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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9 14:35

[중앙-지방 재정갈등(5)] 전문가 좌담


 연례행사가 될 정도로 심각해지는 중앙·지방 재정갈등을 풀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서울신문은 ‘재조정’이 필요한 지방재정조정제도<10월 1일자 27면>와, 분권교부세로 인해 지자체에서 발생하는 ‘역(逆) 전용’ 현상<10월 3일자 19면>, 그리고 지방재정 악화의 주범이자 특혜와 로비의 대상이 돼 버린 지방세 비과세·감면 제도의 현실<10월 7일 25면>을 짚어봤다. 이어 중앙·지방 재정갈등을 해소하고 상생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예산감시운동단체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윤영진(이하 윤) 지방재정이 어렵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최근에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는 ‘복지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했고, 교육청에선 누리과정 예산편성 거부를 거론했다. 중앙정부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지난해 국세수입이 계획 대비 8조원 가량 부족했고, 올해는 부족액이 1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다시 지방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 문제로 인한 추가재정수요도 만만찮은 과제다. 이로 인한 중앙-지방 재정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진다. 지방재정 악화 주장은 과연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과장은 없는지 진단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임성일(이하 임) 2008년 이후 지방재정에 압박을 받는 것은 틀림없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한국 재정에 충격을 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또 하나 요인은 사회복지 예산 규모가 급속히 팽창하는 것이다. 도로나 상수도와 달리 사회복지는 법으로 규정한 사업이라 지자체 차원에서 축소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재정위기라고 규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지금 단계는 ‘재정압박을 받는 단계’라고 본다. 다만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총체적인 위기 국면이 닥칠 수 있다. 


 정창수(이하 정) 지방재정위기론에 대해선 ‘절반의 진실, 절반의 과장’으로 표현하고 싶다. 세입감소와 사회복지예산 증가는 맞다. 다만 과장이라고 보는 것은, 지역마다 상황이 다 다르다는 걸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역지자체만 해도 시와 도가 다르고, 시·군·구도 천차만별이다. 구는 어렵지만 군도 그러한지 따져봐야 한다. 도와 군에서는 결산기준으로 보면 복지비중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토건예산 비중이 줄어들지도 않았다. 


 김현기(이하 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재정자주도와 재정자립도 모두 감소하는데 세출은 증가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측면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2011년 기준으로 지방예산 증가율이 5% 가량인데 지방비 부담 증가율은 8% 가량이다. 지자체로선 예산 증가보다 비용부담 증가폭이 더 크다는 건데, 이것이 바로 지방재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윤영진 계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서울대 행정학 박사 전 한국지방재정학회 회장 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 전 함께하는시민행동 공동대표)

 “무상보육과 기초연금은 국가사무가 맞고, 비용도 전액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이 지방재정에 끼친 후유증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국고보조사업이 중앙·지방 갈등 유발자

 윤: 지방재정운영에서도 그렇고, 중앙·지방 갈등유발도 그렇고 국고보조사업에 대해서는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노무현 정부에서 2005년 국고보조사업 대폭 조정을 했는데 이명박 정부 이후 다시 급증하고 있다. 대구시를 예로 든다면, 정책효과도 떨어지는 사업이 국고보조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우선순위를 차지하면서 발생하는 낭비와 도덕적해이가 극심하다. 무상보육과 기초연금만 해도 국가사무가 맞고, 비용도 전액 국가가 부담하는게 맞는데도 국고보조사업으로 시행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재정부담을 자꾸 떠넘기려고 하면서 갈등이 자꾸 불거지는 것 아닌가 싶다. 


 정: 기본적으로 전국공통 업무라면 국가사무라는게 상식이다. 무상보육이나 기초연금은 거주지와 상관없이 영유아 혹은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일단 대상이 된다는 점만 봐도 국가사무가 분명하다. 이런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에서도 밝혔듯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당장 예산 부족하다고 국고보조사업으로 하는 것은 재정운용 원칙에도 위배된다. 



