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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국문화원과 일본문화원 비교해보니

종횡사해/공공외교

by betulo 2011. 8. 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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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에 위치한 한 건물에 위치한 일본 문화원은 평일이라 그런지 직원을 빼고는 한적했다. 크지 않은 공간 대부분은 일본 관련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처럼 꾸며 놓았다. 책꽂이에는 일본 언어와 역사를 비롯해 만화책들이 빼곡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헝가리어로 돼 있는 책들이 책꽂이 한켠을 가득 메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헝가리인 직원에게 헝가리어로 된 일본 관련 책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다. “200권이 넘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헝가리어로 된 한국 관련 책은 현재 15권이 채 안된다.


 해외문화홍보원이 올해 초 발간한 ‘재외 한국문화원 현황’에 따르면 한국문화원은 지난해까지 설립된 16곳을 통틀어 현지어 도서 비율이 10.7%에 불과하다. 현지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릴 기본 인프라조차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 영국과 미국에 소재한 문화원을 제외한 12곳 평균은 7.0%에 그친다.

역사적 요인으로 번역본이 상대적으로 많은 일본까지 빼면 3.9%까지 떨어진다. 베트남, 카자흐스탄, 나이지리아는 아예 현지어 도서가 한 권도 없고 폴란드도 0.6% 뿐이다. 심지어 교역량 1위를 차지하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한국문화원도 중국어도서 비중은 각각 4%와 2%여서 충격을 더한다.



 현지 번역사업은 장기적인 목표와 정책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유럽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중심언어도 아닌 헝가리에서 200여권과 15권 미만의 차이는 유럽에서 한국과 일본 문화외교 사이에 존재하는 장기적 안목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문화외교의 단기성 혹은 조급증을 부추기는 요인은 문화외교 담당자들의 인력부족과 단기 업무 과잉, 그리고 순환근무로 인한 전문성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이성형 HK교수는 국회입법조사처 토론회 발표에서 공관 직원들이 전반적으로 영사, 정무, 경제 관련 업무에 과도한 시간을 소비하는 만큼 문화외교에 관심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외교관으로서 프랑스 대사까지 지냈다는 점을 예로 들며 문화계 인사에게 문화외교 임무를 맡기자는 주장을 폈다.

 이와 관련, 한 전직 문화홍보관은 “진득하게 장기적인 사업을 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대규모 문화행사 준비하고 치르느라 임기가 다 지나간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구조적 문제가 한국 문화외교를 단기 성과에 집착하도록 만드는 악순환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더구나 문화원장 선발이 전문성이나 문화계 인사 여부가 아니라 대부분 내부선발 위주로 되는 것도 문제를 키운다.

 프랑스 파리 일본문화원은 전체 인력은 30명이 넘고 이 가운데 3분의 1이 현지 채용이다. 반면, 인근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은 원장 포함 8명(현지인 5명)만으로 운영중이다. 일본문화원 원장실은 창문 너머로 에펠탑이 한 눈에 보이지만 한국문화원장실은 지하 1층에 그것도 물건이 잔뜩 쌓인 복도 끝에 위치해 있다는 것도 굳이 비교하자면 엄청난 차이였다. 해외문화홍보원에 따르면 전세계 20곳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의 평균 인력은 8.3명이다. 물론 원장을 포함한 수치다.

일본국제교류기금 한국 사무소 혼다 오사무 소장은 “한국 소설을 외국에 소개하려면 해외 한국문학전공자와 좋은 번역자가 필요하다.”면서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장점은 변화에 역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이나 때론 (정책도) 서둘러 바꾸려 하다 보니 문화 외교가 꽃피기 전에 지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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