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를 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일 지인들을 급히 대관령으로 불렀다. 박 시장은 이들에게 처음으로 서울시장 선거 출마 결심을 밝혔다. 당시 유창주 전 희망제작소 기획실장은 한 시간 넘게 박 시장과 독대하면서 박 시장이 했던 말들을 적은 메모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실상 ‘출마의 변’에서 박 시장은 “지금 우리 국민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 줄 곳도, 기댈 곳도 없는 처참한 상황이다. 이를 외면하면 난 역사에 죄인이 되고 말 것이다.”라고 현실을 진단했다.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백두대간을 걸으며 자연의 소리, 사람의 소리, 시대의 소리, 민초들의 소리를 고민했다.”는 그는 “기존의 정치 질서를 우리가 바꿔야 할 시대가 정말로 왔다.”는 결심을 털어놨다. 그는 향후 시장이 된다면 “시민이 시장인 서울, ‘경청’에서부터 시작하자.”는 포부를 밝혔다.
박원순 캠프에서 뉴미디어 선거를 총괄했던 유창주 소셜4.0위원장이 선거 결심부터 선거 과정, 박 시장에 대한 다양한 뒷얘기를 담은 ‘박원순과 시민혁명; 50일간의 희망 기록’(두리미디어 출판사)을 펴낸다. 이 책은 30일 공식 출간 예정으로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했다.
이 책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이른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선거에 활용해 승리를 이끈 과정 등 생생한 경험담을 담고 있다. 유 위원장은 참여연대부터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에서 10년 동안 박 시장과 동고동락한 최측근이다.
유 위원장은 박 시장이 선거에 나오기로 한 계기 가운데 하나로 이명박 정권 이후 그가 겪었던 고초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 정권 하에서 분명히 희망제작소 사업은 잘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국정원 사건을 전후로 지자체와의 사업도 중단된 상태였고 지역홍보센터 사업도 중단되었으며 하나은행과의 사업도 미소금융으로 탈바꿈하며 날아간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희망제작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유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으로 ‘SNS 민주주의’를 꼽았다. SNS 선거전을 ‘시민과 함께한 선거문화의 혁명’이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투표참여 프로젝트 ‘희망ON’ 캠페인을 가동해 선거캠프의 명칭인 ‘희망캠프’의 이름과 슬로건 선정에서부터 트위트 릴레이, 기호 10번으로 댓글 놀이하기, 온라인 박원순후원회 조직, ‘박원순TV’ 생중계, 선거 인증샷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의 뉴미디어 선거 진행 과정을 소개했다.
유 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거대한 음해, 네거티브의 늪에 빠졌다.”면서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SNS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도 소개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마치 박변(박원순 변호사)이 비리백화점 점장이나 된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 모든 것이 불리하게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민참여본부가 꾸려지면서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나경원에 대한 네티즌 검증이 시작됐다. 박원순의 희망캠프가 아닌 트위터 공간에서 나경원에 대한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환기됐다.”고 분위기 반전 과정을 밝혔다. 그는 “결국 박변은 시민의 힘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면서 “시민들은 주인의 길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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