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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생각한다/북한인권 담론 비판

학생운동 동료였던 이들이 말하는 “안습, 뉴라이트”

by betulo 2007.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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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자유주의연대 창립기념 토론회에서 91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 최홍재 운영위원(시대정신 편집위원)이 “386운동은 사회주의 운동이었다”며 “반성을 촉구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386 출신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대협동우회는 조만간 공개적인 비판입장 표명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386출신 시민들은 “안쓰럽다” “황당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정말로 바뀌지 않은 것은 오히려 자유주의연대와 북한민주화운동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전문환 전대협동우회장(89년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발언 하나하나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이라면서도 “일부 언론이 말하는 뉴라이트에 대해서는 조만간 공식 입장표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학원 강사로 일하는 전씨는 개인 입장을 전제로 “한마디로 슬프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전향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사상의 자유를 절실하게 생각하게 됐다”며 “그들이 사상고백이란 말을 너무나 쉽게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들이 말하는 것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공허한 주장”이라며 “결국 이념논쟁 한번 해보자는 건데 그게 과연 필요한지 의아하다”고 밝혔다.

다른 이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터넷 업계에서 일하는 전상현씨(1988년 2기 전대협 중앙간부)는 “한마디로 안쓰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기들이 새 일을 하고 싶으면 새 일을 창조하면 되는건데 자기가 했던 운동을 비하하고 부정해야만 자기가 꿈꾸는 세상으로 갈 거라는 생각이 안쓰럽다”며 “정말로 북한식 통일을 바라고 운동했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전씨는 “보수집단이 정의에 기반하지 못하고 불의와 부패에 기반하기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못받는 것”이라며 “보수진영으로 갔으면 엉뚱한 데 에너지를 쓰지 말고 정의에 기반한 보수가 되어 국민의 지지를 받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세력은 욕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고 민족의 길을 밝히는 세력”이라고 꼬집었다.

IT업계에서 일하는 이영모씨(가명, 92년 전대협 중앙간부)는 “그런 얘기를 할 줄 정말 몰랐다”며 “놀랍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가 민주화되고 발전했는데 그들만 그동안 골방에 있었던 것 같다”며 “머리로만 사회를 이해하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80년대 운동가들이 친북성향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남북교류협력이 활성화되고 자주 접하면서 친북성향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거 아니겠느냐”며 “정말 중요한 것은 운동을 하면서 가졌던 가치를 잊지 않는 것인데 그들은 그것마저 부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이선욱씨(1994년 2기 한총련 중앙간부)는 “그들이 훈장이나 벼슬로 생각하고 운동을 했던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한마디로 황당하다”고 말한다. 그는 “당시 우리가 품었던 통일, 인권, 자유, 평화라는 가치조차 부정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사회 개혁과 진보를 가로막는 세력에 빌붙어서 과거 운동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을 보니 ‘극좌와 극우는 통한다’는 말이 생각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대 초중반 학생운동을 할 당시 항상 대중성을 강조했지만 좌편향이 분명히 있었다”면서 “그렇더라도 386이 소중한 것은 대다수 386들이 현장에서 눈에 띄지 않게 우리가 외쳤던 가치들을 조금씩이라도 실천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생활을 해보니 운동이 뭔지도 모르지만 유연하고 건강한 상식을 갖고 사는 사람이 훨씬 소중하다는 걸 배웠다”며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말만 앞세우는 사람보다 훨씬 사회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11월 25일 오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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