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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강원,경기 임야 표적” (2004.8.20)

by betulo 2007.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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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경기 임야 표적”
어느 산림청 공무원의 고백
2004/8/20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지난 9일 ‘일본명의 토지 여의도 11배’ 후속취재를 위해 민족문제연구소를 찾은 취재진은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올해 초 산림청 공무원 한명이 일제시대 토지대장을 갖고 민족문제연구소를 찾은 적이 있다는 것. 그는 당시 “토지대장에 있는 일본인의 땅을 노린 토지브로커(일명 땅꾼)들이 소송을 제기했다”며 “자료협조와 자문을 구하기 위해 민족문제연구소를 찾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족문제연구소를 통해 취재진은 지난 17일 그 공무원을 만날 수 있었다. 설웅천씨(가명)는 인터뷰에 선뜻 응하면서도 “땅꾼들에게 위해를 당할 수 있다”며 완강하게 익명을 요구했다. 물론 사진 촬영도 거부했다.


“산림청 관할 임야와 관련한 소송과 관련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힌 설씨는 “수도권과 수도권에 인접한 강원도가 땅꾼들이 특히 눈독을 들이는 곳”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이 확장되고 개발이 진행되면서 땅값이 비싸졌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현재 경기․강원 지역에 계류중인 소송이 1백72건이나 된다”고 일러줬다.


설씨는 “소송은 대부분 국가를 피고로 하는 소유권 소송”이라며 “진행중인 소송 대부분에 땅꾼이 직간접으로 개입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유권 이전 등기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3번 공포했고 진짜 자기 땅이면 그때 등기했을 것”이라며 “이제 와서 소송을 제기하는 건 땅값이 오르는 지역에 사기성으로 소유권을 취득하려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지 소송은 절차와 자료입수가 워낙 복잡해 개인이 자료를 찾아 소송을 걸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꼬집었다.


왜 경기․강원 지역 임야만 소송이 잦을까. 설씨는 “한국전쟁으로 경기도와 강원도의 등기소가 불탄 경우가 많았다”며 “물론 60년대 대부분 복구하긴 했지만 도면이 없어져 복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행정의 허점을 이용하려는 땅꾼들이 경기․강원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그는 “땅꾼들이 집중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곳”으로 경기도의 한 지역을 지목하기도 했다.


설씨는 해방 후 기록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무엇보다 아쉬워한다. 그는 “해방 후 기록관리를 잘 못해 없어진 자료가 많다”며 “소송 처리할 때는 기록이 없어 애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선총독부에서 나온 재결서라는 게 있습니다. 일제시대 토지분쟁 판결문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지요. 그게 분량이 엄청난 자료인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없어졌는지 아무도 몰라요. 그 문서만 남아있어도 땅꾼들이 농간을 부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는 “결국 국가가 제대로 관리를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설씨는 공무원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국유지 관리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관리 상태가 너무나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산관리 업무는 무척 까다롭다”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좋은 소리도 못 듣는다”고 지적했다. 기피업무로 남아있는 한 국유지 관리는 허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8월 20일 오전 6시 1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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