 임: 국고보조사업 개혁은 ‘국가개조’에서 핵심이 되어야 한다. 국가가 책임지고 주도하는 사업은 재원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국고보조사업 중 상당수는 시대적 사명을 완료했거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다고 본다. 중앙정부와 국회, 지자체 3자가 암묵적 담합으로 진행하는 국고보조사업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1000개 가까이 되는 국고보조사업 전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김: 지자체 상황을 보면, 예산 증가율보다 국고보조사업비 증가율이 더 크다. 이는 중앙정부가 시키는 일을 하기 위해 지방예산까지 끌어다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고보조사업은 중앙과 지방 갈등의 핵심이 된지 오래다. 이 문제를 개혁하면 지방재정 문제의 상당 부분은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본다. 


 임성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 텍사스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지방재정학회부회장▲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자문위원)

 

 “세입감소와 복지 증가로 인한 재정 ‘압박’을 받는 단계. 이 추세가 계속되면 총체적인 위기 국면이 닥칠 수도.” 

 “국고보조사업 개혁은 ‘국가개조’의 한 축을 이루는 과제다.” 


 이명박 정부 부자감세 후유증 심각

 윤: 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이 지방재정에 끼친 악영향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소득세·법인세 감세로 인한 국세감소는 고스란히 지방교부세 감소로 이어진데다가, 전액 지자체에 배분하던 부동산교부세를 대폭 삭감하면서 또 한번 타격을 받았다. 그 후유증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 세입확보를 위한 방안으로는 지방세 인상을 강조하는 자주재원주의와 지방교부세 인상을 강조하는 일반재원주의 논쟁이 있다. 학계에서도 자주재원주의가 다수설이다. 현재 지자체에선 지방세 인상과 지방교부세 인상을 동시에 요구하지 않나 싶은데, 그런 방식으론 중앙정부와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임: 감세정책으로 인한 후유증 주장에 동의한다. 지방자치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선진국 경험을 보더라도 국가 발전단계에 맞춰 지방세 비중을 높여주는 게 맞다고 본다. 지역간 불균형 문제는 지방교부세 배분 차원에서 조정할 문제라고 본다. 다만 추가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전세계 어디를 봐도 한국이나 일본만큼 지자체에서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국세와 지방세는 8:2인데 실제 지출로 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이 4:6으로 역전된다. 영국만 해도 지자체에선 사회복지와 주택 업무만 담당한다. 


 정: 지방세 인상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현단계에서 지방세 인상이 지방재정 해법은 아니라고 본다. 수도권 집중을 비롯해 지역간 격차가 너무 큰 상황에서 지방세 비중을 늘리면 수도권은 세입이 더 늘고 비수도권은 세입이 더 줄어들면서 양극화만 더 심해질 수 있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여건에 따라 배분해주는 지방교부세 비율을 조정하는 게 지역간 형평화 기능에 더 유리하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경희대 행정학 박사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예산감시부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서울시희망서울정책자문위원)

 “지방재정위기론은 ‘절반의 진실, 절반의 과장’이다.” 

 “강력한 납세자소송제도 도입이 방만한 재정운용 해법이 될 것.” 


 윤: 주민세와 담뱃값 인상 등 지방세제 개편은 시동이 걸린 상태다. 특히 담뱃값 인상은 굉장한 논란이 되고 있다. 


