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가 될 정도로 심각해지는 중앙·지방 재정갈등을 풀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서울신문은 ‘재조정’이 필요한 지방재정조정제도<10월 1일자 27면>와, 분권교부세로 인해 지자체에서 발생하는 ‘역(逆) 전용’ 현상<10월 3일자 19면> 분석에 이어 지방재정 악화의 주범이자 특혜와 로비의 대상이 돼 버린 지방세 비과세·감면 제도의 현실을 짚어본다.
#장면1. 지난달 25일 안전행정부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지방세외수입을 확충한 공유하기 위해” 지방세외수입 우수사례 시상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공간·행정정보 융합·분석을 통해 탈루세원을 발굴한 인천시와 세외수입 체납징수 성과관리제를 운영한 대전시 대덕구가 각각 대상을 받았다. 안행부 지방세입관리과에서는 상을 받은 12개 사례가 지자체 재정을 366억원 확충했다고 밝혔다.
#장면2. 정부는 2006년부터 대표적인 지방세인 취득세를 감면해왔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방세수 감소액은 2조원이 넘는다. 거기다 지난해 8월 정부는 아예 취득세를 영구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지난해 지방세 감소액만 해도 약 7800억원이나 된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즉각 “취득세 인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지방재정 악화 문제가 화두가 될 때마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징수노력 부족과 방만한 재정운용을 거론한다. 이런 지적 뒤에는 지방세 체납 징수 노력과 세외수입 발굴, 불요불급한 사업 축소 등 훈수가 이어진다. 하지만 전체 지방세 세입 가운데 4분의 1이나 되는 16조원 가량을 지자체 의사와 무관하게 아예 징수하지도 않는 법조항을 정부가 나서서 시행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 버린다.
지방세 비과세·감면은 중앙·지방 재정갈등에서 숨어있는 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세 비과세·감면이란 지방세 과세대상에 대해 차별적으로 과세하거나 면제를 해주는 제도를 가리킨다. 특히 취득세나 재산세를 수십년째 100% 감면해주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에 기득권층에게 더 큰 특혜를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령 대기업이 주요 수혜자인 산업단지 사업시행자 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은 1982년부터 32년째 시행중이며, 지난해 감면액만 7289억원이나 됐다.
얼핏 지자체에서 자체세입 중 일부를 비과세·감면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전체 지방세 비과세·감면 가운데 95%는 모두 정부와 국회에서 지자체 의사와 무관하게 시행중이다. 2002년만 해도 지자체 조례에 따른 지방세 비과세·감면은 전체 지방세입의 25.5%나 됐지만 이후 꾸준히 줄어들어 지금은 5%까지 줄었다. 지자체에서는 지방세 비과세·감면을 축소해 세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오히려 정부에서 지방세 특혜를 확대하는 셈이다.
최근 정부가 비과세·감면 대폭 정비를 강조하면서 안행부에서도 지방세 비과세·감면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안행부는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3조원 가운데 1조원 가량을 정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안행부는 산업·관광·물류단지 감면을 조정하고, 관광호텔 재산세 50% 감면을 종료하는 등 내용을 담은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11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안행부는 솔선수범 차원에서 공무원연금공단과 새마을금고 등 안행부 소관 지방세 비과세·감면부터 정비한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얼마나 성과를 거둘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가령 서울대병원과 삼성병원 등 각종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취득세·재산세 전액면제는 이번에 25% 감면으로 조정할 방침이지만, 이미 2011년부터 해마다 감면조항이 연장됐을 정도로 저항이 만만치 않다.
일부에선 지방세 비과세·감면을 총괄 관리해야 할 안행부가 제구실을 못한다는 점을 비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그는 “전액면제 비중이 전체 지방세 비과세·감면의 73%나 되는 현실을 극복하지 않고는 지방재정 악화를 피할 수 없다”면서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지자체를 향해 ‘방만한 재정운용’ 운운하는 것은 블랙코미디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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