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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시민의신문 기사

국유지 관리 농간하는 ‘땅꾼천하’ (2004.8.20)

by betulo 2007.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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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지 관리 농간하는 ‘땅꾼천하’
‘토지브로커’ 각지 활개…국가패소율도 30% 상회
토지사기 실태
2004/8/20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토지소송이 있는 곳엔 그들이 있다?

허술한 국유지관리는 일제소유 토지 환수와 친일파 부동산 청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행정의 허점을 이용한 토지사기가 지금까지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토지브로커(일명 땅꾼)들은 일본명의․민통선 지역 토지를 가로채기 위해 공문서 위조와 소송사기도 서슴치 않는다. 토지사기의 실태와 유형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북부지방 산림관리청은 요즘 일주일에 대여섯건씩 들어오는 소유권 소송에 몸살을 앓고 있다. 김운수 송무계장은 “그나마 요즘은 소송이 적은 편”이라며 “개발예정지 발표가 나오는 지역은 소송제기가 엄청나게 들어온다”고 말한다. 최근 소송중인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도 가평군 소재 1만여㎢ 임야이다. 1심에선 국가승소 판결을 받고 현재 2심을 진행중인 이 국유지는 공시지가가 3백억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다.

 

산림청은 이런 소송을 1백72건이나 벌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청이 맡고 있는 소송은 대부분 토지브로커(일명 땅꾼)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사정은 2백건 가까운 토지 소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이기용 파주시청 우리땅찾기팀장은 “많은 경우 국유지 관련 토지소송에 브로커가 개입해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엘지 필립스 공장 개발지구와 교하지구 개발지 등에 브로커들이 몰리는 것으로 본다”고 인정했다. 실제 그는 브로커가 개입한 토지를 환수한 적이 여러번 있다.

 

 

                  
토지브로커들은 일제시대 고문서 등을 바탕으로 대상 토지를 물색한다. 이들이 가장 즐겨 이용하는 자료인 일제시대 토지조사부(왼쪽 사진)와 조선총독부 관보(아래사진).

대표적인 경우가 일본 미쓰이 법인 명의 소송이다. 파주시청은 탄현 소재 미쓰이 명의 집터 1백20평에 대해 국유지 환수 소송을 제기했고 2003년에 승소했다. 당시 소송업무를 담당했던 이기용 파주시청 우리땅찾기팀장은 “30년 넘게 방치된 부동산이라 점유권이 인정되는 경우여서 재판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다행히 점유자 가운데 한 명이 브로커가 실점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줘서 승소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소송끝에 되찾은 덕진산성 관련 소송도 비슷한 경우이다. 산림청은 지난 1993년 당시 브로커가 개입해 가로챈 파주시 장단군 소재 백각산 50만평 임야를 국고환수한 적이 있다. 특히 이 팀장에 따르면 이들은 친일파 후손들과 결탁해 토지 환수 소송을 벌이기도 한다.

 

이 팀장은 “브로커들은 취득한 토지를 엄청나게 복잡하게 등기해놓아 나중에라도 발각되지 않도록 하는 치밀함을 보인다”며 “국고 환수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소송 과정에서 브로커들한테 협박도 여러 번 받았다”는 그는 지금도 일부러 휴대전화를 만들지 않는다.

 

브로커들이 토지사기를 일삼는 경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1982년부터 1992년 사이에 시행된 수복지역내 소유자 미복구토지의 복구등록과 보존등기에 관한 특별조치법(특조법)은 파주․연천 등지의 민통선에서 토지사기가 극성을 부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특조법은 한국전쟁 이후 소유권이 분분명한 상태로 국가가 관리하던 토지를 원소유자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로 제정했다. 그러나 토지사기단은 허술한 특조법 규정을 이용해 대규모 토지를 가로챘다.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선조가 창씨개명했다며 사기치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고 소개한 뒤 “후손을 찾아가서 조상 땅 찾아줄테니 돈을 나누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후손들을 구슬려 소송을 걸게 하고 땅꾼은 변호사 소개비 일부를 받아먹고 빠져 버린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생기면 소송을 제기한 후손들은 대부분 패소하지만 땅꾼들은 이미 돈을 챙긴 뒤라는 것이다.

 

그는 “땅꾼들은 소유자 등록이 안 된 토지나 국등기한 무주보동산을 노린다”며 “1993년 이후 지적도가 전산처리되면서 브로커들이 자료를 입수하기가 더 쉬워져 소송이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지적과 공무원은 “일제시대 토지대장을 들고 와서 물어보는 사람이 하루에도 몇 명씩 있다”며 “국립도서관에서 고문서를 뒤지고 관련 공부를 하며 2-3년에 한건씩 소송할만한 땅을 찾아내면 성공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그런 소송 한번 제대로 성공하면 평생 먹고 사는데 지장없다”고 덧붙였다.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실 관계자는 “농촌경제연구원이 1985년 발간한 <농지개혁시 피분배지주 및 일제하 대지주 명부> 자료집을 찾아 복사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며 “대부분 땅을 찾기 위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땅꾼으로 불리는 토지브로커들은 여전히 행정의 허점을 이용해 토지사기를 물색하고 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토지사기단 범행 수법

 

<시사저널>340호(1996년 5월2일)는 “토지 사기단 ‘민통선’ 점령”이라는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행정력의 빈틈을 이용한 토지사기단의 치밀한 수법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먼저 이들은 가장 중요한 기초작업으로 범행대상을 물색한다. ‘덜덜이’라 부르는 정보책들은 확보한 정보를 두목에게 제공하고 수고비를 받는다. 일단 범행 대상 부동산을 결정하면 다양한 범행수법을 동원하게 된다.

 

우선 소송사기를 들 수 있다. 대상 부동산의 가짜 소유주(속칭 바지)로 내세울 사람을 확보한 다음 위조책(속칭 공장)이 가짜 소유자한테 땅을 매입했다는 가짜 매도증서를 만든 다음 변호인을 선임해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한다. 가짜 소유주의 변호인까지 선임해주고 몇차례 소송을 진행하다가 화해로 승소 판결을 받거나 바지로 하여금 두 번이상 소송에 출석하지 않도록 해 자동으로 승소(청구인락 판결)하는 것이다.

 

호적등본 위조와 등기이전 서류 위조 방법을 쓰기도 한다. 호적등본 위조는 원소유자가 사망한 뒤 후손들이 상속받을 땅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부동산을 가로채는 방법이다. 원소유자의 제적등본과 사기단의 호적등본을 일치되게 위조해 사기단 앞으로 상속등기를 내고 처분하는 것이다.

 

등기이전 서류 위조는 바지를 선정해 공장으로 하여금 원소유자의 등기권리증,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원소유자와 바지 사이의 가짜 매매계약서 등 서류 일체를 위조케 한다. 바지가 위조 서류를 등기를 받아내는 것이다.

 

범행 종착점은 토지를 신속하게 처분하는 일이다.

 

특히 토지사기단은 범행부동산을 처분할 때 아예 법원 판결문마저 위조하는 경우도 있다. 법원에서 소유권보존이나 이전 소송 승소 판결을 받은 것처럼 위조한 다음 이를 등기소에 보내 이전등기를 마치는 수법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8월 20일 오전 6시 1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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