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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8 13:00

[격돌대담] 북한인권, 어떻게 볼 것인가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vs 이광백 시대정신 편집장

오창익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라”
이광백 “북한민주화는 통일 전제조건”

 <시민의신문>은 569호 특집이었던 ‘북한인권’ 후속으로 지난 2일 북한민주화운동 이론가 가운데 한 명인 이광백 계간 시대정신 편집장과 인권운동가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을 초청해 격돌대담을 마련했다. 이들은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상당한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이들이 가장 명확하게 이견을 보인 부분은 크게 북한인권문제 원인과 해법이었다. 오창익 국장은 “평화와 생존이라는 원초적 인권을 우선 해결하면서 순차적으로 북한인권문제를 북한인민들 스스로 고치도록 도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이광백 편집장은 “북한은 김정일 수령독재로 인해 내부개혁이 거의 불가능하며 김정일 정권은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남북긴장을 두려워하지 말고 인권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면서 김정일 정권 타도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열한 토론을 벌이느라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대담은 6시가 넘어서야 끝을 맺었다. <편집자주>

참가자:
시민의신문 편집국장 최방식(사회)
인권연대 사무국장 오창익.
자유주의연대 편집장 이광백


최방식
: 최근 북한인권법안 통과를 계기로 북한인권문제가 새롭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60년 넘게 계속되는 분단을 끝내고 통일과 평화를 모색하려는 남북한은 북한인권법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북한인권법안에 대해 환영하는 단체도 있고 반대하는 단체도 있을 것이다. 북한 인권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 북한 정권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둘러싸고 복잡하게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먼저 각자 입장을 들어보고 싶다. 북한인권 현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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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백: 북한인권문제는 대단히 복잡하고 중층적이다. 북한은 규모나 질에서 세계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인권유린이 존재한다. 먼저 90년대 중반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식량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최소 2백만에서 3백만이 이르는 우리 민족의 소중한 생명들이 굶어 죽었다. 그게 가장 큰 인권 문제다. 우리는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가 이들을 죽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나온 문제가 아니다.

두 번째로 북한 정권은 인간의 보편적 권리인 생존과 자유, 생존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 사상․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치범수용소이다. 정권수립이후 1백50만 가량이 수용소에서 죽어갔다. 지금도 20만명이 수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자는 그것을 서구식 개념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인권유린을 피해서 탈출한 탈북자 문제이다. 이들은 합법 신분이 아니다. 북한에 다시 들어가면 처벌당하기 때문에 계속 도망다녀야 한다. 수배와 구금, 감금, 도망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뚜렷한 해결책도 없이 방치돼 있다. 6천여명에 이르는 입국자들 인권문제도 존재한다. 90년대 이후 입국자도 급격히 늘어났다. 이들은 한번도 자유를 누려본 경험이 없어서 사회 부적응자가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본질은 무엇인가. 북한 인권문제는 가혹하고도 철저한 수령독재가 낳은 부산물이다. 인도적 지원이나 선언적인 법률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북한체제를 근본적으로 민주화하고 개혁개방 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북한인권을 위해서라도 북한민주화를 먼저 이뤄야 한다.

오창익: “인권없는 인권운동, 인권기본개념부터 공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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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 식량난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인 생존권 문제다. 그런 점에서 식량난을 가장 큰 인권문제로 보는 의견엔 전적으로 동감한다. 다른 의견에도 대체로 동의한다.

북한인권을 얘기하려면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장애가 많다. 그럼에도 다양한 증언과 자료를 통해서 북한에서 시민적․정치적 권리가 극도로 제약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라는 표현이 반공교육을 떠올리게 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사실 북한 헌법 전문에서 ‘당도 인민도 국가도 수령에 복무하는 체제’라는 말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오로지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가 북한 인권문제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북한인권이 심각한 것은 소련해체, 사회주의권 몰락, 미국의 경제봉쇄, 북핵문제 등 다양한 원인을 갖고 있다. 북한인권문제의 원인을 오로지 수령독재로 보는 건 놀랍다.

