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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편의적 입법 관행에 쐐기 박겠다”

by betulo 2007.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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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적 입법 관행에 쐐기 박겠다”
전기성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교수
국회 상대로 정보공개청구소송
2006/11/22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법학이론에 따르면 법이 합법성, 합리성, 투명성, 시행가능성, 민주성 등을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국회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편의에 따라 이런 원칙을 잘 지키지 않는 게 현실이다. 원로 법학자 두 명이 이런 ‘관행’에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이것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들이 비판하는 사안이 바로 행정도시법 제정 과정에서 개최된 비공개회의라는 점 때문이다.

전기성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
시민의신문 
전기성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

지난해 국회 신행정수도후속대책 및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소위원회는 1월 10일부터 2월 17일까지 7번에 걸쳐 회의를 열었다. 이 가운데 6번이 비공개회의였다. 심지어 2차, 4차, 7차 회의는 속기사를 내보낸 상태에서 기록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대권 서울대 법대 교수와 전기성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난 7월 국회를 상대로 회의록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9월에는 한 발 더 나아가 국회법 제57조 5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법원에 냈다. “소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소위원회의 의결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국회법 제57조 제5항이 헌법 제50조 1항(국회 회의의 공개원칙)과 제37조(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헌법은 국회만이 입법권을 갖는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럼 국회가 책임감을 갖고 제대로 된 법을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지금 국회를 보십시오. 토론 끝에 법이 나오는 건데 들으려는 자세가 없습니다. 입만 살아 있고 귀는 죽었습니다. 청문회는 말 그대로 듣는 자리인데 의원이랍시고 야단만 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기자와 만난 전 교수는 자신들이 벌이는 소송이 자칫 행정도시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기 위한 사전작업인 것처럼 오해받을까 무척 조심스러워했다. 입법학 전문가인 그는 “사적인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라 국회가 제발 제 구실을 하도록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고 변호사도 없이 자비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보여 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피고인 국회가 정보비공개결정을 하는 것과 피고 측 대리인의 답변서를 검토한 결과 이러한 수준의 정신과 자세로 국회의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은 각종 입법미비 등으로 국정운영이 어려운 사정에 있음에도 이를 시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전 교수는 이어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은 회의결과 정보 공개 혹은 비공개의 공공의 합리적 필요성 여부 판단을 국회가 국회규칙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국회는 국회정보공개규칙에서 무엇을, 왜 비공개로 할 수 있는지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 교수와 최 교수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시점이던 지난 9월에 규칙을 개정할 때도 비공개 범위를 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 교수는 “이는 결국 ‘국회는 비공개로 할 것이 없이’고 국회가 스스로 발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따르면 결국 국회는 정당한 이유나 법적 근거도 없이 정보공개청구를 부당하게 거부한 것이 된다.

정보공개청구소송 1차 변론기일은 다음달 7일이다. 이번 소송이 국회의 ‘관행’에 쐬기를 박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1월 21일 오후 15시 51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77호 2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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