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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담론엔 '인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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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수구에 포섭당한 운동실험"

2004/10/29

의도와 다르게 수구에 이용당하는 ‘새로운 운동 실험’인가, 수구세력에 포섭당한 극우 정치적 운동인가.


그간 시민사회단체에서 북한인권 공론화가 늦어진 데는 수구세력의 정치공세를 우려한 면도 있지만 북한민주화운동의 문제제기에 대한 거부감도 한 몫 했다. 게다다 북한민주화론이 과거 학생운동 세력에서 나왔다는 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북한 바라보는 관점 큰 차이


대표적인 북한민주화운동 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이하 북민넷)는 김정일 정권 타도를 통한 북한민주화를 이룬다는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


시민단체 간부이자 오랜 북민넷 회원인 은소연씨(가명)는 “북한민주화운동은 김정일 정권 타도운동”이라며 “핵심 문제는 북한 정권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김정일 정권은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햇볕정책이나 ‘연착륙 유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북한 인식은 북민넷이 “인도적 식량지원은 찬성하지만 북에 현금 지원을 하면 결국 김정일 정권을 연장시키는데 이용될 뿐”이라는 이유로 금강산관광사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태도로 이어진다. 은씨는 개성공단사업에 대해서도 “북한 정권이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투자하겠느냐”는 이유로 “성공가능성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북민넷은 지난해 이라크전쟁 발발 당시 “이라크전쟁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민주화론의 핵심 이론가 가운데 한명인 홍진표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정책실장(전 시대정신 편집위원)은 “장기간 독재로 대안세력도 없고 민중의 의식수준도 낮은 이라크 상황에선 외부개입도 상당한 효과가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라크 주민들을 후세인 치하에서 해방시킨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가 생기면 미국도 물러날 것이고 이라크는 민주정부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은씨는 “한국 입장에선 평화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 인민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며 “생존권 보장도 안되는 북한 인민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평화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정일 정권을 극단적으로 반대한다는 점에서 북한민주화운동은 미국 강경보수파와 같은 ‘코드’를 갖고 있다. 이들은 미국내 보수적 싱크탱크와 상당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민넷은 2000년 4만달러를 시작으로 ‘전미민주주의기금’(NED) 지원금을 계속 받고 있다.


오경섭 북민넷 사무국장은 “지원금은 기관지인 ‘Keys’ 영문판 발간과 각국 도서관&연구소&기관과 인사한테 발송하는 데 쓴다”고 설명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와 북한인권시민연합도 NED 지원금을 꾸준히 받고 있다.


북민넷 측은 “북한민주화론이 수구세력과 긴밀하게 연대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강조한다. 홍 실장은 “잡지 ‘시대정신’은 체계적으로 논리를 전개하기 때문에 보수 인사들이 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보수진영이 우리 논리에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경섭 북민넷 사무국장은 “북민넷이 수구세력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주장은 과거 민혁당 활동을 했던 사람들 가운데 여전히 친북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들이 악의적으로 흠집내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경섭 사무국장은 “북한민주화론이 극우성향의 반핵반김 활동과 연관돼 있다거나 기획입국에 관여한다거나 수구세력과 연대한다는 주장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홍 실장도 “반핵반김 집회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집회 참여를 계속 권하지만 거절한다”며 “우리는 386세대나 운동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장에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라는데 그런 집회에 참가하면 불필요한 거부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민주화론자들과 월간조선의 관계에 대해 홍 실장은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과는 가끔 만나는 정도이며 별 교류는 없다”며 “다만 북한 정권에 대한 인식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그는 “비판적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야당도 북한인권문제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한나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북한민주화론 비판 거세


북한민주화론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세다. 비판은 무엇보다도 “전쟁을 해서라도 북한민주화를 이루겠다는 위험한 운동노선”이라는 점과 “수구극우 세력과 사실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부분에 모아진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과거 운동가들이 모든 문제를 반미로 환원해서 해석하는 편향을 가졌듯이 북한민주화론은 모든 문제를 북한민주화로 환원하는 극우 근본주의에 빠져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김정일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강박관념이 명백한 사실도 인정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꼬집기도 했다.


북한 인민의 인권을 위해서는 김정일 정권을 타도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북한민주화론의 주장에 대해서도 “북한 인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생존권”이라는 반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도적 대북지원단체인 좋은벗들에서 일하는 이승용 평화인권부 부장은 지난 2000년 1027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한 결과를 토대로 “북한 인민은 정치적 자유보다 생존권을 더 시급하게 생각한다”며 “이들은 장사할 권리, 뙈기밭을 경작할 권리, 장사를 위해 이동할 권리를 가장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북한 인권은 시대와 조건을 세세하게 따져서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은 “북한 인민과 정권을 같이 보는 인식도 잘못이지만 정권과 인민을 완전히 별개로 보는 대북인식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김정일 정권을 타도하면 북한 인민을 해방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형적인 이분법일 뿐”이라며 “누가 누구를 해방시킨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하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정일 정권에 대해 “대화 가능한 협상 파트너가 아니다”라는 북한민주화론의 태도는 전쟁 자체를 반대하는 여타 시민사회단체들에게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주장을 하는 위험한 노선”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전북대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창립회원으로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오광진 차장은 “한반도 평화와 인권은 우선순위를 둘 수 없을 만큼 모두 중요한 문제”라며 “북한민주화론은 북한인권만 강조하다가 한반도 평화를 놓쳐 버렸다”고 지적했다. 오 차장은 “북한민주화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남는 건 결국 김정일정권 타도를 위한 전쟁만 남는다”고 꼬집는다.      