오창익: “한가지 코드로만 북한 보는 것은 위험하다”
이광백: “수령독재체제가 북한 인권문제 원인 90%는 된다”

: 최근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인권법안에 서명했다. 북한인권법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인권문제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보나.

: 북한인권법 제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타국 인권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에서도 북한인권법안을 둘러싸고 논쟁이 많았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인간의 생명과 자유는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에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이다.

정치적 목적만 따질 것이 아니라 법의 긍정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오히려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북한 인민들이 죽어갈 때 우리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북한인권법안은 사실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먼저 만들어야 했다. 이제라도 한국사회 모든 사람들이 북한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인권법도 제정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 미국이 보편적 인권을 위해 북한인권법을 만들었다는 시각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북한인권법안은 북한 인권에 진지한 고민이나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며 가장 원초적인 인권문제인 식량난이라는 현실을 개선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국제사회에서 인권은 인권외교의 차원에서 다뤄지는 것이 실제 국제사회에서 인권의 역사였다. 냉전시대 미국은 사회주의권 국가의 인권문제만 거론했고 소련은 자본주의 진영의 인권문제만 거론했다.

: 드러나는 북한인권 현상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의견도 달랐다. 그럼 북한 체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이 편집장은 북한체제가 북한 인민을 옥죄니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오 국장은 북한체제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고 다양한 측면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광백: “20세기 진보개념으로 북한민주화운동 재단 말라” 

: 북한 인권상황이 악화된 데에는 여러 원인을 나열할 수 있다. 다만 비중이 다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고 비중있는 원인은 수령독재라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한계가 드러났는데도 기득권만 지키려고 하는 김정일 정권이 문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단적인 예로 94년 이래 식량난으로 수백만이 죽었다. 그런데 김정일 정권은 김일성 주석이 죽고 나서 8억9천만달러를 들여 금수산의사당을 꾸며 김 주석을 안치했다. 그것은 김정일 수령독재체제만 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인권문제라고 본다. 2-3억 달러면 옥수수 2백만톤을 중국에서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인민의 나라라면 그 돈을 굶주리는 인민을 위해 써야 하는 것 아니냐.

: 그런 식의 설명은 이전 북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1970년대까진 북한이 남한보다 더 잘 살았고 제3세계의 새로운 모델로 각광받았다. 그때는 수령독재가 아니었나? 그렇지 않다. 하나의 요소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금수산의사당 얘기는 어디서 나온건지 잘 모르겠다. 건물하나 짓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들였다는 건 사실 잘 이해가 안된다. 물론 인민이 고통받는데 집권세력이 막대한 돈을 쓰는 건 부도덕하다. 금수산의사당 때문에 북한이 그렇게 됐다는 건 비약이다. 수령독재체제를 문제삼기 위한 과장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가지 코드로만 보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문제는 언제나 본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느 문제든지 원인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면 수백 수천가지를 댈 수 있다.

: 북한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 사회는 여러 요소가 다양하게 결합하는 곳이고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분명 문제는 많다. 그러나 수령체제로만 모든 걸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수령체제가 국가정체성에 상당한 구실을 한다는 것이 북한문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게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여러 현상이 지금 실제로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

오창익: “햇볕정책․북한 연착륙 유도만이 대안”
이광백: “김정일 정권 교체만이 북한인권 해결책”

: 북한을 여러 요소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북한의 특수성이다. 북한체제는 사회 구성원들이 엉키고 설켜 복합적으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다. 그것이 바로 수령독재체제이다. 수령의 지위와 역할이 북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내가 아는 한 북한 인민은 ‘수령을 위해, 수령의 지시대로 혁명하는 것’이 유일한 세계관이고 가치관이다. 거기서 벗어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있어도 살아남기 힘들다. 굶어죽기 싫어도 조선노동당이 배급 안해주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게 북한 체제다. 김정일은 인류의 이상을 위해 노력하는 공산주의자도 아니고 독재자일 뿐이다.

