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산생각/보건복지분야

박근혜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혁신 혹은 생색내기

by betulo 2013. 9. 12.
728x90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 틀이 2000년 도입 이후 14년 만에 전면 개편된다. 보건복지부 설명으로는 그렇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보기엔 “실질적인 보장수준을 낮추고, 일부 확대된 수급자 규모만을 강조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동일한 사실을 보는 상이한 시각. 진실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정부는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10일 제4차 사회보장위원회를 열어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복지전달체계 개편안을 확정했다. 새 개편안은 내년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체계 개편’은 지난해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공약으로 내걸고 올해 초 14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본격 논의됐다.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중위소득 40%, 4인가구 기준 155만원)의 0~100%에 해당하는 수급자를 대상으로 각 수급조건에 따라 생계·의료 등 7가지 급여 중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게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 방식이다. 이것을 급여별로 중위소득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별해 지원하도록 하는게 바뀌는 점다. 즉, 최저생계비라는 하나의 기준에 따라 모든 급여를 받거나 못 받는 현재의 제도와 달리 개편안은 급여마다 다른 맞춤형 지원 기준을 정했다는 것.


예를 들어보자. 4인 가구 소득 인정액이 최저생계비(2013년 기준 155만원)을 한참 밑도는 80만원에 불과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A씨가 있다. 그는 현재 현금급여(생계·주거비)로 매달 47만원(현금급여 최댓값인 127만원만에서 소득인정액 80만원을 뺀 금액)을 받는다. 그가 일자리를 구해 소득이 164만원까지 늘어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의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를 넘어서는 순간 A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을 잃게 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일 때는 80만원에 47만원을 더해 127만원을 받던 A씨 입장에선 소득이 37만원 늘어나는 대신 의료급여와 주거급여 등 각종 혜택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셈이다.


 바로 이 점이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빈곤의 덫’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한계다. 사실 이는 ‘공공부조’ 제도의 성격 자체에서 기인한다. 공공부조는 빈곤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층을 사후 구제하는 제도다. 빈곤예방은 ‘사회서비스’의 몫이다. 이 때문에 스웨덴과 미국 가운데 공공부조 지출규모를 살펴보면 미국이 훨씬 더 공공부조 에산규모가 더 크다.(<복지재정과 시민참여> 43쪽) 굳이 비유하자면 재해예방에 예산을 더 많이 배정할 것인지 아니면 재해복구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할 것인지 선택과 비슷하다.


 새 개편안에 따라 앞으로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선정 기준이 ‘절대 빈곤선’인 최저생계비에서 ‘상대 빈곤선’인 중위소득으로 바뀐다. 가령 생계급여는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 30%(4인 가구 115만원) 이하, 주거급여는 소득·재산 기준이 중위소득 대비 43%(165만원) 이하, 교육급여는 소득·재산 기준 중위소득 50%(192만원) 이하로 변경된다. 기존 최저생계비는 중위소득 대비 40%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소득이 증가할 때 소득 수준에 따라 생계급여는 받지 못하더라도 의료, 주거, 교육 급여 등은 받을 수 있게 된다.





 부양의무자 기준과 관련해서도 현재는 부양의무자 가구와 빈곤 대상자의 최저생계비 185%선이 부양 능력 유무의 판단 기준이 됐지만, 앞으로는 부양의무자가 빈곤 가족에게 최저생계비를 지원하고도 중위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때만 부양 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따로 사는 아버지를 둔 아들 가구(4인)의 경우, 현재는 소득이 392만원을 넘으면 아버지의 기초생활수급권이 박탈되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적어도 441만원(중위소득 384만원+1인 최저생계비 57만원)을 넘어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제외된다.