 임: 향후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정부가 지방소비세를 5%에서 11%로 인상했지만 이는 취득세 영구감면 조치로 인한 세입감소를 보전해주는 차원이었다. 애초에 정부가 지방소비세 5%를 도입할 당시 약속했던 ‘2013년부터 지방소비세 5% 포인트 추가인상’ 약속을 아직 지키지 않고 있다. 아울러 보유세는 낮고 거래세는 상대적으로 높은 구조를 ‘낮은 거래세와 높은 보유세’ 구조로 바꿔야 한다. 지방재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는데 동의를 한다. 일부 군에 가면 자동차세가 재산세보다도 많은 곳도 있더라. 재산세 비중이 턱없이 낮다. 다만 아쉬운 건, 지방세 비과세감면이 16조나 된다는 점이다. 국고보조사업과 지방세 비과세·감면은 모두 지방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도 지자체 의견을 전혀 듣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갈등이 안 생기면 그게 신기한 노릇이다. 지방세 비과세·감면에 대해서는 지자체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 지방세 비과세·감면 규모를 몇 조원만 줄여도 지자체로선 재정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이다.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조세지출보고서에 지방세 비과세·감면도 포함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지방소비세 약속은 아직 이행을 못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정부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한가지 첨언한다면,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은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던 것을 정상화시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윤: 담뱃값 인상을 비롯해 주민세와 자동차세 모두 ‘서민증세’ 논쟁으로 번졌다. 시민들을 설득하는게 만만치 않을 것이다. 증세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관건은 이명박 정부에서 강행했던 부자감세를 원상복귀 시키면서, ‘부유층도 세금부담이 이만큼 늘어나니 서민들도 더 부담해달라’는 정공법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데 있다. 정부가 자꾸 편법으로 접근하니까 국민 반발만 부른다. 


 정: 증세를 꼭 해야 한다. 서민부담이 늘어나는 문제는 세금을 깎아주는 게 아니라, 거둔 세금으로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 지출을 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간접세라고 꼭 나쁜 것으로 볼 이유도 없다. 


 임: 원칙적으로 주민세나 자동차세는 현실화가 필요하다. 그건 ‘비정상의 정상화’다. 왜 지금이냐 하는 논란은 있겠지만, 좀 더 큰 틀에서 본격적인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 


 김현기 안행부 지방재정정책관 (▲경북대 행정학과 ▲전 행정안전부 재정정책과장 ▲전경북도 기획조정실장 ▲전 행정안전부 지방세제관)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재정자주도와 재정자립도 모두 감소하는데 세출은 증가하는 구조가 지방재정 악화 원인.” 


 방만한 재정운용? 납세자소송 도입하자

 윤: 지방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건 분명한 추세라는데 참석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불평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일부 지자체는 상당한 위기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저성장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재정운용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제는 고도성장 시기 향수를 자극하는 행동은 그만해야 한다. 그런 속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시민들까지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정: 중앙정부와 지자체 재정운용 방식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전체적인 그림 없이 개별적으로 중구난방이 되다 보니 지자체에선 불만이 쌓이고 일부에선 도덕적해이도 발생한다. 방만한 재정운용을 하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파산제’같은 방식보다는 강력한 납세자소송 혹은 국민소송제도가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중앙정부가 지자체 재정문제에 대해서는 ‘방만한 재정운용’을 탓하면서도 정작 납세자소송에 대해서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김: 중앙정부에선 지방재정이 방만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진 않다. 왠만해서 돈이 없어서 쓰질 못하는 수준이다. 지자체 부채만 해도 거의 없다. 광역시 일부일 뿐인데 그것도 대부분 지하철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지방재정 방만하다는 인식은 현실과 다르다고 본다. 다만 꼭 관리해야 할 곳은 우발부채나 통합부채관리 등으로 관리제도를 강화하는 중이다. 


 임: 지자체 재정악화 얘기가 나오니까 일부에선 지자체 파산제를 꺼낸다. 전세계 선진국 가운데 지자체 파산제도를 규정한 건 미국밖에 없으며, 그것도 채무에 대한 파산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미국에선 법원이 지자체 파산을 선고하면 채무를 갚아야 할 의무도 없어져 버린다. 이런 방식은 한국 실정과 전혀 맞질 않다. 물론 거시적으로 지자체 재정을 관리하는 건 필요하다. 지자체 재정악화 원인이 단체장 책임인지 중앙정부 정책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분명한 진단이 먼저다. 지자체 파산제를 자꾸 거론하는 것은 자칫 지자체 재정악화 책임을 지자체 탓으로만 돌려버리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중앙·지방 재정갈등을 악화시키는 역효과만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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