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횡사해

오바마 2기 외교안보팀 구성, 북미관계는 어디로

by betulo 2013. 1. 20.
728x90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 뒤 2기 외교안보 진용, 그 중에서도 누가 차기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자리만 살펴봐도 오바마 행정부가 지향하는 대외관계 모습을 대략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는 지난해 1221일 민주당 상원의원인 존 케리(69)를 현 힐러리 클린턴의 뒤를 이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17일에는 전직 공화당 상원의원 척 헤이글(67)을 국방장관에 지명했다. 이밖에 백악관 대테러·국토안보 보좌관 존 브레넌(57)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지명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톰 도닐런과 유엔대사 수전 라이스는 사실상 유임이 확정됐다.



오바마와 케리


왼쪽이 헤이글



  케리는 오바마의 '외교 멘토'다. 헤이글은 2008년 대선 당시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오바마를 공개 지지했다. 케리와 헤이글 모두 오바마가 상원의원 시절 친하게 지냈다. 외신에서 오바마가 1기에는 필요한 사람을 썼지만 2기에는 원하는 사람을 쓴다는 평가가 나온다. 처음 대통령이 될 당시 워싱턴에서 아웃사이더나 다름없었던 오바마는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앉히고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으로 일하던 로버트 게이츠를 유임시키는 등 연속성과 반대파 포용에 치중했다. 하지만 이번 진용은 자신의 철학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의도를 보인다.





  일단 오바마가 구상하는 2기 외보안보노선이 지난 4년과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향후 4년 오바마 행정부는 어떤 대외관계, 어떤 대북정책을 보여줄 것인가.




 

 케리와 헤이글, 베트남전 용사 출신 대화파

 

 케리는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부시와 대통령 선거를 치렀던 것으로 우리에게도 낯이 익다. 매사추세츠에서 1985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임기 6년인 연방 상원의원으로 일하고 있다. 오랫동안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았다. 케리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일방주의적 강경 외교정책을 지양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우선시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케리는 북한의 핵 개발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2004년 대선 당시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6자 회담은 물론 필요하다면 북미 양자 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언론과 회견에서 대통령이 되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즉각 북-미 양자 협상을 하는 것은 물론, 군축, 정전 협정의 대체와 통일 문제까지 논의할 뜻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랭크 자누지는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2기 외교안보팀은 갈등방지와 외교, 그리고 실용적인 개입(engagement)에 중점을 둘 것"이라면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케리는 외교에서 영원한 적은 없다는 걸 아는 인물"이고 "평화를 위한 길을 찾는 외교관"이라면서 그가 적국이었던 베트남과 관계정상화를 한 것이 상원의원으로서 성취한 것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또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미얀마와 관계 정상화하는 걸 지원했으며 북한과의 외교도 시도했다고 소개했다. 자누지는 1997년부터 20124월까지 미 상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 아시아태평양 담당 정책국장 등으로 일하며 케리를 보좌했으며 현재 국제엠네스티 워싱턴사무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헤이글 역시 주목할 점이 적지 않은 인사다. 케리처럼 헤이글도 베트남전쟁 참전 경험이 있으며, 해외 침공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다. 크게 봐서는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중시한다. 헤이글은 2006년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우리는 북한과 직접 대화할 필요가 있다. 하루라도 빨리 대화를 할수록 더 일찍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20086자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이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자 "부시 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6자회담에 대해서도 "완전하지도 않고 비효율적인 체제이지만 한반도 비핵화라는 전체적인 목적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회담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누지는 "그는 북한과의 협상 노력에 깊이 관여했다. 북한의 핵프로그램 해결을 위한 협상을 강하게 지지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인사들은 외국과 관계에서 철저히 국익만을 고려한다. 한국과 관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물론 미국 정부 고위직들이 한국과 인연이 있다면 한국으로선 손해볼 건 없다. 그런 점에서 케리와 헤이글이 한국과 일정한 인연이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헤이글은 미군연합봉사단(USO) 총재로 1980년대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수차례 방한했다. 가장 최근에는 200810월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과 면담을 했다.


