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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

방사성폐기물에 과세를 해야 한다

by 자작나무숲 2020. 4. 30.

 방사성 폐기물에 지방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지역자원시설세 과세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자동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법개정을 추진해온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5개 기초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에선 지속가능한 탈원전정책을 위해서라도 법개정이 시급하다며 국회를 상대로 한 막판 설득작업에 나섰다. 


 행안부 등에 따르면 최근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전 가동이 감소하면서 원전이 자리잡은 부산 기장군 등 5개 기초지자체는 지역자원시설세가 급감하고 있다. 가령 6개 원전이 위치한 영광군은 지역자원시설세 세입이 2015년 410억원에서 2019년에는 23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급감했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각종 지방세입을 모두 더해도 2015년 594억원에서 지난해 381억원으로 줄었다. 기장군 역시 같은 기간 지역자원시설세는 390억원에서 325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들 지역의 전체 지방세수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9%에 이른다. 



 현행 지역자원시설세는 발전량(당해연도 kWh당 1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노후 원전이 가동을 중단하면 지역자원시설세는 물론 중앙정부에서 받던 기본지원금(전전년도 kWh당 0.25원)도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2017년 고리1호기가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2023년에는 고리2~4호기, 2025년에는 영광군 한빛1호기, 2026년에는 한빛2호기가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정부는 폐쇄한 원전을 방사성폐기물 보관장소로 재사용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해당 지자체는 고위험 시설에 따른 위험부담만 떠안고 보상은 전혀 받지 못해서 이중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핵오염 가능성이라는 고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당사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차원에서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기본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 셈이다.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이개호, 미래통합당 강석호·유민봉 의원 등 13명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크게 보면 별도 지방세로 핵연료세를 신설하거나 기존 지역자원시설세 대상에 방사성폐기물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가령 박 의원이 발의한 핵연료세는 원자로 가동여부와 관계없이 발전용 원자로에 사용하는 핵연료 자체에 과세하도록 해서 원전 주변지역 생활환경 정비와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선 관련 법안을 2년 가량 논의했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현재 안행위 법안심사소위에 보류돼 있다. 


 원전이 자리잡고 있는 지자체와 행안부에선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 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역자원시설세 과세확대는 2018년 정부가 발표한 자치분권종합계획에도 포함된 국정과제”라면서 “고위험 시설에 대한 원인자 부담 우너칙, 지역자원 이용에 대한 수익자 부담원칙을 볼 때 과세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에는 원전이 자리잡은 11개 현에서 핵연료세가 존재해 원자로 가동여부와 관계없이 일정한 세수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4월30일자 서울신문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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