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났다. 정당공천 폐지는 극적으로 백지화됐지만 여진은 여전하다. 지방선거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각계에 두루 물어봤는데 정당공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여전히 갈렸다. 다음번 지방선거에서 또 정당공천 문제가 불거질 것 같아 걱정이다.
아래 글은 7월21일자 서울신문에 썼던 기사 '초고'다. 지면에 난 기사와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내 의견은 정당공천은 낡은 정치가 아니다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지방자치제도가 확대발전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어떤 제도적 경로를 만들 것인가이다. 특히 정당공천 폐지 여부는 의견이 확연히 갈렸다.
육동일 충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함께, 광역과 기초·교육감 선거를 분리해서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광역자치단체 선거는 정당공천이 맞지만 기초단체 선거에선 정당공천을 하면 지역현안이 아니라 중앙정치 대리전이 돼 버린다”면서 “광역선거와 기초·교육감선거를 분리해서 실시하면 정치선거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역시 지역 토호들이 지방자치를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기초단체 정당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당공천을 없애고 지역신인들이 많이 지역의회에 진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풀뿌리자치를 위해서는 오히려 정당공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런 입장에선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여야가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것이 오히려 문제가 있다고 본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1991년 첫 지방선거부터 2002년 선거까지는 정당공천이 없었고, 정당공천은 2006년 선거 이후부터 도입됐다”면서 “정당공천이 없을 때 지역토호 잔치판이었던 지방의회가 바뀌는 계기가 바로 정당공천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풀뿌리자치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국회의원 공천’을 규제하고 제대로 된 정당공천을 하는 방향으로 정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정치세력화 운동을 펼치는 젠더정치연구소는 “풀뿌리자치를 위해서는 여성정치인이 늘어나야 하며, 정당공천은 이를 위한 ‘인큐베이터’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소영 부대표(행정학 박사)는 “전략공천 여부나 중간평가가 맞냐 틀리냐 하는 건 핵심이 아니다”면서 “합리적으로 누구나 납득할 수 있게 후보자선정을 하는 정당공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촉구 정치권,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4.02.20. 노컷뉴스)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유승희 민주당 여성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여성지방의원들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3.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