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재정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건 2011년 12월30일 본회의 하루 전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영유아 보육료와 양육수당 지원, 이른바 무상보육이 계기가 됐다. 기본적인 수요예측도 엉터리였고 국고보조율을 서울 20%, 여타 지자체 50%로 하는 바람에 영유아 인구가 많은 서울 자치구에서 당장 사단이 났다. 올해는 기초연금 문제까지 추가됐다. 제대로 된 해결이 안되면서 중앙·지방 사이에 갈등과 불신만 쌓여간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나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서울시구청장협의회 등에서 재정문제를 두고 나오는 성명서나 기자회견문에는 일관된 흐름이 되풀이된다. 이에 대한 정부측 해명 혹은 반박 자료에도 역시 공통된 ‘프레임’이 등장한다. 지자체에선 ‘정부가 여건도 고려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한다’고 한다. 정부는 ‘지자체 재정여건은 괜찮은데 방만한 재정운용이 문제이고, 지자체가 문제삼는 사업은 중앙·지방 공동책임’이라고 답하는 과정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지방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방재정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상식이 된지 오래다. 임성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위기는 아니고 재정압박이라고 표현하는게 적절하다”면서도 “이런 추세라면 총체적인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회복지예산 팽창에 따른 세출 증가와 세입감소가 맞물린 결과”라면서 “국고보조율과 분권교부세가 수요보다 낮게 책정된 데다가 단기간에 규모가 급증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자체 처지에선 의견수렴 한 번 없이 정부가 발표해 생색은 다 내면서 부담은 지자체에 떠넘긴다는 점을 가장 불만스러워한다. 이 문제를 논의하도록 돼 있는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는 제 구실을 못한다. 정부에선 ‘중앙·지방 공동책임’이라고 말하지만 애초에 그런 결정을 할 때 지자체 의견수렴도 없었다. 윤영진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재정운용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속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국민까지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아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지자체가 무상보육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무상급식은 애초에 교육청과 지자체에서 시작했고 필요한 예산도 지방재정에서 부담한다. 하지만 무상보육은 정부가 시작한 사업인데다 명백한 국가사무이기 때문에 국가책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대선공약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최근 교육감들이 문제제기한 누리과정 역시 동일한 갈등진행을 보여준다. 유아교육(유치원)과 달리 영유아보육(어린이집)은 법적으로 교육청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교육청 예산에 쓰도록 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누리과정 재원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애초에 법적 근거가 약했다. 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을 시작하면 교육청으로선 무상급식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제대로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정부 관계자한테서 들었다”고 말했다.
지방재정 전문가들의 진단과 처방은 전반적으로 갈등해결의 열쇠는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그러면서도 지방재정운용에서 비판받을 부분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복지비만 하더라도 자치구 사회복지비 평균예산은 44.0%(2012년도 기준)인 반면, 전국 평균은 20.5%였고 시 단위는 20.7%, 군 단위는 15.6%에 불과했다. 도로건설을 위한 지방채 발행액이 7조원 가까이 되는 것에서 보듯 여전히 복지보다는 토건에 돈을 쏟아붓는게 현실인 셈이다.
정 소장은 “한 지자체에서 몇십년간 적자가 나는 직원연수원을 세 곳이나 운영하면서도, 직원들을 위한 콘도회원권 구입 예산을 책정하는 걸 적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도하는 재정전략회의, 이재명 성남시장이 시도한 ‘제로베이스 사업 검토회의’가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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