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진흥법 인플레이션" 심각하다

by betulo 2007. 4. 6.
728x90
"진흥법 인플레이션" 심각하다
국회 41건 계류, 지역구와 특정단체 챙기기 전락
"입법부 스스로 법 안정성 훼손"...일몰조항 대안
2006/12/4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담뱃값을 올리기 위해 계속 새 담배 나오듯이 진흥법이 난립한다.”

<시민의신문>과 행정개혁시민연합(이하 행개련)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진흥, 개발, 촉진 등으로 존재하는 각종 진흥법은 현행법만 150건, 계류중인 제정안만 41건이었다. 국회에 계류중인 각종 진흥법제정안 41건(11월 15일 기준) 가운데 상당수가 특정 사안마다 법안을 내놓아 ‘진흥법 인플레이션’을 초래함으로써 ‘법 안정성’을 입법부 스스로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길 우려 △지역구 챙기기 △예산검토부족 △특정 이익단체 챙기기 등을 우려한다. 게다가 일부는 효행을 지원하는 법안까지 발의해 “도덕까지 법으로 규제하려 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상임위별로는 문화관광위원회가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육위가 7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통주와 전통무예 등 전통문화와 관련한 법안이 4건이나 되고 스포츠 관련 법안 2건, 효도 관련도 2건이다.

특정 부문에 대해 특별한 대책을 규정한 각종 진흥법은 △산업 관련법 △기본권과 연계된 법 △이해관계자와 연계된 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식민지 시기 조선농촌진흥운동에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진흥’은 1960~70년대 경제 관련법이 많았고 1980년대 이후에는 문화·관광 진흥법, 1990년대 이후 삶의 질과 연관된 법으로 시대흐름과 함께 범위를 확장했다.

진흥법은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부처이기주의와 이익단체 이해관계에 포섭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진흥법제들을 재점검하고 정비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영복 행개련 사무처장은 “종합적인 견지에서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면 결국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진흥법을 제정할 때 반드시 ‘일몰조항’을 두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입법학 전문가인 전기성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는 “진흥법 인플레이션”을 우려한다. 그는 특히 17대 국회에 계류중인 “진흥법에 숱하게 존재하는 ‘○○법에도 불구하고…’라는 조항이 결국 법체계를 혼란에 빠뜨린다”고 비판한다. 그는 “진흥법, 촉진법, 개발법이 이름은 거창한데 내용은 그렇지 않고 실효성도 없기 때문에 입법적으로 의미가 없고 정치적 수사만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건 결국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말이 될 뿐” “국회는 겸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문화산업이 아니라 문화권이다
문화예술관광 진흥법

“국민의 문화적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한 문화예술진흥법제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념과 정책이 빈곤하다. 국가의 문화정책 영역에서 대상범위가 좁고 지역사회나 생활문화를 충실히하려는 배려가 부족하다. 이는 시민사회 성숙이나 문화적 욕구를 다양하게 하는 것을 지향하지 않고 보조금이나 기금설치 등 소극적인 정책에 치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오스트리아의 문화예술진흥법제’ 보고서가 한국 문화정책에 관한 기본법제에 해당하는 문화예술진흥법(1972년 제정)에 대해 지적한 부분이다.

현행 진흥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단연 문화·예술 진흥법제다. 대표적인 법들만 해도 게임산업진흥법, 국민체육진흥법, 도서관및독서진흥법, 문화산업진흥기본법, 문화예술진흥법,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 영상진흥기본법, 영화및비디오물진흥법, 음악산업진흥법, 지방문화원진흥법, 출판및인쇄진흥법 등이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진흥법제는 문화·예술을 국민의 기본권인 ‘문화권’에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산업’으로 접근한다. 이는 곧 문화·예술에 대한 철학 빈곤으로 이어진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정부는 문화조차 경제·성장이라는 잣대로만 바라본다”며 “문화예술진흥이 아니라 산업진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화예술의 기반이 되는 인력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지금은 문화인프라 구축보다 시장투자가 중심이 되고 기업이 열매를 독식하게 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정은희 문화연대 문화개혁센터 활동가도 “현행 문화예술 진흥법들은 여전히 개발만 염두에 두고 있어 시대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강국진 기자
진흥법은 예외법
‘개발’ 관련 진흥법
 

김남근 변호사는 각종 개발 관련 진흥법이 종합적인 국토개발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한다. 국토개발 계획에 대한 기본법은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이다. 또 기존 도시를 재개발할 때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새로운 도시를 만들 때는 도시개발법, 주택은 주택법, 건설은 건설산업기본법, 개발이익 환수는 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률 등에 따라 여러 가지 계획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각종 진흥법이 나오면서 이런 기본틀에 ‘구멍’이 생긴다는 것.

가령 택지개발촉진법은 베드타운으로 개발할 경우 도시의 종합적인 기능을 갖추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결국 서울 주위로 수도권이 비대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대한 특별법인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은 각종 용적률 특혜를 주기 때문에 일정하게 막개발을 허용해주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도시, 경제자유구역, 제주특별자치도 등도 각종 예외를 인정해주는 경우다.

그는 “각종 진흥법은 결국 각종 특별법과 다를 게 없다”며 “특별법이 난립하면 국토종합계획이 의미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법률 체계가 무너져 ‘법적 안정성’이 깨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자신이 모르는 무슨 특별법이 있을지 모르니까 법적 안정성이 없어지고 법원에서도 법해석을 하기가 어렵게 하는 문제가 생긴다. 사법적 판단에 혼란을 일으키는 셈이다. 헌법은 균형있는 개발을 말하는데 특별법이 그걸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위헌 시비가 생길 수도 있다.” 김 변호사는 “특별법을 정비하고 필요하다면 일반법 속에 흡수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일반법 원칙에 맞지 않는 법은 정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강국진 기자
2006년 12월 1일 오후 16시 2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78호 1면에 게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