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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說

자칭 '대한민국 보수'의 저질체력을 우려한다

by betulo 2011.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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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하는 입장에서 댓글이 많이 달리는 건 기분 좋은 일입니다.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거나 욕설을 하거나 광고글이 아닌 바에는 왠만하면 웃고 넘어가는데요. 가끔 댓글에 남들의 사상을 갖고 물고 늘어지는 헌법 파괴적댓글이 있습니다. (고백하건데 가끔 법질서 차원에서 명박산성 안에 가둬놓고 쥐떼를 풀어버리고 싶을때도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게 색깔 시비를 하는 하는 댓글치고 제대로 된, 수준있는 댓글을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한국에서 자칭 보수들의 저질 체력을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리영희 교수 말마따나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는데 보수가 이렇게 저질체력이어서야 어디 새가 제대로 날기야 하겠습니까.

 

얼마전에 유럽과 미국 등에서 부유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썼습니다. 한 분이 댓글을 이렇게 달았더군요. “서양에서는 냉전과 더불어 끝난 사회주의 타령이 아직도 대접받는게 대한민국 현실이군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부유세에 관해서는 위키피디아에 자세히 나오네요. 근데 어떻하죠? 흔히 말하는 선진국들이 다 부유세 폐지한다고 난리인데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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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부분은 토론으로 해결하면 될 문제지만 저처럼 한국 보수의 체력강화를 염원하는 입장에서 보면 사회주의 타령이라는 표현은 참 답이 안나옵니다. 언제부터 부유세가 사회주의를 가르는 기준처럼 됐는지도 모르겠고 사회주의에 타령이라는 말을 붙임으로써 냉소를 보내야하는 대상인지도 의문입니다.

 

짐작하건데 댓글을 단 분은 무상·의무교육이나 경제민주화, 소득재분배 등을 주장하면 사회주의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위 세 가지는 모두 헌법이 명시한 원칙들이죠. (댓글단 분은 한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걸 아직도 모르셨나 봅니다.ㅎㅎ)

 

정치노선을 진보와 보수로 가르는 건 그 자체로 틀렸다고 할 순 없지만 상황을 너무 단순화시키죠. 오히려 사회민주주의, 자유주의, 보수주의를 기본 축으로 하는게 상황을 더 정확하게 보는 도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칠게 말해서 시장자유와 국가역할, 개인자유와 국가역할을 축으로 하는 구분법이죠. 이럴 경우 저는 명백히 사민주의자 성향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죠. http://www.betulo.co.kr/1298

 

이 기준법이 한국에서 특히 좋은 건 자유주의 중에서 저만큼 오른쪽라고 할 수 있는 자유시장주의를 보수주의에서 구분해 내는게 대단히 시급한 일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자유시장주의와 보수주의 양다리를 타는 한나라당의 어중간한 행태, 그리고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사민주의의 세 다리를 타는 민주당의 속터지는 행태를 깨주기 위해서라도요.

 

자유시장주의와 보수주의는 한국에선 보수라는 이름으로 한묶음으로 처리되지만 둘은 극과 극입니다. 무엇보다도 보수주의는 공동체를 기준으로 세상을 보지만 자유시장주의는 공동체를 배격하고 개인만 중시하죠. 그런 면에서 보면 오히려 보수주의와 사민주의가 통하는게 있다는 다소 역설적인 결론도 가능하죠. 자칭 극보수라는 한 선배에게 위 기준법에 입각한 정치성향 조사를 소개해줬는데 그 선배도 사민주의로 나온 적도 있답니다.

 

한국에서 자칭 진보거나 진보 친화적인 분들은 보편적 복지라는 사민주의적 성향으로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참 보기 좋습니다. 그럼 보수는 어떨까요. 공동체를 중시하고 가족의 가치를 지켜나갈지, 자유시장을 위해 공동체 해체를 감수할지 노선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칭 보수들이 그토록 존경하는 대처의 명언, “애당초 세상에 사회(공동체)’ 같은 건 없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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