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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생각/지방재정

by betulo 2020. 6. 2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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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투명 유리로 돼 있어서 공중을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소양강 스카이워크’ 매표소에서 2000원을 입장료로 내면 그 액수만큼 ‘춘천사랑상품권’을 되돌려받는다. 관광객들은 ‘춘천사랑상품권’으로 춘천에 있는 식당이나 커피점, 주유소 등에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춘천 밖에선 쓸모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춘천에서 뭐라도 사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니 지역 소상공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지역사랑상품권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민단체가 대안운동 차원에서 지역화폐 실험을 하면서 처음 시작된 뒤 2000년대 후반부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도입 논의가 활발해졌다. 지자체가 다양한 실험을 벌이고 중앙정부가 전국적인 모델로 확산시키는 선순환 과정을 거쳐 이제 지역사랑상품권은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없는 곳을 찾는게 더 빠를 정도로 대세로 자리잡았다. 올해 전체 발행액 역시 당초 3조원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면서 6조원까지 늘어났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자체에서 조례로 발행하고 그 지역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상품권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정부 지원과 지자체 자체 지원으로 할인율을 통상 10%로 적용해 음식점이나 슈퍼마켓 등 생활밀착형 업종에서 주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상품권은 판매, 가맹점 사용, 은행 환전 과정을 거치는데 판매액 대비 환전 비율이 지난해 월평균 94.7%에 이를 정도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를 위해 올해 발행액 가운데 36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상품권이라는 이름 때문에 종이 모양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얼핏 봐선 신용카드와 구분이 안되는 선불카드 형태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곳도 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선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결제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고기동 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은 “대체로 도시 지역은 카드형태, 시군에선 전통적인 상품권 형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소개했다. 


 지역마다 생기면서 천편일률적인 ‘○○사랑상품권’에서 벗어난 톡톡 튀는 이름으로 존재감을 뽐내는 경쟁 아닌 경쟁도 생겨났다. 국내 최대 석탄생산지였던 지역 색깔을 활용한 탄탄페이(강원 태백시), 지역사랑상품권을 써주면 은혜를 갚는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결초보은(충북 보은군)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시루(경기 시흥시), 오색전(경기 오산시), 양평통보(경기 양평군), 정감(전북 정읍시), e바구페이(부산 동구) 등도 좋은 이름으로 꼽힌다. 



 지역사랑상품권이 2018년 3714억원에서 올해 6조원으로 단기간에 급속히 확대되면서 주무부처인 행안부에선 그만큼 고민도 깊어졌다. 무엇보다도 가맹점을 통한 불법환전, 이른바 ‘깡’이 가장 골칫거리다. 불법환전은 지자체별로 조례로 제각각 운영하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데다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늘면서 우려도 높아졌다. 행안부는 최근 긴급대응팀을 편성해 행정지도와 업소 방문 등 불법환전 방지에 고심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요즘 유튜브에서 ‘1일1깡’이 유행이라지만, 지역사랑상품권 담당 부서에선 ‘깡’ 소리만 나와도 가슴이 철령 내려앉는다”고 귀띔했다. 


 행안부에선 지역사랑상품권법이 국회를 통과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면 불법환전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법은 지자체장과 협약을 맺은 판매대행점만 지역사랑상품권의 보관·판매·환전을 대행할 수 있도록 하고, 각종 불법환전은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서울신문 2020년 6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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