: 거듭 강조하고 싶다. 북한체제를 극히 단선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 가지만 보려고 하면 인식의 오류를 갖게 되고 실천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북한 젊은이들은 삼수 사수 오수 해서 머리 싸매고 김일성대학에 입학하려고 한다. 평양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 평양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수령을 위해 김일성대학 가려고 공부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수령독재체제도 중요하겠지만 북한 인민들의 다양한 욕구가 사회 속에서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하나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 북한은 인간중심의 이상사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가 북한체제의 가장 주요한 문제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것이 주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 물론 북한은 사회주의 이상사회가 아니다. 이라크에서도 보듯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미국의 고립봉쇄로 인한 경제제재 등 북한으로선 다른 탈출구가 없었다는 것이다.

: 사회주의 몰락 이후 북한이 미국의 경제봉쇄로 인해 고립돼 탈출구가 없었다는 얘기인데… 냉전시기에는 경제봉쇄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언제부터 경제봉쇄 문제가 중요해졌는가. 나는 북핵위기 이후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북한에 관심도 없다가 북핵문제에 당황했을 것이고 무기개발이나 핵과 관련한 물자들을 봉쇄하려고 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경제교류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본다.

: 한꺼번에 얘기하면 앞에 얘기한 거 잊어버리지 않느냐. 짧게 끊어서 얘기하자. (웃음) 경제봉쇄 때문에 식량난이 생겼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다만 여러 요인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문제도 있고 경제 고립, 사회주의 몰락, 자연재해 문제 등 다양한 요인들이 체제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막말로 수해도 없고 가뭄도 없었다면 죽더라도 그렇게 많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나의 요소만 있는게 아니라 여러 요소가 있는데 왜 하나만 강조하느냐. 그게 문제라는 것이다.

: 하나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령독재체제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 경제봉쇄 품목을 한 번 살펴보기 바란다. 미사일이나 핵 관련한 품목 아니면 경제봉쇄 안한다. 북한은 마음만 먹었더라면 유럽같은 나라와도 경제교류 할 수 있었다. 북한은 그렇게 안했다. 설사 북한이 문호를 개방한다 하더라도 투자 매력이 없어서 투자할 기업도 없겠지만.

: 북한 정권의 의지를 문제 삼는데 그 문제를 보자. 94-95년 당시 정의구현사제단에서 일할 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여러 번 접촉했다. 솔직히 조평통 위원장이 사제단 마중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조평통 서기국장이 나오더라. 당시 부위원장은 개신교 목사를 만나고 위원장은 정통부장관과 만나고 있었다.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북한이 얼마나 노골적으로 대북지원을 요구하느냐.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국가 공무원으로서 자존심 구겨가면서 지원을 요청한다. 그런 진정성은 인정해야 한다. 식량난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는 거라고 본다.

오창익: “부시정권이 한반도 평화 위협한다”
이광백: “북한 인권 부시정책 지지한다”

: 할 능력도 없고 의사도 없었다는 발언은 왜곡의 소지가 있다. 내가 보기엔 통상적으로 독재정권이라 하더라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 북한 정권이 문제 해결 의지도 없다는 건 잘 이해가 안된다.

: 북한에서 고위공직자 했던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김정일 정권이 인민의 행복과 경제발전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남한이 북한에 지원을 많이 하는데 김정일 정권은 그것을 어디에 쓰느냐. 북한은 국내총생산의 25% 이상을 국방비로 쓴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하겠느냐.

: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민을 먹여야 한다. 막말로 인민이 살이라도 쪄야 피라도 빨아먹지 않겠나. 독재자라도 인민은 먹인다. 왜 이 편집장 같은 얘기가 나올까. 나는 북한이 미우니까 그런 논리전개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 서로 설득하려고 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 입장을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나도 학생운동하면서 이런 토론 많이 해봤다.

: 나는 학생운동도 안했다.

: 쟁점이 있으니까 토론하는 것이다. 더 얘기해보자.

