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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ODA정책 “일본을 반면교사로”

by betulo 2007.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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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A정책 “일본을 반면교사로”
[한일시민사회포럼] 국익 유혹 버려야 진정한 ODA
2006/10/18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한국에서 구미호는 모습을 바꿔 사람을 홀리는 ‘악녀’를 상징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구미호는 그렇지 않다. 선악 개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가치관을 보여주는 존재로 인식한다. 인식을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해 행동을 공유한다는 것은 머리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오감’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교류’다.”
왕민 호세대학 국제일본학연구센터 교수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4차 한일시민사회포럼 전체회의 특별강연에서 상호교류를 유달리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을 번갈아가면서 해마다 열리는 한일시민사회포럼은 이번 주제로 ‘인식 공유에서 행동 공유로’를 내세웠다. 흔히들 한국과 일본은 이웃이면서도 멀고 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말한다. 한·일 시민사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일 시민사회는 서로가 없는 것을 갖고 있기에 가장 좋은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철은 뜨거울 때 때려야 원하는 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일본은 ODA에서 50년 역사가 있지만 지금은 식어버렸습니다. 한국의 ODA는 시민사회가 바라는 모습과 격차가 있지만 아직은 미미합니다. 지금 더 강하게 ODA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일본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활용하기 바랍니다.”

지난 12일 ODA를 주제로 열린 자유기획워크숍에서 일본측 발제자였던 나가세 PARC(Pacific Asia Resource Center) 이사는 한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지금이 철을 내려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며 ODA개혁에 나설 것을 열정적으로 촉구했다.

강국진기자

그는 또 이렇게 덧붙인다. “철을 때리는 사람의 열정이 필요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시민운동은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못다 이룬 꿈을 너희는 이뤄 달라’고 들릴수도 있는 발언을 그가 한국 시민운동가들에게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1986년 필리핀 민중들은 독재자 마르코스 정권을 몰아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일본 기업들이 필리핀 정부에 엄청난 뇌물을 제공했다는 문서가 나와 일본 시민사회를 경악시켰다. 문제는 이 뇌물들이 ODA라는 ‘공적개발원조’로 포장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일본 시민사회가 ODA개혁에 나서는 기폭제가 됐다. 나가세씨는 “시민운동이 열심히 활동하기는 했지만 현재 운동이 정체돼 있는게 사실”이라고 털어놓는다. 물론 일본 시민사회가 이룬 성과와 노하우는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다카하시 일본국제자원봉사센터(JVC) 정책담당에 따르면 ODA를 다루는 일본 시민단체는 약 400곳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처럼 정책생산에 치중하는 곳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단체들이 도쿄에 몰려 있는 것도 전국적인 운동을 제약한다. 시민단체들은 외무성과 ODA정책을 다루는 정책협의회를 만들었다. 실효성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꾸준히 ODA활동을 감시하고 문제제기를 계속하면서 억지력을 유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관련 단체들의 연대체인 ODA개혁네트워크 등을 통해 공동조사와 연구를 계속 벌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ODA정책은 쌍둥이

한국과 일본은 ODA정책에서 쌍둥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 ODA정책이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일본 시민사회단체들이 벌인 ODA개혁운동이 한국 시민사회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무엇보다 유상원조가 많다는 점이 닮았다. 이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ODA를 활용하려는 의도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2005년도 일본 ODA 규모는 8천억엔이었고 유상과 무상이 절반씩이었다. 가장 규모가 컸을 때는 1조엔까지 된 적도 있었다. 일본은 앞으로 유상원조를 늘릴 계획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을 노리는 일본은 ODA를 줄이기는 힘들고 정부 재정압박은 심해지고 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앞으로 전체총액은 그대로 두고 무상원조를 10%씩 줄이는 방식으로 유상원조를 늘리려는 것이다.

나가세씨는 “9.11 이후 일본정부는 더욱 더 미국에 편중된 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ODA도 그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 대테러리즘에 따른 분쟁지역에 지원하는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 정부는 ODA를 어떻게 일본에 이익이 되게 사용할 것인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상원조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일본이고 그 다음이 한국이다.

ODA 집행 구조가 대단히 복잡하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다카하시씨는 “거의 모든 부처가 관련 예산과 정책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일본정부는 ODA개혁이라는 이름으로 ODA를 총괄하는 부서를 만들려고 한다. 안보와 ODA를 연동시키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정부 ODA 지원액은 7억4400만달러로 GNI의 0.09%였다. 북한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1977년 시작한 ODA는 양자원조 가운데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 유상원조는 재정경제부, 다자간원조 가운데 무상원조는 국제협력단, 유상원조는 수출입은행이 담당한다. 그 외에도 20여개 부처가 제각각 사업을 집행한다. 원조의 70-80%를 이라크,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 아시아에 지원하는데 최빈국은 캄보디아와 방글라데시 뿐이다. 김혜경 경실련 국제위원장은 “한국의 유상원조는 한국의 물건을 사게 만들기 위한 원조”라고 꼬집는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0월 17일 오후 20시 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72호 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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