 이것은 보건복지부가 “지금까지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에 통합적으로 지급하던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생계·주거·의료·교육 등 급여별 특성에 따라 선정기준을 다층화하고, 급여수준과 부양의무자 기준도 현실화했다”고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참여연대가 ‘생색내기’라고 규정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번 개편안을 통해 전체 기초보장 수급자 수는 현재 83만 가구에서 약 110만 가구로 30%가량 늘어나지만 개별 가구에 따라서는 급여 수준이 현재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 예산 규모가 가장 큰 의료급여(2013년도 기준 4조 2382억원)는 차상위계층이 받는 혜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상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개편안에서는 현행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교육급여(올해 기준 1295억원)는 중위소득 50%로 대상자를 늘렸다.


 개편안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얼마나 개선했을까. 김은정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미약한 현행 보장수준을 일부 확대된 수급자 규모로 포장해 과대홍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주거급여에 대해 “지금도 수급자들이 받는 생계급여는 대부분 주거비로 들어갈 정도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는데, 이번 개편 역시 가구당 지급하는 월평균 주거급여를 11만원으로 평균 3만원 증가하는데 그쳐 유명무실한 주거보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논평


생색내기에 그친, 박근혜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수급자의 권리성 약화시키고 일부 수급자수 증가만 도모 대규모 사각지대 존치한 채 미약한 수준 보장하는 수급자수 증가 최저생계비 폐지, 예산 맞춰 재량으로 정하는 최저보장수준으로 대체 국가책임 축소 및 수급자 권리 약화는 과거로의 역행 1. 정부는 어제(10일) 제4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통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현재 83만 가구에서 최대 110만 가구로 약 30%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된 생계급여액 중위소득 30% 보장은 ‘경제상황 및 재정여건 등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2017년까지 중위 30% 수준으로 조정 검토’로 후퇴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일부 완화했지만, 대다수 비수급빈곤층은 그대로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 이찬진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방향은 실질적인 보장수준을 낮추고, 일부 확대된 수급자 규모만을 강조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또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이 수급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면,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 보장이라는 국가의 의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거꾸로 되돌리는 퇴보임을 경고하는 바이다. 2. 정부는 이번 발표내용에서 ‘최저보장수준’ 지원을 법률에 명시하여 권리로서의 급여 성격을 유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과 달리 현 개편안에서의 최저보장수준이란 보장수준 자체가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고 있어 임의적으로 책정될 수 있다. 결국 최저생계비 개념을 폐지하고 정부의 재정형편에 맞게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알아서 결정하도록 하는 개편인 것이다. 권리로서의 급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득인정액과 급여를 합하여 최저생계비 이상의 생활수준을 법률에 의해 확정된 권리로서 보장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 골격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상대적 방식의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보장수준의 개념, 수준, 결정 방식이 법률에 명백하게 명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수준은 정부예산의 범위 내에서 자의적으로 결정되어 수급자의 기초생활을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 정부의 각 시책별로 임의적으로 결정되는 최저보장수준이란 권리성 급여를 폐기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궤변일 뿐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개편 방안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법을 수급자의 권리성 급여에서 행정부의 재량형 급여제로 전락시키는 것으로, 우리 사회에서 기초생활의 보장이라는 대의를 포기하는 개악에 가깝다. 3. 또한 정부는 All or Nothing의 선정기준을 다층화하여 탈수급 유인 제고하겠다며 생계급여는 중위소득 30%(2013년 4인가족 115만원)이하, 의료급여는 중위소득 40%(155만원) 이하, 주거급여는 중위소득 43% 이하(165만원), 교육급여는 중위소득 50%(192만원)이하를 기준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매년도 고시되는, 국가가 책임지는 최저생활보장에 대한 가구별 금액 기준선이 사라진 채 정부에서 제시하는 방침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실제 대상자선정기준 및 급여는 예산에 맞춰 행정부의 재량대로 결정될 것이므로 수급자들의 권리는 크게 후퇴된다. 