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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0 04:37

파국 향해 달려가는 중앙-지방 재정갈등


중앙정부는 깜짝쇼하듯이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복지사업을 발표한다. 지방자치단체 의견은 묻지 않는다. 재원조달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분담하는 국고보조사업이다. 생색은 중앙정부가 내고 돈은 지자체가 낸다. 재정압박에 시달리는 지자체가 집단반발한다. 그제서야 중앙정부는 예비비를 동원하는 등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대책을 선심쓰듯 내놓는다.

 2012년부터 시작된 광경이 올해도 되풀이됐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9월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에 따른 재정압박을 호소하며 정부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요구사항은 기초연금 전액 국비지원 혹은 평균 국고보조율 90% 이상 확대, 보육사업 국고보조율 서울 40%, 지방 70%로 인상, 지방소비세율 16%로 인상 등 세가지다. 

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순천시장 조충훈은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 일방적인 취득세 인하 등으로 인해 지자체 재정구조는 역사 이래 최악”이라면서 “지금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아무리 절약하고 애를 써도 기초자치단체는 복지비 지급을 감당할 수 없는 ‘복지디폴트(지급불능)’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협의회로서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지방예산 전체 증가율은 4.7%인 반면 사회복지예산은 22조원에서 40조원으로 11.0%가 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특·광역시 자치구는 사회복지예산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거기다 7월 기초연금 시행으로 지난해 대비 약 7000억원, 향후 4년간 연평균 1조 4000억원 가량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이 특히 분노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비용을 전가한다는 점이다. 이런 인식은 “영유아보육과 기초연금 등 국민최저생활 보장을 위한 보편적 복지는 국가사무로 그 비용을 전액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데도 정부는 그 비용을 지방에 전가해 심각한 지방재정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기초단체장들이 기자회견을 끝내기도 전에 정종섭(안전행정부 장관)과 문형표(보건복지부 장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지자체 요청을 거절했다. 이들이 강조한 것은 대체로 '지자체 재정은 별 문제 없다'와 '정부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 걱정말라' 그리고 '자꾸 시끄럽게 하지 말라'였다. 

이들은 “작년 말 마련한 중앙-지방간 재원조정 방안에 따라 10년간 연평균 3.2조원에 이르는 재원이전 효과가 있다”면서 “지자체가 재정을 확보할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기관 합동으로 특별기구(TF)를 구성해 방만한 지방재정 운용 실태, 지자체간 재원배분 비율 문제 등을 포함한 지자체 재원부족 실태 전반을 종합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섭과 문형표는 두 사업이 법적으로 중앙과 지자체가 함께 책임을 지고 운영하는 사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들은 “기초연금은 국고보조율을 점차 높이고 있으며 무상보육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이관을 단계적으로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근거는 빈약했고 실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인상만 남겼다. (무상보육 지방재정부족, 서울시 탓만 하는 복지부)

 기자회견에서는 "장관으로서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 "굳이 이 시간에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들은 “지자체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비용을 전가한다”는 지자체 문제제기는 물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이관하면 지방교육재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답변을 회피했다기 보다는 현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인상이 드는 대목도 많았다가령 정종섭은 '왜 무상보육과 기초연금의 국고보조율이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느냐'는 질문에 대해 '서울을 제외하면 국고보조율이 비슷한 수준이다. 충분히 많이 지원하고 있다'며 동문서답을 늘어놨다.  

 중앙·지방 재정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2년부터다. 2011년 12월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료 직전 이명박 정부가 제출해 다음날 통과된 ‘0~2세 영유아보육료지원’ 일명 무상보육이 예산추계 부실과 준비부족으로 지자체에서 사업비가 모자라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자체 재정악화는 감세로 인해 중앙정부가 교부하는 지방이전재원 감소에 더해 무분별한 국고보조사업 확대에 따른 재정지출 급증이 맞물리면서 발생했다.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소득세·법인세 대규모 감세로 인해 내국세 세수에 연동된 지방교부세는 2008년 28조 2137억원에서 2009년 25조 1868억원, 2010년 26조 9907억원으로 줄었다. 

