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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세금으로 관변행사만 하는 의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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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들, 지난 7년간 78억원 보조금 지원
참여연대-시민의신문 공동기획, 지방정부 의정회 분석
2006/9/20

부산시의정회는 지난해 7월 ‘2005년 APEC 개최관련 추진사항 점검’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명목으로 부산시한테서 보조금 550만원을 받았다. 왜 부산시의회가 아니라 전직 부산시의원들이 만든 의정회가 APEC 추진상황을 점검해야 할까.

부산시의정회는 올해 부산시한테서 보조금 5천만원을 받았다. 이 가운데 의정회 상임부의장(사무총장 겸임)은 업무추진비로 매달 80만원씩 960만원을 받는다.

부산시의정회는 지난해 7월 ‘2005년 APEC 개최관련 추진사항 점검’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명목으로 부산시한테서 보조금 550만원을 받았다. 왜 부산시의회가 아니라 전직 부산시의원들이 만든 의정회가 APEC 추진상황을 점검해야 할까.

강한 전북 일등도민운동, 국립인천보훈병원 유치를 위한 가두서명, 신행정수도 추진 전국시도 홍보, 장묘문화개선 계몽운동, 에이즈퇴치계몽운동…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관변캠페인을 ‘전직 지방의원’들이 벌인다. 지방정부는 사업성이 있다면서 민간경상보조로 보조금을 지원한다.

참여연대와 <시민의신문>이 공동으로 광역자치단체 의정회를 조사한 결과 2000년부터 올해까지 광역자치단체가 각 지역 의정회에 지원한 보조금 총액이 78억8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도 평균지원액은 5900만원이었다. 지방정부와 의정회 측에서는 조례에 근거해서 의정회를 지원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전직 의원들이 지역 토호집단으로 군림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각 지역 의정회가 벌이는 사업이 타당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의정회가 벌이는 사업은 대부분 관변행사와 생색내기사업이며 예산낭비 혐의가 있는 사업도 적지 않다.

회원수첩 제작 지원 950만원

생색내기 사업으로 예산낭비 의혹을 받는 사업도 버젓이 지원을 받는다. 강원도의정회는 강원의정신문을 발간한다며 지난해 1억4500만원, 올해 1억원을 지원받았다.

올해에도 강원도는 의정수첩을 발간하는데 950만원을 보조해준다. 강원도 관계자에 따르면 강원의정신문은 월간이지만 내용을 채울 게 없어 격월간으로 발간하기도 한다. 경기도의정회는 지난해 도내향토유적지 탐방에 789만원, 도정·의정 홍보와 환경강연회에 2천64만원을 국민세금으로 썼다.

의정회가 벌이는 사업은 관변행사로 국민세금을 낭비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곳으로 전라북도의정회를 들 수 있다. 전북 의정회는 지난해 도비 4769만원을 민간경상보조로 지원받았다.

이를 내역별로 보면 △강한전북 일등도민운동홍비지원 1499만원 △강한지역경제활성화 지원 1100만원 △서해안 관광벨트 홍보 672만원 △영호남교류 1435만원 등이다.

전라북도가 공개한 2005년도 결산자료를 보면 강한전북 일등도민운동 홍보지원활동의 성과로 “살기 좋은 내 고장 떠나지 않는 삶의 터전 이룩하는데 기여 및 도민사고력 진취적 전환”을 들고 있다.

강한전북 지역경제 활성화 시군순회 도정홍보활동은 지난해 6월 27일 군산시민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각계각층 511명이 참여했다고 돼 있는데 “강한 경제 실현으로 훈훈한 내고장 떠나지 않는 삶의 터전 이룩 기여”로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경북 의정회는 장묘문화개선에 관한 계몽운동과 에이즈퇴치계몽운동을 벌인다. 이를 위해 경상북도에서 지난해 각각 390만원과 292만원을 지원받았다. 충남의정회는 신행정수도 추진을 전국시도에 홍보한다는 명목으로 도에서 12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인천시의정회는 지난해 국립인천보훈병원 유치사업을 추진했다.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4월부터 6월까지 두 번에 걸쳐 4만명을 목표로 가두서명을 받았고 250만원을 인천시에서 지원받았다. 재향군인회, 상이군경회, 자유총연맹, 월남참전전우회, 군경 보훈가족 등과 함께 했음에도 보조요원을 일당 3만씩 주고 고용했다. 인천시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결산서도 없다.

