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을 심의하기 위한 중앙·지방 협의체인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등 위원회 위상을 강화했지만 최근 6개월간 개점휴업 상태다. 또 정부는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위원회 결정 사항을 사실상 반영하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실과 안전행정부를 상대로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 개최 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위원회는 지난해 7월과 9월 단 두 차례 회의를 연 뒤 지금까지 회의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국고보조사업 추진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재원분담 비율 조정 및 지방세 관계 법령 제·개정 안건 등 지방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을 심의하는 기구다. 정부위원과 4대 지자체 협의단체 추천 위원, 민간 위원 등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작년 7월 국고보조사업 20개 예산안을 놓고 지방비 부담 적정 수준을 심의했다. 그러나 심의 결과가 반영된 사업은 4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3개 사업은 심의 결과 일부만 반영됐다. 특히 소하천 정비, 문화재 보수정비, 산불방지 대책 등 세 사업은 위원회가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연달아 국고보조율 인상을 결정했지만 반영이 전혀 안됐다.
정부가 위원회 결정을 무시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영·유아 보육료 지원이다. 지난해 7월 위원회는 영·유아 보육료 지원에 대해 “서울 40%, 지방 70%로 인상 후 추후 서울 50%, 지방 80%로 인상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부는 작년 9월 25일 서울 30%, 지방 60%로 10% 포인트 각각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하더라도 최종적으로 국고보조율을 정하는 부처는 기재부인데 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심의 결과가 잘 반영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012년 1월 출범할 때만 해도 안행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뒀던 위원회는 심의, 의결한 사항에 강제력도 없고 운영도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12년 위원회에서 실제로 심의한 안건은 8건에 그쳤고, 그나마 4개 사업만 정부 예산안에 반영됐다. 2012년 세 차례 회의에서 정부위원 중 한 명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모두 불참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올해부터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안행부 장관이 민간위원 중 한 명과 부위원장을 맡도록 위원회 위상을 격상시켰다. 정부위원으로는 기재부 장관이 참여한다. 안행부 관계자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고 기재부 장관이 위원으로 있으면 위원회 심의 결과가 결국 장관선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향후 실질적인 효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 개정 이후로 위원회는 한 차례도 소집되지 않았다.
140325-2013년_지방재정부담심의회_개최내역.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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