종합부동산세를 재원으로 지자체에 배분하던 부동산교부금이 2008년 무력화 이후 1년만에 반토막났다. 가령 광주시는 2008년도 부동산교부금이 1249억원이었지만 2009년에는 382억원으로 무려 69.4%나 줄어 들었다. 

반면 정의당 의원 박원석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고보조사업으로 인한 지방비 부담은 2008년부터 2013년 사이에 1.8배(10조 487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지방교부세는 4조 350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순천시장 조충훈안행부 장관 정종섭(왼쪽)과 복지부 장관 문형표(오른쪽)




국고보조에 대해서는 아래 글 참조

정부와 서울시, 보조사업 규정 비교해보니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

꽁꽁 숨기는 광특, 막개발 부추긴다

지자체, 권한이 없으니 책임도 없다?

보조율? 그때그때 달라요

국고보조사업이 지방재정위기 부른다

국고보조금 67억 거부한 이유있는 반기

기초노령연금, 국고보조가 지역격차 심화시킨다


감세정책 비판에 대해서는 아래 글 참조

지방재정 악화 지자체 급증, 원인과 해법은

2013/01/09 - 일본도 부자증세하는데... 감세만 쳐다보는 한국

2012/07/09 - 7년전 감세 주장 비판했던 참여정부...결국 그대로 들어맞았다

2012/05/22 - 이명박 정부 지방소비세 5%p 인상 약속 나몰라라

2012/02/28 - '법인세 인하가 국제적 추세'라는 억지 혹은 코미디

2012/01/29 - 기획재정부도 사실상 인정한 부자감세 폐해

2012/01/19 - '부자증세'보다 '보편증세'가 필요하다

2012/01/09 - '무늬만 버핏세' 첫술에 배부르랴

2011/12/06 - 주식양도차익 '소득' 있는 곳에 '과세'도 있어야 한다

2011/10/24 - 한미FTA가 부자감세 해준다?

2011/09/08 - 경축!!! 부자감세 퇴출

2011/08/17 - 청와대 “감세 철회는 없다”…내 이럴 줄 알았지

2011/05/09 - 한나라당 부자감세논쟁 4라운드 돌입하나

2011/05/08 - 부자감세하더니...애완동물진료에 부가가치세 10% 부과

2011/01/13 - 증세와 예산절약, 어느 쪽이 더 좋은 재정위기 해법일까

2010/12/16 - 세금폭탄과 부자감세

2010/12/15 - '부자감세' 담론의 구조와 역사, 정치성

2010/09/27 - 오바마 공화당 부자감세 공약 강력 비판

2010/09/15 - '부자감세' 놓고 미 공화당 적전분열

2010/09/11 - "부자감세 그만!" 오바마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2010/09/02 - 감세가 미국 경제를 구원할까?

2010/07/26 - 부자감세의 미래? 부시 정부가 남긴 유산을 보라

2010/07/16 - 오바마는 부시 부자감세 되돌려놓을 수 있을까

2009/11/24 - 당장은 세금 깎아주면 좋을지 몰라도...캘리포니아의 경우

2009/11/24 - "과도한 감세가 경제성장 가로막는다"

2009/09/24 - "서민증세 부자감세"와 "1인당 19만원 증가"

2009/04/08 - 경기침체와 부자감세, 지방재정에 빨간불

2009/03/24 - 통계청 자료 잘 활용해 부자감세 격파한 경향 보도

2008/12/09 - 나라 망치기 실용주의, 감세와 삽질에 올인

2008/03/11 - 이명박식 미신경제학, “세금 줄여 내수 확충”

2008/03/12 - 감세정책은 反민생정책이다



Trackback 1 Comment 1
  1. BlogIcon 버크하우스 2014.09.20 04:50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잘 보고 갑니다. 상큼한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