: 계속 얘기해보자. 많은 북한 인민들이 식량난 때문에 죽어갔다. 그 원인이 무엇이냐. 그게 중요하다. 오로지 김정일 정권이 의지가 부족해서 그렇게 됐다는 말은 받아들일 수 없다. 독재자라도 인민은 먹이기 때문이다.

: 돈은 계속 들어갔는데 식량난은 바뀌지 않는다.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를 유지하려는 의지는 매우 강하지만 인민을 먹여 살리고 그들에게 평화를 주려는 의지는 없다는 것이다.

: 한국에서 노무현 지지자가 25% 정도다. 나머지 75%는 ‘노무현이 국민의 행복에 관심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나로 인식할 수 없는 여러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 북한은 과거에는 사회주의 혁명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조를 주장했다면 지금은 체제유지 수단으로 남북공조를 말한다. 북한 민중들이 사람답게 살고 최소한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에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다만 김정일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최방식: “북한민주화운동, 부시 세계관과 공통점 많다” 

: 남북한 민중 모두가 권리를 누리자는 것을 애기했다. 거기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북한 인권을 해결할 것인가. 북한 인권 문제와 원인을 얘기했으니 이제는 해법을 얘기해보자.

: 인권문제 본질이 하나라고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가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북한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 관건이다. 굶주리지 않는 것이 인권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사람은 짐승이 아니지 않느냐.

: 굶주리지 않는 것이 인권문제에서 전부가 아니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지만 밥은 먹어야 한다. 먹고 살아야 다른 권리가 나온다.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은 북한 체제 전복만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려면 상상할 수 없는 대가를 들여야 한다. 급격하고 과격한 변화를 추구하는 건 너무나 위험하다. 나는 현실 가능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햇볕정책을 김대중이 추진했던 방식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안정화시키는 것으로 북한 정권을 연착륙시켜야 한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한반도를 실질적 비핵지대로 만들고, 공존하며 살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내면 북한의 자유화, 민주화, 인권 신장도 따라올 수 있다고 본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인권과 민주주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권당사자들의 싸움으로 인권이 신장됐다. 그렇지 않은 사례를 본 적이 없다. 북한 인권 신장의 가장 중요한 열쇠도 북한 인민들이 쥐고 있다. 그들이 나서기 전에는 외부지원은 주요변수가 될 수 없다.

: 북한의 인권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은 당연하지만 남북경협 같은 비인도적 지원은 다른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북지원을 북한 인권 해결 정도와 연계해서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 정권의 변화를 촉진하는데도 도움 된다.

: 터키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사형제가 문제되자 터키 의회는 사형제를 폐지했다. 북한은 아직 그런 상황이 아니다. 최소한 북핵문제나 평화체제 문제가 공고하게 해결된 뒤에 할 얘기다. 비인도적․인도적 지원을 구분하는 데 동의하진 않는다. 이 편집장이 말하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다고 본다.

이광백: “갑작스런 북한 붕괴 가능성 높다”
오창익: “평화와 식량을 줘야 인권신장도 가능”

: 이 편집장이 말하는 근본적 체제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 분명하게 말한다면 북한체제 붕괴가 아니고 김정일 수령독재체제를 타도하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자는 얘기다. 북한이 보다 민주적이고 경제발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출 새로운 정부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평화적인 방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우리도 고민 많이 해봤다. 당사자가 나서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북한 인민들이 김정일 타도투쟁으로 북한이 민주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북한은 한국 70년대보다도 더 엄혹하기 때문에 북한이 인민의 투쟁과 의식화를 통해 바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갑작스럽게 북한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 그럼 북한민주화는 왜 하느냐. 망하라고 그냥 놔두면 되지. 실망스럽다. 운동을 한다면 뭔가 작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웃음) 모순이다. 북한 인민과 상관없이 선군정치로 정권만 지키려 한다는 정권이 무슨 재주로 스스로 붕괴하겠는가. 무척 기계적인 사고다.

: 내가 보기엔 오 국장이 더 기계적이다.

: 60년 동안 체제로선 끄덕없지 않느냐. 인민들이 죽어나가도 요지부동이었다. 어떻게 스스로 붕괴하겠나.