또한 정부 발표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가장 열악한 상황에 있는 취약계층의 혜택을 줄이고 수급자의 수만 늘리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계급여의 경우 ‘경제상황 및 재정여건 등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2017년까지 중위 30% 수준으로 조정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공청회 등에서 밝힌 중위소득 30%보장에서도 후퇴했다. 가장 기초가 되는 생계급여 선정기준부터 현행 최저생계비에서 수준에서 크게 후퇴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급여축소일 뿐이다. 주거급여의 경우 가구당 지급되는 월평균 주거급여는 11만원으로 평균 3만원 증가에 그쳐, 급등하는 현재의 주택임대시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유명무실한 주거보장이 될 것으로 보이며 민간위주로 공급되는 우리나라 주택임대 시장을 고려하면 임대료 상승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또한 급여가 분리되면서 수급이 탈락되거나 되거나 주거유형별 급여액이 조정되기 때문에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하거나 급여 수준이 삭감되는 가구가 늘어나는 등 제도의 사각지대 발생과 급여 삭감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를 대비해 이행급여를 보장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한시적인 대책일 뿐이다. 이렇게 예산에 맞춰 수급자의 실질적인 보장수준을 낮추고 일부 확대된 수급자 규모만을 강조하여 정부가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 최대 110만 가구로 늘어난다’며 자화자찬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4. 개별급여 도입은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내에서 좀 더 효과적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공공부조의 기본 원리에 충실하고, 분절된 개별급여가 시행되지 않게 되려면 유기적으로 연계된 급여체계 개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개별 급여의 전제는 탈수급과 탈빈곤을 저해하는 주거, 의료, 교육의 욕구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제도화하여 탈수급 촉진의 기제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현재의 통합급여는 중복으로 받지 않아도 될 급여를 받고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통합급여 위에 비수급, 차상위계층을 위한 개별급여가 없었던 것이다. 각 급여별로 선정기준을 달리하는 다층구조의 마련은 필요하지만, 권리성 급여를 유지하는 핵심 개념인 최저생계비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기준과 급여기준으로서 유지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 발표와 같이 주거급여는 국토교통부, 교육급여는 교육부 등으로 개별급여가 부처에 나뉘어 운용된다면, 제도의 통합력은 현저히 약화될 것이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정부는 주거복지팀의 별도 구성 추진을 밝히고 있는데, 이를 통한 불필요한 행정 낭비와 현장의 혼란 등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다른 부처에서 관장하는 개별법과의 조정 수단 마련 및 개별급여 도입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을 대비하고 방지하기 위해 행정적 수요 증가 예측 및 이를 위한 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지자체 별 상황을 고려하여 행정, 건축, 복지직 공무원 및 수탁기관 파견인력으로 구성욕구별, 맞춤형 기초생활보장, 나아가 보육 등 사회복지서비스에 필요한 사회복지직 공무원 수요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또한 차제에 복지국가 실현에 부응하도록 기초자치단체의 지방공무원의 직제 및 직렬 중 사회복지 직렬의 비중과 정원을 대폭 증원하는 방향으로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이라는 헌법적 근거에 따라 최저생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반드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5.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규모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부양의무자 문제의 효과적인 개선 및 수급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지 못하는 최저생계비의 비현실성 문제, 재산 소득환산제의 비합리성, 간주부양비, 추정소득 등의 문제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 117만 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장기적인 청사진이 마련되지 않은 채,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판정기준을 일부 완화하고 일부 교육급여, 주거급여만 미흡하게 제공받는 수급자를 늘리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의 증가로 인해 보편적 복지제도가 확대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취약하다. 심화되는 양극화 및 근로빈곤층의 증가로 잠재적 빈곤층이 양산되고 있으며 헌법에서 규정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제도적으로 구현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심화 등의 사회현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위에서 제시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외면한 채, 모양만 그럴싸한 맞춤형 급여를 도입한다면, 이는 수급자의 욕구를 예산에 맞춘 것에 불과하며 한두 가지 혜택으로 모든 것을 끝마치는 '마침형' 복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