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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입국은 희대 사기극이다”

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by betulo 2007. 3. 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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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전문취재 9년, VJ 조천현씨 생생한 증언
‘탈북 브로커’ 돈벌이 수법 상상초원…피해자 구제센터 설치해야

정부와 시민사회가 나서 ‘기획입국 피해자 구제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6년 이후 9년째 탈북자 취재에 몰두하고 있는 비디오 저널리스트 조천현씨가 그 주인공.

그는 “기획입국으로 인한 피해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기획입국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는 단체나 상담소부터 만들어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획입국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에 온지 1-2년 된 탈북자들입니다.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정착금도 생기고 북한이나 중국에 있는 가족들 생각이 나는 거죠. 이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게 ‘탈북브로커’들입니다. 물론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하지만 피해를 본 사람들은 하소연 할 공간이 전혀 없습니다. 돈을 돌려받기도 힘들지요. 내가 만나 본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내가 기획입국 괜히 시켰다. 차라리 북한에 돈을 송금하는 게 나을 텐데’ 하고 말합니다.”


“국군포로는 브로커들 먹잇감”

조씨는 “햇볕정책과 평화공존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게 지난 9년간 취재하면서 내린 확고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라리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자들에게 지급하는 정착지원금을 없애면 기획입국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탈북자들에게 지급하는 정착지원금으로 북한에 비료와 식량을 지원하고 경제를 일으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조선일보 2005년 8월 기사에 난 사진. "탈북자 45명이 중국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와이다(外大)가에 있는 캐나다 대사관 담장을 철제 사다리를 이용해 필사적으로 넘어가고 있다. 일부는 작업하는 근로자 복장으로 위장했다./제보자 제공"이라고 돼 있다. 제보자는 누구일까? (출처=구글 이미지 검색)


그는 “북한 경제가 살아나면 탈북자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며 “이산가족 상호방문과 면회소 설치도 전면화되면 북에 있는 친척을 기획입국 시키려는 시도도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씨가 처음 탈북자들을 취재할 때는 북한 식량난이 극심할 때였다. “처음 2년은 당연히 한국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3년째부터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4년째는 고민이 정말 깊어졌습니다. 5년째부터 길이 보이더라구요. 처음엔 동정심만 갖고 탈북자들을 대했습니다. 불쌍한 사람으로만 보고 그에 따라 파생되는 현실을 보지 못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냉정한 시선으로 탈북자 문제를 보려고 합니다. 현상에 현혹되지 말고 본질을 직시하는 용기와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북에 있는 친척이나 가족들, 특히 국군포로를 한국으로 밀입국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조씨는 회의적이다. 조씨는 “진짜 가족을 생각한다면 북한에 몇백달러라도 보내주는게 훨씬 좋다”는 입장이다. 5백달러면 1-2년 북한에서 잘 살 수 있고 그 돈을 밑천으로 장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북한에서 50년 넘게 생활한 이들을 한국에 데려온다고 이들이 한국사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국군포로들이라도 북한에서 결혼, 가족을 이룬 경우가 많은데 새로운 이산가족을 만드는 비극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북에 있는 가족들을 한국에 데려오려면 브로커에게 거금을 줘야 하구요. 그 가족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적응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결국 돈은 돈대로 날리고 가정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여러번 봤습니다.”


조씨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국군포로 출신들이 탈북 브로커들의 먹잇감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국군포로 한 사람이 보통 탈북자 몇십명에 맞먹는 돈으로 거래된다”고 주장했다. 


“국군포로 출신들은 거의 인신매매에 가까운 수준으로 탈북자가 됩니다. 브로커들은 ‘일보러 간다, 병원 간다’는 식으로 중국으로 데려옵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만나게 해주겠다며 중국으로 데려와 상봉을 시키지요. 그래놓고는 차일피일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습니다. 10여일 있다가 ‘북에 가면 처벌 받을 것’이라고 협박하지요. 자연스럽게 기획입국이 이뤄지는 겁니다.”


“성폭행·인신매매 다반사”

조씨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한국 정부가 주는 정착지원금 가운데 일부를 수수료로 챙긴다. 선불로 3천-5천만원 정도에 거래가 이뤄진다. 브로커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군포로 출신들이 한국에 들어가면 북에 있는 식구들을 빼오겠다고 접근합니다. 브로커들은 또 국군포로 출신들을 통해 다른 국군포로에 대한 정보를 알아냅니다. 그래서 또 다른 사업을 시작하는 겁니다.” 조씨는 “이산이나 그리움, 아픔을 이용해서 돈을 받는 파렴치범들이 바로 브로커들”이라고 규정했다.


조씨는 “자칭 진보진영이란 사람들이 정말 많이 반성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기획입국 문제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동안 탈북자들의 피해만 누적된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단체들이 현장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탈북자들한테 수수료를 받기 위해 하나원에도 탈북브로커들과 관련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대규모 기획입국을 주도한 ㅅ 목사는 탈북여성을 성폭행하고 탈북자 돈을 갈취하곤 했지요. 중국에서도 브로커들은 인신매매와 성폭행을 일삼으며 기획입국을 준비합니다. 시민단체에서 현지에서 모니터링만 해도 브로커와 반북엔지오들이 ‘탈북자 등쳐먹기’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조씨는 2001년 장길수 사건 이후 끊이지 않고 있는 주중 외국 공관 진입, 이른바 ‘대사관치기’에 대해서도 “하늘 아래 둘도 없는 사기극”이라며 강한 혐오감을 나타냈다. 대사관치기가 빈발하면 자연스레 중국 공안의 단속이 심해질 수밖에 없고 대사관치기를 반북 선전공세로 인식하는 북한의 태도도 경직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에 갈 마음이 없는 대다수 탈북자들은 중국 공안의 단속에 시달리고 북한으로 돌아가기도 어려워지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조씨는 “한국에 갈 의사가 없는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대사관치기 땜에 자기들만 피해본다는 반응이었다”고 증언했다.


“하늘아래 둘도 없는 사기극”

“대사관치기로 기획입국하려는 사람들은 제3국으로 가기 전 중국 공안 앞에서 신원조회를 받습니다. 이때 그들은 자신들이 은신했던 곳과 알고 있는 정보를 말해야 합니다. 그러면 현지 공안은 그들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현지조사를 하지요. 그것 때문에 현지에 있는 탈북자들이 애꿎게 피해를 입게 되는 것입니다. 반북 단체들은 대사관치기라도 해서 탈북자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극소수들에게 자유를 준다는 명목으로 대다수 탈북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게 합당한 일입니까?”


조씨는 흔히 얘기되는 강제수용소 수용이나 처형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거짓말이거나 상당히 과장됐다고 봅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탈북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처형이 상당히 완화됐습니다. 완화된 북한의 조치는 얘기하지 않고 체제위기감에서 나오는 면만 보면 왜곡된 인식을 갖기 쉽겠지요.” 조씨는 “탈북여성들 가운데 상당수가 인신매매로 인해 탈북자가 된 경우이며 탈북자들이 인신매매에 관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2005년 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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