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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56.8%, 이러고도 민주국가인가

雜說

by betulo 2014. 6. 1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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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결과가 흡족하다고 할 사람은 대한민국에 아무도 없을 듯 합니다. 누군가는 경기·인천·부산을 못 이겼다며 쓰린 속을 달랠고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강원·충북에서 아깝게 졌다고 한숨을 쉬겠지요.

 안타까운게 한두개가 아닌 와중에 저 역시 안타까운게 엄청나게 많습니다. 다만, 다들 얘기하는 것 말고 다른 안타까운 걸 하나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이 56.8%였습니다. 60%도 안되는 투표율이라니. 이러고도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민주주의를 아주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인민(人民)이 주인되는 정치체제라고 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듯 합니다.선거는 그걸 구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제도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표율이 낮다면, 민주주의 시스템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냉정하게 말해서, 52.3%라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대구시민들은 창피한 줄 알아야 합니다. 반면,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전남도민(65.6%)들은 자부심과 존경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지역별 투표율은 여기를 참조)

 

투표율은 곧 정치적 정당성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예로 든다면, 투표율이 53.7% 53.3%에 불과했던 인천광역시와 경기도에서 약 50% 득표율로 당선된 유정복·남경필 후보는 결국 전체 유권자 중 4분의 1이 조금 넘는 지지밖에 얻지 못했다는걸 뜻합니다. 자신을 지지한다고 손을 든 유권자보다 그렇지 않은 유권자가 네 배나 다 많다는 얘기입니다.

 

투표율이 낮은 걸 두고 '국민들이 미개하다'고 말하려는게 아닙니다. 제도와 담론이 개개인의 행태를 규정한다고 보는 관점에서 보면 투표율이 낮은 결과는 단순히 유권자 개개인의 행태가 아니라 행태를 규정하는 제도, 행태를 이끌어내는 담론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투표는 뭐하러 하느냐는 사람들이 드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를 보면 투표를 해도 바뀌는 것이 없어서라고 답한 사람이 50.3%이고, ‘후보자에 대해 잘 몰라서’ 16.0%,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13.6% 등입니다.(출처는 여기)

 

투표를 해도 바뀌는게 없다는 응답이 12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건 그만큼 한국 사회가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한다는 한 징표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이런 기분 갖고는 투표할 마음이 안 나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투표를 안해서 더 나빠진 걸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투표율은 약 43%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국내 선거도 아니다 보니 관심이 높질 않았고, 오랜 경기침체로 좋아지는게 없는 것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혐오를 부추기는 극우파들이 유럽의회에 대거 진출하게 됐습니다.

 

유럽의회 선거결과를 보고 '선진국일수록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얘길 하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몇가지 보도만 찾아봐도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유럽의회는 매우 안좋은 사례이긴 합니다만 일반적인 유럽 국가는 매우 높은 투표율을 보입니다.

 

2012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율은 81%였습니다. 2007년에는 84.0%였다. 지난해 독일 연방하원선거 투표율은71.5%였다. 2008년 이탈리아 하원의원선거 투표율도 80.5%였습니다. 심지어 호주는 2007년 하원선거 투표율이94.7%나 됐죠.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평균 투표율은 71.4%였다고 합니다.(선진국 투표율에 대해서는 여기를 참조)

 

다시 말해, 투표를 해서 뭐하느냐 혹은 투표율이란 원래 선진국이 될수록 낮아진다는 주장은 근거가 매우 약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담론들이 정파적 이익을 위해 투표율을 떨어뜨리려는 의도 때문에 확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습니다. 자신을 정치무관심층이라고 강조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는 강남3(강남구, 서초구, 송파구)가 언제나 투표율 상위권을 기록하는 게 우연이겠습니까?

 

단순하게 정리한다면 투표율이 높은 나라가 선진국이고, 투표율이 높은 나라가 민주국가입니다. 당연하게도,이런 결과는 그냥 나오는게 아닙니다. 투표율이 높은 건 비례대표 확대, 결선투표 도입, 사전투표 확대 등 민의를 적극 대변하기 위한 제도개선 덕분입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곧 국민들이 정치에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노력한다는 뜻일테니 그 자체로 민주국가의 징표가 아니겠습니까.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위정자들은 이제라도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보완에 나서야 합니다. 결선투표제를 해야 하고, 그게 귀찮으면 2002년 대선 당시 선보였던 호주식 선호투표제라도 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사전투표제는 꽤 괜찮은 실험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확대하면 좋겠습니다.

 

한국 사회에는 정치참여를 확대하고 민의를 더 잘 반영하는 제도개혁에 반대하는 무리들이 있습니다. 투표율을 낮추는 걸 정파적 이익으로 삼고, 그걸 위해 정치혐오를 부추겨 투표장에 가는 발걸음을 돌리려고 꼼수를 부리는 자들이 있습니다. 교육감선거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교육감선거 무용론을 주장하는 낯짝 두꺼운 무리들을 보고 있자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도보완을 행하지 않는 것은 '행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정치적 이득'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득은 한반도에 발딛고 사는 대다수 서민(혹은 인민대중)들의 정치적 이득과는 꽤나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결국 선거를 통해 민의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대변할 정치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과정을 우선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다면 다시 문제는 투표율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투표율이 60%도 안되고 혹시라도 투표율 올라갈까 걱정하는 이 나라가 참 우울합니다.


이 글과 관련해, 한 독자분이 다음과 같은 답신을 보내주셨다. 이 글 주제와 연관된 얘기라서 소개해본다. 

제가  궁금한  중의 하나가 우리는 다른 것은 잘도 유럽을 따라하면서  결선투표제는 도입하지 않는가 하는것입니다.


저는 유럽의 다른 나라는  모르고 프랑스만 조금 압니다만 프랑스에는  개의 다수당 (중도우파인 대중운동연합과 중도좌파인 사회당) 있고  외에 극우부터 극좌까지 다양한 정치이념을 추구하는 소수당이 있는데 주로좌파쪽이 훨씬 다양하게 갈라져 있지요. 그러나 좌파가 그렇게 갈기갈기 나누어져 있어도 그것을 « 좌파는 분열을좋아한다 » 식으로 폄하하지 않더라는 것이죠. 


왜냐하면 결선투표제가 있기때문에 어떻게든 좋은 정책을 내놓는 당은 1 투표에서 표를  많이 얻게 되고 결선투표에서 정책을 중심으로 서로 연합을 하여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당이  정책을 반영하게 되기 때문이거든요. 유권자들은 정치 이념에 따라 투표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념이 싫은 사람은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을 보고 투표했다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떨어지더라도 결선에서  후보가제시한 정책을 받아 연합한 당의 후보를 지지하면 되는.. 이렇게 합리적인 제도가 있는데  우리는 도입하지 않는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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