이창조씨(전 인권운동사랑방 부설 인권운동연구소 연구원)는 “자칭 북한인권을 말하는 단체의 인권 관점은 인권의 기본개념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체제의 논리와 인권의 논리를 뒤섞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편적 인권 실현 *한반도 인권 공동해결 *반제국주의 반세계화를 강조했다.


“반북인권단체들, 수구세력과 결합”


오 차장은 “북한민주화를 지상과제로 설정하는 북한민주화론은 국내와 미국 보수파와 결합할 여지가 많다”며 “북한민주화론-조선일보-보수개신교회-한나라당-미국 매파 상호간의 전략적 연합전선이 구축돼 있다”고 주장한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북한민주화론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맹목적이고 극단적으로 북한을 공격한다”며 “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상업적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민주화론의 주창자인 김영환은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과 긴밀한 동지적 관계라고 확신한다”라고 주장하며 북한민주화운동 세력의 순수성 자체를 의심한다.


오 차장은 “99년 9월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 사건이 터지기 직전에 북한민주화론 핵심 인사한테 ‘중국에 있는 김영환이 곧 귀국할 텐데 아무 준비없이 오겠느냐. 이미 조갑제를 만나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영환은 그 후 한국에 입국한 직후 국정원에 연행됐고 수사과정에서 관련사실 일체를 자백한 후 공소보류로 풀려났다. 국정원은 당시 “과거의 잘못을 깊이 뉘우쳐 북한과 관계를 단절하며 자발적으로 북한민주화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다짐하면서 수사에 자진 협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김영환과 조갑제가 만났다는 것은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내용이기도 하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북민넷은 99년 12월 창립을 전후해 황장엽(탈북자동지회 명예회장),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과 결합하기 시작했다”며 “자연스레 진보개혁세력은 북한민주화론을 기피하고 수구세력과 조선일보 등은 북한민주화론을 옹호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 북민넷은 기획입국을 추진하는 두리하나 선교회와 함께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공동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홍 실장은 지난 2월10일 송두율 교수 공판에 검찰측 증인으로 참석해 검찰측 주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월간조선>은 여러차례 북한민주화운동론자들을 “전향한 주사파들의 새로운 운동실험” 등으로 부각시키는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민주화론은 미국내 보수강경파, 일본의 반북인권단체인 RENK 등과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북한민주화운동 단체들

북한민주화네트워크=1999년 12월 설립했다. 김영환씨가 설립한 푸른사람들에서 잡지 ‘시대정신’이 나왔고 시대정신에서 나온 단체가 북한민주화네트워크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이 국제연대와 한국 보수주의자들의 활동을 조율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면 북민넷은 한국 학생 대중을 대상으로 한 활동과 탈북자와 북한 내부까지 포함하는 미디어 활동에 역점을 둔다. NED 홈페이지는 북민넷에 대해 “아시아에서 NED의 자금을 지원받는 주목할 만한 단체”로 눈에 띄게 소개하기도 했다. 칼 거슈만 NED 의장은 NED홈페이지에서 “북한민주화를 위한 대중적인 지지를 구축하기 위해” 북민넷을 통한 한국 대학생 사회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2003년 6월 탈북자 출신 조선일보 기자 강철환과 그의 친구 안혁이 주도해 만들었다. 지난해 말까지 ‘북한민주화를 위한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본부’라는 이름을 쓰다가 북한민주화운동본부로 바꿨지만 여전히 아직도 두 이름을 같이 쓴다. 강철환과 안혁은 2003년 NED 민주상을 함께 받았다. 

창립선언문은 “북한은 거대한 감옥”이라고 규정한 뒤 “정치범 수용소는 이 거대 감옥 속의 특별감옥, 이른바 특별독재대상구역이자 나치수용소에 버금가는 전대미문의 인간 도살장”이라고 규정한다. 창립선언문은 “20만 정치범과 2천만 북한 인민을 구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강철환 공동대표는 지난달 21일 통일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기획입국에 관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1996년 설립했다. 윤현 이사장은 지난해 NED 민주상을 수상했다. 1999년 12월을 시작으로 매년 북한 인권에 관한 국제회의를 조직한다. 이화여대에서 열린 첫 회의에는 칼 거슈만 NED 의장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환영연설을 했다. 2회 회의는 2000년 12월 연세대, 3회 회의는 2002년 2월 일본 도쿄, 4회 회의는 2003년 3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렸다. 특히 3회와 4회 회의는 NED와 조선일보가 후원했다. 올해 회의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2월에 열렸으며 △북한 내 반인륜적 범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역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실천 방안 등을 논의했다.


2004년 10월 29일 오전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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