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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버마 민주주의와 결혼했습니다" (2004.9.16)

by betulo 2007.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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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민주주의와 결혼했습니다"
쪼 뜨윈(Kyaw Thwin) 버마 민족민주동맹 의원
한국 시민사회, 정치권에 버마 민주화 연대와 지원 호소
2004/9/16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70-80년대 재야운동가. 버마 민주화운동가인 쪼 뜨윈 민족민주동맹 의원을 보며 드는 첫인상이다. 수십년간 계속되는 군부독재에 맞서 험난한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민주화에 대한 굳은 신심과 소명감이 느껴진다. 자신의 모든 삶을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바치겠다며 ‘엄격한 도덕적 순결성’을 강조했던 과거 재야운동가들을 기억하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쪼 뜨윈은 익숙한 향수와 친숙함을 떠올리게 한다.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그는 대뜸 “녹색이 싫어요”라고 답한다. “세 번 투옥돼서 10년간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그때 군인들한테 고문을 많이 당했는데 버마군인들은 녹색 군복을 입거든요.” 그 다음으로 그가 꼽은 것은 할머니의 유언이다. “1990년 10월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제 손을 잡고 ‘버마 국민들을 위해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변호사였던 쪼 뜨윈은 지난 90년 버마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군부독재에서 벗어나길 원했던 버마 민중들은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줬다. 군부정권은 곧바로 선거를 무효화했고 아웅산 수지는 연금됐다. 쪼 뜨윈도 이때 의원직을 잃고 투옥됐다. 그때부터 15년이 지난 지금도 쪼 뜨윈의 명함에는 “선출된 국회의원(Elected Member of Parliament)”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성공회대 아시아엔지오정보센터 초청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3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쪼 뜨윈은 각당 국회의원들을 면담하고 시민단체들을 방문하면서 한국인들이 버마민주화를 위해 연대해줄 것을 호소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가 호소한 구체적인 방안은 “버마에 경제제재를 해달라”는 것. 이는 사실 민족민주동맹의 공식 입장이기도 하다. 군부정권의 물적토대를 무너뜨려야만 민주정부 수립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독재정권이 없어지면 버마 사람 모두가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한국 시민단체들이 버마 민주화운동을 관심갖고 도와주길 바랍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아웅산 수지 여사는 지난해 5․30 데파윈 학살 이후 가택연금에 처해 있다. 버마민주화운동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민족민주동맹이 수지 여사의 권위에만 너무 의존하고 차세대 지도자 양성에 소홀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오른쪽 사진설명: 마 민족민주동맹 깃발. 쪼 뜨윈은 아래쪽에 보이는 새를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공작새”라고 소개했다. 사진제공=민족민주동맹 한국위원회)

 

쪼 뜨윈은 이에 대해 “민족민주동맹 청년연맹에서 지도자급 청년들을 뽑아 분야별로 조직적인 교육을 시키고 있다”며 “이들이 두 번째 세 번째 아웅산 수지가 되어 민족화를 이끌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카렌족을 비롯한 버마 소수민족들에게 수지 여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며 “민족민주동맹의 선택폭을 좁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털어놨다.

 

아웅산 수지 여사는 평화적으로 민주주의를 만들고 싶어한다. 물론 버마-태국 국경지대에서 총을 들고 싸우는 이들도 있다. 쪼 뜨윈은 “평화적인 민주정부 수립을 진정으로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재정권과 전쟁을 벌이기에는 그들의 물리력이 너무 강하다”며 “전면적인 무장투쟁은 희생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만약 만약 정말로 만약에 모든 국민들이 총을 들고 나선다면 제가 맨 앞에서 싸울 것입니다.” 그는 “만약”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되풀이하면서 조심스럽게 하지만 분명하게 민주화를 위해 언제든 헌신할 수 있다는 자세를 드러냈다. 물론 “개인의견을 전제로.”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민주정권이 들어서고 아웅산 수지 여사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민족민주동맹은 평화․평등․자유를 구호로 합니다.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정치가로서 국민들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죽을 때까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건 없습니까? 여행을 하고 싶다든가 누구를 만나고 싶다든가…”

 

“글쎄요. 그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쪼 뜨윈 의원과 인터뷰하는 동안 쩌 모아 버마 민족민주동맹 한국위원회 집행위원이 통역을 맡아주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서로 인사를 할 때 쩌 모아는 자신을 기혼자라고 소개했다. “결혼한지 오래됐지요. 제 아내 이름은 ‘민주주의’입니다. 이혼하는 일은 평생 없을 겁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9월 16일 오전 1시 5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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