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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종부세와 기획재정부, "과거는 묻지 마세요"

by betulo 2018.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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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부동산세를 바라보는 두 시각이 있다. 하나는 “종부세제는 담세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세부담으로 지속이 불가능한 세제”라고 비판하며 종부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하나는 “낮은 보유세 부담은 공평과세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득의 양극화, 공정한 보상체계 훼손, 비효율적 자원배분 문제 등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종부세 강화를 주장한다. 


 방금 인용한 두 시각이란게 사실은 모두 같은 곳에서 나온 공식문서 일부라는 걸 알면 십중팔구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도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하늘과 땅처럼 다른 현실진단이 한 곳에서 나올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사실이다. 하나는 기획재정부가 2008년 9월 발표한 종부세 개편안, 다른 하나는 2018년 7월 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종부세 개편안 중 일부다. 


 10년 전 기획재정부는 “조세원칙과 일반적인 보유세제 원칙에 맞지 않는 종부세 제도를 정상화할 필요”를 언급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의 주택분 종부세 최고 세율 1%도 소득수준을 감안할 경우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가 강력한 감세정책을 추진하면서 종부세 개편을 공언하던 시기였다.


 기획재정부가 출범한 것은 10년전인 2008년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부조직개편을 하면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통합한 결과였다. 강만수 초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세제실장과 재산소비세정책관 등 관련 간부들을 교체했다. 익명을 요구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증언했다. 


“참여정부에서 종부세 업무를 담당했다는 직원에게 강 전 장관이 면전에서 ‘나쁜 사람이구만’이라고 말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그 직원을 아끼던 고위관계자가 그냥 두면 안되겠다 싶으니까 얼른 해외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덕분에 소나기를 피할 수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2008년 9월 23일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주택 과세기준금액을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과표기준과 세율을 인하하며, 공정시장가격으로 가격평가 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별도합산토지 과세표준은 인상하고 세율은 낮췄다. 중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재산세로 전환하고 단일세율 혹은 낮은 누진세율 체계로 전환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사실상 종부세 무력화라고 평가할 만한 수준이었다.


 당시는 헌법재판소에서 종부세 위헌여부를 다투던 중이었다. 2007년 3월부터 4차례, 그리고 2008년 8월에도 헌법재판소에 종부세가 합헌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던 기획재정부는 2008년 10월에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종부세가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위헌론과 합헌론으로 맞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헌법재판소는 그해 11월 종부세가 재산세나 양도소득세와 중복과세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반면 세대별 합산과세는 위헌으로 결론내렸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는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스캔들을 일으켰다. 강 전 장관은 헌재 판결이 나기도 전에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판결결과를 “부분위헌”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거기다 기획재정부 실무자가 헌법재판관과 “접촉”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을 계기로 국회에선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어 사건을 조사했다. 헌재의 비협조로 사건의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당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등이 헌법연구관 등을 네 차례 방문하여 수정 의견서를 설명하고 관련 통계자료도 제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무력화를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던 문재인 대통령 등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기획재정부 김동연 장관은 “실거래가 대비 종부세 과세표준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면서 “자산 양극화에 따른 소득 양극화와 부동산 선호현상을 해소해 부의 편중현상을 완하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흔한 유감표명도 없다. 


<1차 추가>

잘 생각해보니 기획재정부는 김대중 정부 시절엔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여력도 없고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끼쳐 "근로윤리를 약화시킨다"는게 이유였다. 기획재정부는 주5일제 도입도 반대했다. 무상급식도 반대했다. 이명박표 무상보육을 도입했으면서도 1년 뒤에는 무상보육을 비판했다(무상보육, 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그리고 보니 그때당시 기획재정부 차관이 바로 현 장관 김동연이었다. 당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재벌가 아들이나 손자도 지금 제도로 하면 정부에서 보육비를 대주는 건데 과연 이것이 공정한 사회에 맞는 것이냐 하는 고민이 있다(여기를 참조)."


인권연대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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