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하다 보면 당사자가 강조하는 것과 기자가 주목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떤 때는 본인은 언급이 되는것 자체를 꺼리지만 기자 입장에선 언급이라도 해야 할 때가 있다.
오늘 인터뷰한 이지현 마들주민회 대표가 그런 경우다. 15년 넘게 풀뿌리운동을 하는 이 분 남편은 김영배(성북구청장)이다. 기자 입장에선 꽤 흥미로운 지점이다. 하지만 본인은 사생활이라며 언급도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간곡히 얘기해서 아주 간단히 언급만 하는 걸로 합의를 했다.
사실 내 욕심으로야 그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지만, 본인이 원치 않는데 어쩌겠는가. 그그건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그래도 서울풀시넷과 관련한 얘기는 자세히 해주셨다. 이 대표께 꾸벅~
“풀뿌리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도록 서울시 정책에 대해 감시와 협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서울풀뿌리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서울풀시넷)를 이끄는 이지현 공동대표는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에서 열리는 신년하례회를 하루 앞둔 9일 이렇게 각오를 다졌다. 일을 떠나면 김영배 성북구청장의 부인이기도 하지만 이 대표는 “그건 개인적인 것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마들주민회는 1990년 처음 생겼다. 당시 이름은 상계어머니학교였는데 이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뒤 1994년 첫 사회생활을 이 단체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결혼 뒤 처음 정착한 곳이 노원이었고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원활동을 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마들주민회로 이름을 바꾼 2000년 초대 대표를 3년여 역임했고 재작년에 6대 대표가 됐다고 한다.
문: 서울풀시넷은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달라.
-서울 곳곳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단체들은 대개 구 단위를 중심이다 보니 서울 차원에선 신경을 쓰지 못한다. 내부반성이 많았다. 특히 지난 10년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 서울시 주도 토건사업을 놓고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2009년 10여개 단체로 풀시넷을 결성했다. 서울시 예산을 같이 분석하고 토론회도 개최하면서 첫발을 뗐다. 지금은 30개 참여단체와 3개 참관단체가 함께 한다.
문: 오세훈 시장 당시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오 시장 5년 동안 우리가 가장 비판했던 것은 불통(不通)이었다. 정책결정 과정에도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노력이 부족했다. 주민들의 삶과 무관하게 외관만 바꾸는 토건위주 정책에 너무 많은 예산을 낭비했다. 디자인서울이나 한강르네상스 등 오 시장의 주요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엔 먼저 만나서 대화하고 토론하려고 한다는 것부터 엄청난 변화다.
문: 서울풀시넷은 연말 통과된 ‘박원순표 예산’을 강하게 비판했는데.
-박 시장이 취임하고 나서 2012년도 예산안을 검토할 시간이 보름 정도밖에 안됐다. 토건사업을 지양한다는 총론은 분명했지만 각론까지 꼼꼼히 검토할 시간은 부족했다. ‘박원순표 예산’이라고는 하지만 취수예산이나 몽골 울란바토르 공원조성사업 등 오 시장 당시 논란을 불렀던 사업이 그대로 통과돼 우려를 자아낸다.
문: 박 시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워낙 시민운동을 오래 하신 분이라 시민들 목소리를 열심히 들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걱정스러운 건 행정을 직접 해본 적 없는 데다 이명박·오세훈 전임 시장 당시 정책이 몸에 밴 공무원과 전문가집단에 둘러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민은 물론 시민사회와 소통하려는 태도를 임기 내내 견지한다면 그 어떤 시장보다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문: 단체장으로서 김영배 성북구청장에 대해 얘기해달라.
-사적인 문제일 뿐이다. 남편은 공직자이고 나는 시민운동가다. 다만 거버넌스(협치)란 측면에서 보면 시민단체는 과정을 중시하고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를 중시하는 반면, 행정은 성과를 좀 더 중시한다는 걸 자주 느낀다. 자치단체와 풀뿌리단체가 대화하고 협력한다면 각자 장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