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재뒷얘기

긴급재난지원금 신속지급, 행안부 사무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by 자작나무숲 2020. 6. 8.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돕기 위한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한 가구는 4일 현재 2152만 가구, 지급 액수는 13조 542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지원 대상 가구의 99.1%, 액수로는 95.1%다. 약 3주 동안 전 국민 대상 지급을 거의 완료한 셈이다. 지원금 중 소비를 통해 시중에 풀린 액수도 지급액의 64%나 된다.


이 같은 신속한 집행은 간단해 보이지만 그 뒤에는 엄청난 디테일이 숨어 있다. 정부가 직접 재난지원금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고 카드사 홈페이지에 바로 신청하도록 한 덕분에 신원 확인도 신속해지고 카드 충전금 형태로 지급도 간편해졌다.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을 버리고 금융권 자원을 활용한 덕분에 속도와 안정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최근 일본 한 방송에서 한국 사례를 소개할 정도로 주목받는 이런 방식이 가능했던 것은 행정안전부 공무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헌신이 있었다.


일본 방송에서 한국 긴급재난지원금 사례를 설명하면서 일본과 차이점을 비교해주는 모습.


행안부는 처음에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과 지급을 직접 서비스하는 홈페이지를 자체적으로 만들고자 했다. 실무자들이 가장 걱정한 건 안정성 문제였다. 자칫 신원확인 과정에서 오류가 나거나 중복지급 사태가 나지 않아야 했다. 신청자 신원 확인 과정에서 오류가 나거나 중복 지급 사태가 나지 않도록 하려면 본인 인증이 필요하니 이를 위해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수천만명이 사용하는 사이트를 단기간에 만들려니 야근을 거듭했다. 4월 7일 열린 민관 점검회의에서는 접속자가 폭주하지나 않을까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회의장 한 켠에 앉아 있던 이빌립 행안부 디지털정부정책과 사무관은 아이디어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다. 이 사무관은 “은행에 가면 개개인의 세금우대한도나 비과세 한도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면서 “긴급재난지원금도 지급 대상자의 계좌나 카드 정보를 카드사가 다 갖고 있으니까 카드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해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충전금으로 지급하면 어떨까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정부 사이트가 아니라 카드사 사이트를 통하면 뭐가 좋을까. 일단 여러 카드사로 접속자가 분산된다. 연락처와 카드번호를 정부 사이트에서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이 바로 지급이 가능하다. 이 사무관은 곧바로 서주현 디지털정부정책과장에게 얘길 했다. 서 과장은 그날 저녁 간부회의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설명했다. 4월8일에는 행안부 차원에선 이 사무관 아이디어로 확정이 됐다.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14일에는 범정부 TF에서 정부차원의 결론을 냈고, 사흘 뒤엔 카드사 관계자들한테도 동의를 이끌어냈다. 서 과장은 “정부가 사이트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면 본인인증부터 시작해 온갖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행안부는 주민번호는 자료를 갖고 있는데 전화번호와 카드번호를 안갖고 있다. 이를 확인하려면 또 카드사에 물어봐야 하는 셈이다”는 점을 들어 카드사와 연계하는 방식이 갖는 장점을 설명했다고 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가능했던 건 이 사무관의 독특한 이력도 한 몫했다. 그는 새마을금고 중앙회에서 시스템 개발·관리 업무를 3년 가량 한 뒤 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 지원과 외부감찰 등으로 일했다. 2011면 민간경력채용 1기로 공직에 발을 들인 뒤 지금은 행안부 디지털정보정책과에서 기획업무를 맡고 있다. 서 과장은 “이 사무관이 금융과 정보기술 양쪽을 이해하다보니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일주일 넘게 야근해서 작업한 걸 갈아엎자는 얘기였다. 그래도 과장님이 속도와 안정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구나 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다”고 화답했다.  




댓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