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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

당신이 아침에 먹은 건강기능식품들… ‘의약품’ 아닙니다

by 자작나무숲 2020. 9. 16.

직장인 A씨는 최근 부모님과 한바탕 언쟁을 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선 면역력 강화가 중요하다”이라며 크릴오일 제품을 먹으라는 부모님에게 “크릴오일은 건강식품이 아니니 쓸데 없는데 돈 쓰지 말자”고 대답했지만 돌아온 건 “젊었을 때부터 건강 챙겨야 한다”는 타박 뿐이었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비타민 영양제’나 루테인, 글루코사민같은 수십가지 ‘건강기능식품’을 쇼핑하듯이 쌓아놓고 복용한다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은 외외로 찾기 어려운것도 사실이다.

건강기능식품이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제품을 말한다. ‘기능성’이란,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하여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 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을 가리킨다. 2002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건강기능식품을 법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6년 처음으로 매출액 2조원 규모를 돌파한 뒤 지난해에는 2조 9500억원 수준까지 늘었다. 매출액이 가장 큰 품목은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 등이다. 건강기능식품 구매목적은 대체로 면역력 증진, 피로회복, 장 건강, 영양보충을 꼽았다.

TV 프로그램이나 홈쇼핑 채널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커지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건강기능식품은 속성상 식품인듯 의약품인듯 모호하게 비치는데 이 틈새를 활용해 건강 걱정이 많은 한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셈이다. 거기다 의사나 한의사까지 등장해 “건강 챙겨야 합니다” 한마디 해주면 ‘저녁없는 삶’에 지친 이들의 마음이 솔깃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허위과장광고 역시 한몫한다. 식약처는 지난 4월 보도자료를 내고 “크릴오일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고 발표하는 등 건강기능식품 관련 허위과장광고 단속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건강기능식품을 ‘건강식품’ 혹은 ‘건강보조식품’을 구분하지 못한다. 건강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을 자양강장이나 정력 같은 단어와 동일선상에서 떠올리면서 오해가 오해를 부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건강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은 말 그대로 건강에 좋다고 혹은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라고 사람들이 믿는, 그냥 식품일 뿐이다. 법적인 개념도 아니고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개념은 더더욱 아니다.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어디까지나 식품이다. 만약 검은콩에 있는 특정 성분에서 추출한 알약을 먹으면 병이 나을 정도로 효능이 좋다면 그 알약 제조업체는 당장 홈쇼핑 홍보 그만두고 특허신청을 낸 다음 의약품으로 판매해서 돈방석에 앉을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강기능식품으로 인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식약처가 운영하는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신고센터에 따르면 신고건수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신고건수가 4168건에 이른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상사례 증상으로는 설사, 복통, 두드러기, 메스꺼움, 변비가 대부분이었다”면서 “영양보충용제품, 프로바이오틱스, DHA/EPA함유유지, 가르시니아캄보지아추출물 등이 신고 사례의 약 60% 정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은 건강기능식품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과유불급’이라고 강조한다. 반드시 제품에 기재된 섭취량과 섭취방법을 따라야 하고, 그 이상을 복용하면 효과가 더 커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는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면 굳이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그다지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면서 “건강기능식품을 만병통치약처럼 의존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건강기능식품도 골고루 규칙적으로 챙기는 삼시세끼와 운동, 휴식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강하려면 건강기능식품 머리에서 지우세요”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개념 자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 합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교수는 메타분석(개별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하는 연구방법)을 통해 건강기능식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연구를 10년 넘게 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그가 15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은 딱 두 가지, “건강기능식품 먹을 필요 없다”와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휴식, 적당한 운동 세 가지 말고 건강에 왕도는 없다”로 정리할 수 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일반인의 상식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인 비타민 역시 예외가 아니다. 명 교수는 “최근 10여년간 비타민 영양제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쌓이고 있다”면서 “비타민C 보충제를 과다 복용하면 오히려 위장이나 비뇨기 등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거론되는 수많은 제품 중에서 굳이 효능을 인정한다면 임산부용 엽산 딱 하나 정도”라고 말했다.


명 교수는 “신약 개발은 최소 수백억원씩 돈이 드는데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성 검증이 허술하다”면서 “건강기능식품이란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밖에 없다. 미국만 해도 ‘식이보충제’에 관한 규정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말 자체가 국민들에게 의약품이라는 인상을 주면서 혼란만 커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정작 ‘건강 유지’나 ‘건강 개선’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건강 유지와 개선 자체가 질병 예방과 치료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정부 스스로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명 교수가 말하는 해법은 식품이면 식품으로, 의약품이면 의약품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는 “의약품과 똑같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효능을 입증하면 의약품으로 인정해주고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된다”며 “오메가3, 글루코사민 등 건강기능식품에도 유행이 있는데, 온갖 몸에 좋은 성분으로 만든 제품을 의약품으로 비싸게 팔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명 교수는 특히 “제대로 된 식사나 운동은 하지 않으면서 건강기능식품만 찾다가 부작용을 겪는 환자를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건강을 위해서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채소나 과일처럼 몸에 좋은 식품을 찾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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