥회를 이끌어줍니다. 진솔하게 조언해주고 격려해주며 자리 욕심이 없습니다.

이만하면 건승을 기원해줄 만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모두 개떼같이 달려들어 빛이 되고 소금이 되는 역할을 예전처럼 계속하기를 기원해줍시다.

(이 정도 했으면 나한테 약속했던 책을 빨리 사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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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감시운동과 ‘밑빠진 독 상’의 경험을 살려서 바람직한 민관협력 사례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밑빠진 항아리에 물을 들이부으며 예산낭비를 고발하던 ‘밑빠진 독 상’은 예산감시운동에서 한 획을 그었던 활동으로 평가받는다. ‘밑빠진 독 상’ 아이디어를 처음 내고 주도했던 시민운동가가 4일 국가청렴위원회 사무관으로 첫 출근을 했다.


민간협력팀에서 일하게 된 정창수씨는 “내가 공무원이 됐다는 게 아직 실감이 잘 안난다.”면서 “시민단체보다 짜임새 있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관찰자나 비판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정책결정과 집행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정씨는 투명사회실천협약을 확산시키고, 반부패 관련 시민단체․학회와 협력을 강화하는 게 그가 앞으로 해야 할 주요업무다.


정씨는 1995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실에서 시민운동을 처음 시작했다. 1998년에 경실련 예산감시위원회 부장이 되면서 예산감시운동을 접한 정씨는 이후 1999년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이 되면서 본격적인 예산감시운동 전문 시민운동가로 자리매김했다. ‘밑빠진 독 상’은 그 당시 주력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사례를 찾아내 고발하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처음 3년 정도는 매달 했지요. 국민들이 어렵고 멀게 느끼던 정부정책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효과를 거뒀지요. 처음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시작했지만 차츰 정부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서 나중에는 감사원이나 기획예산처 등과 협력하여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정씨는 지난해 단체활동을 접고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1년 가까이 일했다. 시민단체와 국회를 거쳐 정부업무까지 두루 경험하게 된 정씨는 “이제는 정부와 민간이 사회발전을 위해 힘을 합치는 시대”라고 강조하면서 “시민운동 경험과 국회 보좌관 경험을 살려 부패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07.5.5일자 서울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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