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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1년 전 효순·미선이와 약속을 잊지 말자" (2003.11.29)

by betulo 200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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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효순·미선이와 약속을 잊지 말자"
자주평화 1주년 촛불대행진 열려
2003/11/29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29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4백여명의 시민들이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다시 모였다. 참가자들은 지난 1년간 끊이지 않고 계속돼온 촛불집회 1년을 결산하고 다시는 효순이 미선이 같은 불행한 죽음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의지를 다졌다.



연단 왼쪽에는 지난 20일 의정부역 선로에서 의문사한 제종철 여중생범대위 상황실 부장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했고 집회장 주변 곳곳에는 촛불집회 1년 사진을 걸어 놓았다.





한상렬 목사(여중생범대위 상임대표)는 "촛불집회 1년이 되었지만 미군은 여전히 오만하고 한국정부는 여전히 비굴하다. 노 대통령은 소파 개정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노 대통령에게 "후보자 시절 노짱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한 한 목사는 "노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면 안된다. 그것만이 노 대통령이 살고 우리 민족이 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한 목사는 종로구청에서 촛불기념비 철거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해 "촛불기념비에는 지난 1년의 피와 땀이 서려 있다. 누가 감히 이 비에 손댄단 말인가"라며 종로구청을 성토했다. 그는 이어 "촛불기념비를 철거한다면 지난 번 처럼 더 큰 비를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파병반대 안경"을 쓰거나 "촛불모자"를 만들어 쓰는 등 다양한 모습의 시민, 학생들이 촛불집회 1주년집회를 하고 있다. 이정민기자 jmlee@ngotimes.net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중생은 "1년 전에 만났던 사람도 있고 자주 만났던 사람도 보인다"며 "1년전 효순이 미선이에게 한 약속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학교를 마치면 항상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이 학생은 "보통 10명 정도가 모여 촛불집회를 했는데 경찰이 쳐들어와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구청에선 촛불기념비를 철거한다고 하는 등 많은 탄압이 있었다"고 촛불집회 1년을 회상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 모두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늘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함께하며 우리가 승리할 날이 올 것"이라며 "끝까지 함께 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잡은 손 놓지 말고 자주의 세상, 평화의 나라, 당당한 대한민국을 향해 새로 시작하자"고 호소한 오종렬 여중생범대위 상임공동대표는 "12월 3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다시 촛불 밝히며 만나자"고 말했다.


 

노래를 부르고 있는 전교조 노래패 해오름 단원들의 그림자가 마치 "인간촛불"을 연상시키는 듯 하다. 이정민기자 jmlee@ngotimes.net  


"촛불집회는 특별하다"



"촛불집회는 다른 집회와 문화 자체가 다르다. 일반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하나의 축제를 만들어 냈다."



촛불집회 문화공연을 하면서 일주일에 두세번씩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민족춤패 출" 단원인 이주현씨는 "비조직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촛불집회가 시작되었다"는 점을 되새기며 "촛불집회는 특별하다"고 평가했다.



효순이 미선이로 분장한 퍼포먼스 단원들이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이정민기자 jmlee@ngotimes.net  



촛불집회 1주년 집회를 마무리하며 참석자들이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이정민기자 jmlee@ngotimes.net



과연 촛불집회는 여타 집회와 분명히 다르다. 처음 촛불집회를 시작한 것도 시민들의 자발성이었고 1년 동안 쉬지 않고 집회를 계속하는 힘도 시민들의 자발성에서 나온다. 특히 효순이 미선이의 비극적인 죽음을 추모하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집회는 시종일관 한 판 잔치를 벌이는 듯 흥겹기 그지없다.



전교조 교사들이 만든 노래패 해웃음과 가수 서기상과 윤미진의 노래공연이 청중들의 열띤 환호를 받았다. 거기에 경희대 율동패의 아기자기한 율동과 경기민족민주청년단체협의회 소속 율동패의 역동적이고 남성적인 율동이 흥겨움과 강렬함을 대중들에게 선사했다. 고 제종철 추모영상과 그를 추모하는 퍼포먼스와 지전춤은 숙연함의 극치였고 "주한미군철거가"와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르며 성조기를 불태울 때는 엄숙함이 참가자들을 휘어 잡았다. 촛불집회는 윤도현의 아리랑을 부르며 기차놀이를 즐기면서 끝났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

사진=이정민 기자 jmlee@ngotimes.net

2003년 11월 29일 오후 14시 3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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