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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서울시장 선거, '저들' 욕은 그만, '우리' '희망'을 이야기하자

by betulo 201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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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선거를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려 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정치혐오증에 몸서리치게 한다. 정치인들을 바퀴벌레 취급하게 된 시민들은 선거를 바퀴벌레 선발대회인양 여기며 선거 거부를 도덕적 선택으로 승화시킨다. 그럼 저들이 이긴다. 당신이 만약 정치인을 바퀴벌레 취급하고 선거거부를 정의로운 행동으로 포장하거나 누가되건 아무 상관 안한다면 당신은 바퀴벌레에 조종당하는 '바퀴벌레의 애완견'으로 전락한다."

 

이렇게 얘기하려 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본 끝에 그러지 않기로 했다. 대중에게 '저들은 나쁜넘들이다' '저들에게 속으면 안된다'라고 얘기하는건 두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어설픈 '나는 진실을 알고 너는 모른다'는 마음가짐으로 자뻑에 빠지는 '대중 계몽' 정신으론 목표달성도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해야할 목표가 '지사''열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두번째 문제는 '저들...' '저들...' 떠드는 건 듣는 사람들에게 '저들'만 떠올리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조지 레이코프 얘기처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외치는 순간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코끼리를 생각한다.

 

차라리 이렇게 얘기하면 어떨까.

"우리는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한강에 세금으로 듣보잡 인공섬 띄우거나 운하 판다고 해서 우리가 행복해지는게 아니다.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게 뭔가
. 아이 키울 곳이 없어서 행복하지 않다면 힘을 합쳐 국공립 보육시설을 많이 짓자. 퇴근 후 가족끼리 편한 마음으로 산책할 만한 곳이 없어서 행복하지 않다면 동네마다 아늑한 공원을 만들고 퇴직자들을 관리인으로 세우자.

강남 강북 격차 때문에 상처받는다면 교부금을 열악한 자치구에 더 배려해보자. 그게 바로 나눔이고 공도에 아니겠는가.

자식 점심 때문에 불안하다면 돈이 좀 들더라도 다같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해보자. 자식들이 경쟁 때문에 학교가기 싫어하고 그런 애들 닦달하느라 부모도 힘들어한다면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행복한 교육을 고민해보자.

일자리가 없어 불행하다면 공공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만들어보자
. 서울시 차원에서 사회서비스를 소화한다면 일자리도 만들고 공공서비스 수준도 높일 수 있다. 많은 예산이 필요할거다. 하지만 시민들이 합의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한강르네상스 안하고 한강운하 안하고 재산세 상한제 없애기만 해도 가능하다.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보자. 우린 할 수 있다.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번 선거를 우리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토론하는 한판 잔치로 만들어보자."

저들보단 우리를 얘기하자. 나만 해도 '저들' 욕한지 20년 바라본다. 요즘처럼 대놓고 지랄하는덴 답도 없다. 욕하기도 지친다. 저들이 "너 군대 안가고 방위갔다왔다며?"라고 놀린다고 발끈해서 "방위가 뭐 어때서!"라고 하는 순간 지는거다. 그런거는 술자리에서 우리끼리 안주로 삼으면 될 일이다. 이젠 '우리' 얘길 좀 해보자.


우리가 우리 얘기에 열중하면 저들은 '우리의 희망'에 대해 셋 중 하나로 얘기할 것이다. "오히려 정반대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래 봤자 소용없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다".[각주:1] 그러면서 '우리가 말하는 희망을 깎아내릴 것이다. 바로 그거다. 저들조차 우리 희망에 대해 얘기하는 순간이 우리가 이기기 시작하는 순간이다.(물론 이기는 순간까진 갈길이 멀다는 걸 명심하자.)


마른땅 탓한다고 싹 나는거 아니다. 하늘을 바라보며 팔을 뻗어야지.


  1. 발화점: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http://www.yes24.com/24/goods/440729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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