  케리는 한국 불교무예인 심검도(心劍道)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세계심검도협회 총재 김창식(60·불명 원광)과 절친한 사이다. 의붓아들인 존 하인스 5세는 세계심검도협회 총재 비서실장 겸 미국 총괄 지대장을 맡고 있다고 한다. 세계심검도협회는 미국 보스턴에 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해동검도와 뿌리를 공유한다고 한다.(불교신문 기사)

 

 향후 인준절차는

 

  케리는 30년 가까이 연방 상원의원을 지내면서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상당히 좋은 평판을 유지한데다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전문성까지 갖췄기 때문에 상원 인준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반면 헤이글은 공화당원이라 오바마가 '탕평인사'를 명분으로 지명했지만 정작 공화당에선 마땅치 않아 하는 기류가 강하다. 무엇보다 헤이글이 근래 공화당 주류와 의견차이가 너무 뚜렷하기 때문이다.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영장없는 도청을 허용하는 애국법은 물론, 이라크 전쟁과 이란 제재을 반대한다. 국방예산 삭감을 주장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그가 거의 유일하다.


  헤이글 인준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은 무엇보다 헤이글이 오바마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이스라엘 비판을 서슴치 않는 인사라는 점 때문이다. 미국에서 이스라엘 비판은 엄청난 금기사항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2006년에 했다는 "나는 이스라엘 상원의원이 아니라 미국 상원의원이다"는 발언은 지금도 유명하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공화당의 이단아' 헤이글에 대해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에릭 캔터는 물론 이스라엘 국회의장 레우벤 리블린도 우려를 표명했을 정도다.






 

 구글과 북한, 물밑 접촉 시작되나

 

 오바마 2기 외교안보팀이 구성되는 시점에서 향후 북미관계를 단정지어 예측하긴 쉽지 않다. 그래도 구글 회장인 에릭 슈밋과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 빌 리처드슨이 34일간 북한을 방문한 것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1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한 자리에서 리처드슨은 기자들에게 남북, 북미 관계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소식을 전했다. "그들(북한 관리들)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길 간절히 바란다. 한국의 새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매우 고무돼 있다." 이들이 북한을 방문한 표면적인 명분은 지난해 11월 북한 나선 여행 중 찍은 사진이 문제가 돼 억류된 배준호(케네스 배)씨 석방 문제 논의, 그리고 북한의 인터넷 현황과 식량 등 경제사정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통일부 차관을 지냈던 이봉조는 최근 한국일보 기고에서 이번 방북을 주목해야 할 이유로 세가지를 꼽았다. 먼저 방북 시점이 절묘하다. 오바마 2기 출범을 앞두고 북한이 새해 벽두에 오랫동안 북한과 대화통로 구실을 해온 리처드슨과 함께 구글 회장을 초청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첫 미국 민간대표단 방북이다. 두번째로 북한 매체에서 "빌 리처드슨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구글 회사 대표단"이라고 보도한 점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주력하는 북한이 구글과 협력관계를 모색하려 한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세번째로 미국 정부 입장도 미묘하다. 겉으로는 국무부와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리처드슨은 이번 방북 결과를 국무부에 브리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인준 제도참고할 점 많아


  최근 인수위원회가 출범한 한국 입장에서 케리헤이글을 비롯한 미국 내각 구성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여러모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미국에선 내각 인준 과정에서 한국과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바로 깜짝인사가 드물다는 점이다미국은 후보자 보안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오히려 언론에 먼저 공개해 언론과 정치권의 사전 검증 절차를 거친다이번 국무장관 지명과정에서도 백악관은 언론을 통해 라이스와 케리를 언론에 미리 흘려 여론의 반응을 살폈다라이스는 상원 공화당에서 난색을 표하자 라이스가 스스로 물러난 경우다깜짝인사니 보안인사는 오히려 인준기간만 길어질 뿐 대통령에게 별 도움도 안된다상원은 검증을 이유로 무기한 인준을 보류하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성 김도 주한미국대사가 되기 위해 이례적으로 4개월이나 상원 인준 절차를 밟아야 했다.


지명 이전에 백악관인사실국세청연방수사국(FBI), 공직윤리실 등 입체적인 검증을 거친다이 과정에서 상당수가 걸러진다사전검증이 원체 까다롭다 보니 흠결이 있는 인사는 스스로 인선 대상에서 물러나는게 보통이다인준청문회가 필요없는 백악관 보좌진으로 일하며 다음 기회를 노리기도 한다물론 미국식 제도도 문제는 있다회전문 인사가 워낙 광범위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관료-의회-기업을 돌고도는 기득권층이 권력 핵심을 독차지하고 이너서클을 형성한다는 비판도 많다라이스 경우처럼 인준청문회가 대통령에 반대하기 위한 정략 도구로 이용되는 것이 대표적인 폐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