사업결산도 제대로 안돼

지방정부에선 왜 의정회를 지원하는 것일까.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순수 친목단체라면 모르겠지만 조례에 근거한 조직으로 존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정회에 지원금을 주는 것을 비판했다. 그는 “의정회는 전직 의원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라며 “지역정치는 생활정치에 뿌리를 둬야 하는데 의정회 자체가 지역토호 집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교수는 의정회가 벌이는 관변 캠페인에 대해서도 “내용도 황당한 캠페인을 왜 의정회가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정 캠페인을 하고 싶으면 의정회도 다른 단체처럼 프로젝트 신청해서 사회단체보조금 받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의정회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민간경상보조로 돈을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의정회, 지역마다 천차만별
대구, 광주, 충북은 지원금 전액삭감

“자기 돈으로 운영해야지 왜 세금을 지원합니까.”
“사업도 활발하고 회원수도 증가했으니 지원금이 늘어났지요.”

대구시는 올해부터 대구시의정회 지원금을 전액 삭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경상북도는 매년 5천만원씩 지원하던 것을 올해에는 7500만원으로 증액했다.

지방정부가 의정회를 대하는 양상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울산을 빼고는 조례를 통해 지원금을 줄 수 있다고 명문화했지만 대구광역시, 광주광역시, 충청북도는 지원금을 주지 않는다.

광주시는 2004년에 1000만원을 지원했지만 이후 지원금을 주지 않는다. 광주시 관계자는 “2005년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예산신청이 있어서 3천만원을 책정했지만 집행신청을 안했고 2006년도 예산심의에서는 처음부터 신청을 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견을 전제로 “예산신청내역을 검토해보니 타당성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울산광역시는 유명무실하던 의정회가 지난 3월 활동을 재개했다. 유재락 울산시의정회 사무처장은 “연구와 토론이 주목적”이라며 “울산 발전을 위해 의정 경험을 살려 후배 의원들에게 참고자료도 제공하고 시민의견도 듣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원금이나 조례 문제에 대해서는 “지원금 문제는 앞으로 활동을 하면서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울산시 의정회는 자동가입이 아니며 현재 회원은 61명이다. 재정은 회원들이 달마다 2만원씩 내는 일반회비와 특별회비로 해결한다.

울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울산시 의정회는 1995년 결성했고 98년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하지만 울산시의원·구의원들 사이에 울산시와 협상창구를 누구로 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울산시의정회가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이유는 바로 시의회 출신과 구의회 출신들 사이에 벌어진 주도권 갈등이었다. 하지만 올해 구의회 출신들이 주도해 의정회 활동을 재개했다.

전남(1994년), 전북(1996년), 서울(1996년)을 시작으로 각 지방정부는 경쟁적으로 의정회지원조례 혹은 의정회설치육성조례를 만들었다. 현재 울산시를 제외한 모든 지방정부가 조례를 두고 있다.

‘헌정회 지역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의정회들은 저마다 ‘연구활동을 통해 시정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내세우지만 실제 사업내용은 대부분 관변행사나 생색내기식 사업이다. 당연히 예산낭비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 쥐꼬리만큼 받는 사회단체보조금을 받는 풀뿌리단체와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지방재정법 제14조 1항은 ‘지자체가 권장하는 사업’을 제외하고는 개인이나 공공기관이 아닌 단체에 기부ㆍ보조 혹은 기타 공금 지출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결국 지방정부는 이 조항을 ‘자치단체장 보시기에 좋은 사업’을 하는 의정회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로 삼는다.

하지만 지난 2004년 대법원은 “의정회는 회원들한테서 회비를 징수하는 방법 등을 통해 그 목적 사업을 할 수 있으므로 보조금을 지출하지 않으면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의정회는 지방재정법상 ‘공공기관이 아닌 단체’해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의정회 지원의 근거를 사실상 부인한 판례인 셈이다. /강국진 기자

 

2006년 9월 19일 오후 16시 57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68호 10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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