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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13. 20:32

[재정분권을 다시 생각한다(1)] 어긋난 '진단'

지방세 확대의 역설... '2할자치'가 문제일까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부터 시작해 국정과제와 자치분권 종합계획 등을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치분권, 그리고 자치분권의 핵심 수단인 재정분권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등장하는 해법은 언제나 현행 8:2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 즉 “2할자치”를 7:3으로, 장기적으론 6:4까지 바꾸겠다는 것이다. 지방소비세 10% 포인트 인상은 이를 위한 핵심 수단이다. 


 이런 진단이 유효하려면 현재 8:2인 구조가 왜 문제인지, 나아가 “4할자치”가 되면 뭐가 좋으며 어떻게 좋아지는지 분명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의 동의도 필수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재정분권 옹호론자들조차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거나 “국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날 정도다. 지방재정학자 A교수는 “일부 전공자들의 열의가 과대대표되는데다, 선거 때마다 지방표를 의식한 후보들이 재정분권 확대를 공약하고 별다른 토론도 없이 추진하는 식이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국세와 지방세 비중 6:4’를 천명하기 전까지만 해도 지방분권론자들의 목표는 ‘국세와 지방세 비중 7:3’이었다. 이들에게조차 6:4는 어느날 갑자기 제시된 목표치였다. 한 자치분권위원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 재정분권론자들 술자리 구호가 ‘칠대삼’이었다”고 증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애초에 불가능한 공약이었다”면서 “솔직히 말해서 애초에 첫단추부터 잘못 꿴 공약이었다. 현행 8:2 구조가 문제라고 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7:3 목표조차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방재정학자 B교수는 “왜 7:3이냐 하면 솔직히 근거가 희박하다”면서 “지방세 비중이 적다고들 하지만 국제비교를 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7:3은 일종의 정치적 구호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7:3으로 맞추려면 십몇조원이 지방으로 추가로 가야 한다. 그게 가능한가. 처음부터 이룰 수가 없는 목표였다”고 지적했다. 범정부 재정분권TF에 참여했던 C교수 역시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나라마다 역사적, 제도적 맥락에 따른 것이지 정답이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2할자치가 악도 아니고, 4할자치가 선도 아냐”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지방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는 요구는 수십년째 계속됐다. 크게 보면, 중앙정부가 내국세 내국세 수입의 19.24%를 지자체에 나눠주는 지방교부세(2019년 기준 약 52조원)를 늘려주는 방식과 지방세 자체를 늘려주는 방식 두가지가 있다. 지방재정학자들 다수는 지자체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차원에서 지방세를 늘리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 재정분권의 기본 전제가 됐다. 


 지난해 범정부 차원에서 구성한 재정분권TF는 초기부터 지방세 확대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그 결과물이 바로 “부가가치세의 11%를 지방에 주는 지방소비세율을 10% 포인트 인상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관련 전문가는 물론 지자체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많다. 무엇보다 지방소비세 인상이 재정분권을 강화하지도 못하는데다 지역간 불균형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방재정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여러 분석결과에서 그대로 되풀이된다. 


이현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과 정종필 지방자치인재개발원 교수가 지난 3월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와 행정안전부 주최로 열리는 자치분권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지방소비세 인상에 따른 지방재정 영향 예측’에 따르면 지방소비세 인상에 따라 지역상생발전기금과 조정교부금, 교육비특별회계와 지방교부세 등으로 인한 직간접 증감 효과까지 모두 반영한 지방소비세 10% 포인트 인상으로 인한 지자체 순증가액은 4조 6585억원이다. 


 정부가 지방소비세를 늘린다고 지자체 세입이 마냥 늘어나는건 아니다. 지방소비세가 늘어난만큼 내국세 수입이 줄어들고 이는 곧 지방교부세를 나눠줄 수 있는 분모 자체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지방소비세 증가를 지방교부세 감소가 상쇄시킨다. 서울·경기처럼 지방소비세 증가액이 워낙 큰 곳만 예외일 뿐이다. 


 지방소비세가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건 이명박 정부가 지방소비세를 도입할 때부터 논란이 됐다. 당시 정부는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지방소비세 배분방식을 민간최종소비지출을 백분율로 환산한 시·도별 소비지수에 지역별 가중치(수도권 100%, 비수도권 광역시 200%, 비수도권 도 300%)를 적용하는 것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복지예산 증가에 따른 재정부담이 가장 많은 광역시가 도에 비해, 광역시 자치구가 군에 비해 차별받게 됐다. 


지방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지역별 순증가율을 보면 광역시도 간 불균형이 심각하다. 2016년도 결산분석 자료를 기준으로 한 지역별 순증감 비중은 경북(10.0%)과 경남(9.0%)은 경기(13.0%)나 서울(12.5%) 못지않고, 부산(5.6%)이나 대구(4.3%)보다도 두 배 가까이 많다. 이는 다시 광역시 자치구와 군 사이에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자치구는 기초연금·아동수당 등 복지예산 증가에 따른 재정부담을 가장 많이 받는데도 군 지역보다 더 적게 배분받는다. 군 지역은 17.5%, 자치구는 11.7% 늘어난다.


인천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차별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인천의 순증가율은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금 688억원을 내야 해 2.3%(1093억원)에 그친다. 세종·제주·울산에 이어 가장 적다. 수도권 지자체가 출연하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은 경북·경남 등 비수도권 지자체에 배분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현행 지방소비세 배분 기준 자체가 너무 조악하다보니 지역별 배분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없다”면서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8대 2는 ‘악’이고 6대 4는 ‘선’이라는 도그마에서 벗어나 지방재정조정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계속되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방소비세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는 뭘까. C교수는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 모두 지방소비세 인상에 큰 이견이 없었다. 다른 세목을 건드리는 것보다 간편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행정편의주의였다”면서 “더 큰 문제는 관료들이 어떻게든 대통령 공약에 맞출 수밖에 없는 문제다.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방소비세 인상이 지자체에 미치는 분석결과가 나올때마다 되풀이되는 풍경이 있다. 광역시와 도 사이에 표정이 엇갈린다. 특히 인천이 가장 큰 문제를 제기한다. 서울과 경기는 어차피 손해볼게 없다. 비수도권 시군에서도 크게 불만은 없다. 하지만 여기에도 변수가 생겼다. 정부가 재정분권 방안의 하나로 약 3조 6000억원 규모의 국고보조사업을 지방사무로 이양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들 대부분이 시군으로 넘어온다. 시군으로선 수익 늘어나는 만큼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지방재정 전공인 D박사는 “정부는 지방소비세를 늘려주는 대신 지자체의 부담을 늘리고 싶어한다. 그래서 등장한게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 사업 일부를 지방에 이양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균특은 국가가 균형발전을 위해 별도 재원을 만들어 해오던 건데 이를 재정분권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에 넘기는 건 결국 재정분권이란 이름으로 균형발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정분권은 지방에서 먼저 요구하는 의제였다. 중앙정부의 ‘갑질’을 벗어나 자율성을 확대하자는 요구는 특히 지자체의 혁신실험이 정당성을 확보하며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재정분권이 사실상 지방소비세 10% 포인트 인상으로 귀결되면서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 광역시와 도, 기초지자체 사이에 지방소비세와 지역상생발전기금 배분 방식, 균특 보전 등을 둘러싼 갈등만 도드라지고 있다. 


서울신문 2019년 9월10일자에 실린 기사를 수정보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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