: 북한은 특수해서 오래 버티는 것이다. 핵무기를 만들고 ‘미제의 괴뢰정부인 남한정부’와 민족공조를 꾀하는 것은 바로 붕괴 조짐이다. 북한 내부 인민의 역량으론 힘드니 외부에서 할 수 있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외부에서 참혹한 북한 인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도와야 한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문제는 반민주적이고 반인민적인 독재정부가 있다면 그것을 국가주권의 문제로 보고 모른척해야 하는가이다.

결국 20세기 진보와 21세기 진보가 부딪치는 문제다. 20세기엔 국가와 민족중심이었지만 21세기는 국가와 민족을 뛰어넘는 보다 큰 공동체를 추구한다. 국가를 절대화하는 관념이 도전받기 시작했다. 인권문제도 그 중 하나라고 본다. 설사 권력주체라 하더라도 인민을 학살하고 인권을 탄압한다면 외부에서 방치해선 안된다.

: 누구의 잣대로 그걸 볼 것인가가 문제이다. 물론 유엔이 잣대라는 것은 분명하다.

: 그렇게 보진 않는다.

: 그러니까 문제다. 인권 공부를 좀 해야 한다. 보편적 잣대는 존재한다. 세계인권선언이라는 잣대가 분명히 존재하고 명백한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인권은 하나의 잣대만 있는 것이다. 그게 원칙이다. 아까 얘기로 돌아가서 북한체제가 저절로 붕괴할 거라 보지 않는다. 90년대 북한체제에 위기가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분명히 상황이 좋아졌다.

: 토론이 너무 과열되는 것 같다. 대안과 관련해 북한 연착륙 얘기를 조금 더 해보자.

: 하나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인권문제를 엄청나게 일으키는 건 너무나 위험하다.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은 ‘주석궁으로 탱크 몰고 가자’고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가기 위해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한다는 것이다. 급진적이고 과격한 방법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애기가 둘이다. (웃음) 그렇기 때문에 미우나 고우나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연착륙이다.

상하이 푸동에 가본 사람들은 ‘푸동이 아까워서라도 중국이 전쟁 안할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도 남북교류협력을 확대해 신의주와 개성공단사업을 성공시키면 그게 아까워서라도 전쟁 안할 것이라 본다. 그런 과정을 통해 평화체제로 갈 것이라 본다.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까. 없다.

: 북한정권 타도투쟁을 평화적으로 벌이자는 것이 우리 주장이다. 그게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는 북한인민을 우리 운동의 중심으로 본다. 북한 민주화는 통일의 전제조건이라고 믿는다.

: 나는 사실 민족 문제에 별 관심 없다. 인권은 민족개념 문제가 아니다. 북한 민주화운동가들은 인권의 보편성에 관심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 인민도 중요하지만 팔레스타인 민중, 버마 민중의 인권과 생명도 똑같이 소중하다.

: 북한민주화운동도 그 점에 동의한다. 다만 북한인권은 현재 지구상 인권 가운데 가장 어려운 문제라는 점이다.

: 북한 말고 다른 문제에 관심이 없으니까 그런거다. 동티모르는 전체 인구 가운데 1/3이 인도네시아 군대 손에 죽었다. 북한민주화운동은 인권 개념을 차용하지만 인권에 대한 진정성은 없다고 본다.

: 그 얘긴 나중에 하고… 대북정책을 쓰더라도 북한 변화가 목적이라면 북한의 민중들의 입지를 높이고 북한 독재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 독일 모델을 우리가 주요하게 참조해야 한다. 헬싱키 조약을 통해 독일 평화체제가 공고해지기 전까지 서독은 동독에 대해 어떠한 적대적 행위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인권 보편성을 신봉한다. 북한인권이 중요하지만 인권문제 제기도 평화체제 정착 이후가 되어야 한다. 평화는 생존권적 인권을 위해 무척 중요하다. 팔레스타인은 평화를 보장받지 못하니까 어린이들이 이스라엘 군인의 총에 맞을까봐 학교도 못간다. 평화 보장이 인권 실현에 가장 기본이다. 평화체제 구축하고 인권제기할 수 있다. 그게 연착륙이다.

