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는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시신을 처리할 화장장이 부족해 장례 절차를 밟지 못했던 사태를 겪었다. 정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화장시설 관련 종합계획에서 화장시설 수급 예측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미흡하게 대응한 것이 화장 대란의 한 원인이 됐다는 국회 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는 화장시설이 현재 얼마나 부족하고, 확충이 왜 필요한지 잘 정리해 놨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민을 조금 더 이어가보면, 화장시설 관련 예산을 정부와 지자체 가운데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고민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초고령사회 대비 화장시설 설치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전국 화장시설과 화장로는 각각 60개와 375개인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감안하면 화장로 1기당 수용인구는 13만명 수준이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집중 때문에 지역별 편차가 극심하다.
서울은 화장시설 2곳(화장로 34기)으로 1기당 수용인구가 32만명이나 된다. 경기(화장시설 4곳, 화장로 48기)는 1기당 25만명, 부산(화장시설 1곳, 화장로 14기)은 1기당 23만명이나 된다. 강원(1기당 5만명), 경북(1기당 6만명), 전북(1기당 7만명) 등과 비교하면 5배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는 고스란히 화장 대란의 지역별 편차와 겹친다. 지난 2월만 해도 77.9%가 장례 3일차에 화장을 할 수 있었지만 3월말에는 그 비율이 30.9%로 하락하면서 장례 기간을 늘리거나 인접 지역 화장시설을 이용하면서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다. 지역별로 3월의 3일차 화장률을 보면 서울 5.6%, 부산 5.8%, 대구 10.2%, 인천 12.4%, 경기 14.8%를 기록했다.
평소 화장로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보고서는 “14기는 고장이 난 상태였고, 예비로 마련해 둔 화장로 52기도 갑자기 가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전체 화장로 376기 중 310기만 운영이 가능했다”면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관련 예산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점에서 보고서는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현행 화장시설 관련 예산은 국고보조사업으로 돼 있는데, 지자체 예산만으로 감당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것. |
보고서에 따르면 화장시설 신·증축과 화장로 신·증설 국고보조율은 70%, 화장로 개·보수 국고보조율은 50%다. 일반적으로 화장로 1기를 신설하려면 6억원이 필요한데, 국고 지원기준 단가는 3억 6000만원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실제 국고보조율은 70%에 미치지 못한다. 차액만큼 지자체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보고서는 “화장로 연료 교체를 포함한 개·보수 국고 지원 단가도 화장로 1기당 2억 2000만원인데, 3~5년 주기로 발생되는 노후 화장로의 실제 보수비는 이를 상회하는 데다, 교체 주기가 짧은 단순 소모품 구입비 등은 지자체에서 전액 마련하고 있어, 해당 시점에 지자체가 추가로 투입할 예산 여력이 없으면 고장난 채 방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내년부터 새로 시작되는 제3차 종합계획 수립 시 화장시설 확충에 대해 특별한 관심과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국가는 시설 신증축과 개보수에 따른 국고보조율을 높이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으며, 지자체는 인접 지자체와 공동으로 시설 설치·운영·관리에 참여함으로써 지역주민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용의 묠르 살리는 방안 등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 지자체 혼자 감당하기엔 예산이 충분치 않구나.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하는구나' 하는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화장시설이 가장 부족한 건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구 등 인구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 지자체들은 대한민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재정형편이 가장 좋은 곳이다. 현재 화장시설 설립과 운용은 중앙정부가 국고보조사업으로 지자체에 예산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국고보조율 70%는 지자체가 감당하기엔 부족한 액수일까, 지자체에 더 많은 지원을 해주면 문제가 해결될까. 국가업무로 보고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게 맞을까. 아니면 지자체의 책임성을 강화하는게 맞을까. 화장시설 설립과 운용이라는 문제를 생각하다보면 국가와 지방의 재정책임 문제, 더 나아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분담이라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좀 더 고민해본 다음에 다음 글에서 고민을 풀어보도록 한다. |
인구 지난해 19만명 감소… ‘나 혼자 산다’ 첫 40% 돌파 (0) | 2022.08.25 |
---|---|
지방의정 문제해결형 교과서 나와 (0) | 2022.07.27 |
서울시 재산세 공동과세, 전국에 확대하면 어떨까 (0) | 2021.12.10 |
지자체와 교육청 칸막이 해소, 지방(교육)재정에 답이 있다 (0) | 2021.11.18 |
코로나19 와중에... 지역사랑상품권 지원예산 77% 삭감 논란 (0) | 2021.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