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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재정분권 비판

<중앙-지방 재정갈등(2)> 허울뿐인 지방이양, 분권교부세에 지자체 허리 휜다

by betulo 2014.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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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연례행사가 돼 버린 중앙과 지방 재정갈등은 올해도 어김없이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며 불신만 깊어지는 양상이다. 갈등해결을 위해서는 갈등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걸림돌을 제거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서울신문은 지방재정조정제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분석(재검토 필요한 지방재정조정제도)에 이어, 중앙정부의 ‘예산 후려치기’가 갈등을 부추긴다는 점을 분권교부세 사례를 통해 짚어봤다.

하청업체 수백곳을 거느린 A라는 대기업이 있다. A기업은 ‘상생·균형발전’을 선언하며 149개 사업을 하청업체에 이양했다. 사업에 필요한 비용도 부담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A기업은 필요한 사업비의 88%만 부담하고는 나머지는 하청업체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 거기다 사업을 위한 비용부담은 계속 늘어나는데 지원액으로는 감당이 안돼 하청업체들은 자기 돈으로 사업비를 메꾸게 됐다. 불만을 제기했지만 “우리도 사정 어렵다”는 답만 돌아왔다.


 A기업같은 행태를 우리는 ‘갑(甲)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딱 그런 식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제도가 있다. 바로 분권교부세다. 분권교부세는 노무현 정부 당시 지방분권정책의 산물이다. 노무현 정부는 국고보조사업 규모가 대폭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2004년 정부기능을 대폭 지방에 이양하는 조치를 취했다. 149개 사업(9580억원)을 지자체에 이관하면서 필요한 재원을 보전해주기 위해 2005년 한시적으로 신설한 것이 바로 분권교부세다. 처음엔 2009년까지만 운영한 뒤 보통교부세에 통합하려 했지만 정부부처간 이견으로 5년 연장했다.


 분권교부세 재원규모는 2005년에는 8454억원이었지만 해마다 증가해 올해 규모는 1조 6884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정부는 분권교부세를 내국세의 0.83%로 책정했지만 이는 지방이양사업 예산의 88.2%를 보전해주는데 불과했다. 나머지 11.8%는 지자체가 알아서 하라고 떠넘겨버렸다. 2006년에는 0.94%로 인상(1178억원)한 이후 교부율이 그대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안행부 내부자료를 보면 분권교부세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6.5%씩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지방비 부담은 14.9%나 늘었다. 2013년도 기준으로 분권교부세 대상 사업에 필요한 예산 중 정부는 분권교부세로 28.4%만 부담하고 나머지 71.6%는 지자체 몫이었다. 결국 지자체에선 부족한 사업 예산을 메꾸기 위해 ‘보조금 역(逆)전용’ 현상까지 벌어진다. 보조금 전용이란 중앙의 보조금 일부를 지자체 사업에 써 버리는 것을 말하는데, 역전용은 반대로 지방 재원을 중앙 사업에 쓴다는 뜻이다.


 안행부는 지자체가 분권교부세 대상 사업으로 인한 추가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적정한 분권교부세율을 2012년 기준 1.63%로 계산했다. 이 기준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정부부담은 실제보다 1조 1851억원 늘어난다. 쉽게 말해, 정부가 마땅히 지자체에 지원해야 하는데도 외면한 액수가 2012년 한 해에만 2조원 가까이 됐다는 뜻이다. 안행부는 2015년으로 예정된 정신·장애인·노인(요양 제외) 시설 운영비 국고환원을 감안하더라도 보조율이 1.08%는 돼야 했다고 밝혔다.


 분권교부세는 내년부터 보통교부세로 통폐합된다. 내년부터 분권교부세가 보통교부세로 흡수되더라도 대다수 지자체로서는 지원금 자체는 그대로다. 문제는 재정상황이 좋다는 이유로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하는 서울, 경기 고양·과천·성남·수원·용인·화성 등 7개 지자체다. 이들은 내년부터는 그동안 받던 분권교부세만큼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특히 서울시는 그 액수가 1008억원이나 되기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행부와 서울시는 꾸준히 협상을 벌여왔다. 안행부는 당초 7개 지자체에 올해 분권교부세 산정액에서 산출한 금액인 1253억원을 2015년에 별도로 지원하고 2016년부터는 20%씩 차감하기로 입법예고했다. 이후 ‘20% 차감’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로 고쳐 재입법예고했다. 안행부는 최근에는 “5년간 매년 1253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수정안까지 제시했고 서울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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