: 누차 얘기했지만 북한민주화운동은 평화와 인권을 분리하지 않는다. 평화를 이루는 방법에 대해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김정일 독재를 유지하는 평화는 모순이다. 현재 북한은 이미 전쟁상태다. 김정일 독재정권과 북한 인민 사이에 이미 처참한 전쟁이 일어났다. 북한 민주화는 결국 평화를 위한 운동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독재자에게 평화를 구걸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 적절한 방어력을 갖추지 못하면 무기력한 평화일 뿐이다. 한반도 긴장이 꼭 전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전쟁위기 때문에 긴장 안 일으키려는 것은 지나치게 기계적인 사고다.

: 인권이란 개념은 인류가 발견한 최고 상위개념이다. 인권은 평화와 생명을 모두 포함한다. 그걸 혼용하지 말아 달라. 평화체제가 왜 중요한가. 생존권적 인권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북한 인권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해보면 한반도 평화체제가 가장 중요한 전제라는 것이다.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덜 원초적인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공포로부터의 자유’라는 인권도 있다.

: 평화체제가 되면 나도 좋겠다. 다만 두 가지를 먼저 지적하고 싶다. 우선 평화체제가 북한 정권 기반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면 북한정권이 잘못된 노선을 포기할까?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정치경제력이 강화되면 남북대결은 더 심해질 것이다. 북한이 지금은 힘이 없으니까 남북공조를 외치는 것이다. 두 번째, 김정일은 북한의 미래 끌어갈 비전을 갖고 있지 않다.

오창익: “개혁개방 유도 중요”
이광백
: “대북지원을 북한인권개선 지렛대로 활용해야”

: 평화체제 구축과 연착륙이 북한 정권만 강화시킨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많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중산층들은 이제 정치적 권리까지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건 필연이다. 북한도 그런 과정 거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북한 정권만 강화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 중국과 북한은 다르다. 북한은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신의주나 개성을 개혁개방의 신호탄으로 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철망을 두르고 30만 인구를 이주시켰다. 그것은 사상적으로 우수한 사람만 접근시키고 일반인은 막고, 신의주나 개성에서 돈만 빼내 군사력을 유지하겠다는 속셈이다. 금강산사업을 몇 년째 하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똑같지 않은가.

: 김정일을 극도로 미워하니까 자꾸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다. 처음엔 그토록 서먹서먹하던 북한의 금강산 안내원들이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아무리 철조망 쳐봐도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내 말은 민족공조를 하더라도 북한 인민과 공조하고 김정일 정권과는 공조하지 말자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북한 민주화가 목표라면 김정일 독재는 약화시키고 인민은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목적의식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또 그런 방향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긴장은 올 수 있겠지만 합리적 토론이 안 되는 당사자와 협상이 안된다. 압도적인 방어력을 가져야 한다. 국제정치에서 평화 유지하기 위해 압도적인 힘을 자신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다. 현재 가능한 게 있다면 한미동맹이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우위를 갖고 확고한 평화를 지키는 나라라고 본다. 이해와 요구가 같으니까 미국을 신뢰한다.

: 두 가지만 더 얘기하자. 하나는 정부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민주화운동에 대해서이다. 정부정책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를 먼저 들어보자.

: 인권문제를 대북정책 주요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북한 반발이나 긴장을 우려하는 건 이해 하지만 북한은 선택의 폭이 좁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대화에 나올 수밖에 없다. 주도권은 한국이 쥐고 있다. 겁내지 말고 북한 인권제기하면서도 대화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 인권 개선은 요원하다.

: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 변화 유도를 목표로 하는 건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평화체제 만들어야 한다.

정리= 강국진 기자 sechenkhan@nate.com
사진= 이정민 기자 jmlee@ngotimes.net  
2004년 11월 4일 오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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