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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생각

평창 동계올림픽은 강원도에게 독일까 약일까

by betulo 2011.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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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정부와 정치권, 언론 등지에서는 동계올림픽 유치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와 강원도 재정에 미칠 긍정적 영향 등을 집중 거론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견을 전제로 나는 강원도 재정에 미칠 영향이 최소한 긍정적이진 않을 것이라 본다. (나는 강원도민을 위해 동계올림픽 선정에서 탈락하길 바랬던 입장이다)

'국가적 경사'에 재를 뿌리는 이유가 뭘까. 작년 2월에 썼던 글을 재구성해서 다시 올려놓는다. 좋은게 좋은것이라는 무책임한 강요와 대규모 이벤트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안일한 발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관광산업 파급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는 아래 파일을 참조하기 바란다.)

곰곰히 생각해보자. '흑자' 올림픽이 있었나? 2004년 올림픽을 개최했던 그리스가 지금 어떻게 됐나. 정희준 동아대 체육학부 교수에 따르면 올림픽 적자 흑자 여부를 따지는 건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운영수입만 놓고 보면 흑자다. 하지만 올림픽을 개최한 자치단체의 전체 재정을 고려해서 놓고 보면 역대 하계,동계 올림픽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한 곳도 없다. 7월 7일 문화연대가 낸 성명에서도 이 점을 잘 지적했다.[각주:1]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대로, 메가스포츠이벤트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실질적으로 검증되기 어려운 숫자에 불과하다. 오히려 지난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흑자 올림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메가스포츠이벤트의 효과라 불리는 것은 제한적인 단기 경제부양책에 불과하며, 해당 경기 기간 동안 대기업의 엄청난 마케팅과 물량공세도 그 순간뿐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우에도 경기관련 시설뿐만 아니라 고속철도와 제2영동고속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에 수십조의 국가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인천에선 최근 여론조사에서 주민 80% 이상이 아시안게임 반납에 동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인천 재정상황 때문이다.
2011/04/25 - 인천시 파산 주의보 "아시안게임 반납하자"

전남은 또 어떤가. F1대회 경기장 건설에서 발생한 부채가 1980억원이나 되자 결국 전남이 자산인수방식으로 해결해주기로 했다.
벌금 400억 원을 내고 대회를 반납하는게 차라리 더 낫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 실정이다.

우석훈 박사는 <국제행사, 장밋빛 지역경제 보장 아니다>(신문과 방송 2007년 6월호, 72~75쪽.)라는 글에서 이 문제를 기회비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2007/07/03 -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딴지걸기

기회비용이란  돈이나 시간 혹은 인력과 같은 것을 어디에 사용할 때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나는 손실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도블록이다.

우석훈의 논리를 인용해보자.


주요 대회를 유치하면 그 순간부터 중앙정부 지원이 일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그 지역에 발생할 다른 종류의 지원이 줄게 되고, 해당 지역에서는 문화나 복지 혹은 여성지원 프로그램 같은 곳에 들어갈 돈을 빼서 건설계정으로 전환시키는 일이 벌어진다.

    지방토호들은 “그렇게라도 안하면 이 지역에 돈이 안 들어온다”고 말하겠지만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특정 지역에만 너무 많은 예산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다른 지역에는 다른 종류의 지원을 늘리게 된다. 결국 중앙에서 오는 돈은 비슷해진다.

    뒤집어 말하면 조금 더 지역에 실질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나 문화 예산 혹은 지역경제에 대한 직접보조금 등을 줄여서 경기시설물 지원으로 받는 셈이다. 한 건만 놓고 보면 중앙정부 예산을 따온 것 같이 보이겠지만 10년 정도 긴 눈으로 평균적 시각을 놓고 보면 결국 그게 그거인 셈이다.

우석훈에 따르면 부산 아시안게임이 바로 국내에서 가장 혹독한 기회비용을 치룬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은 대회 이후 "수백억원 이상을 단순히 시설물 유지를 위해서 사용하다 이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사이클 경기장을 경륜장으로 전환"시켰다. 

"그래도 적자 계속되자 최근 부산경륜장에 공격경영 개념 도입해 매출액을 1000억원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한다. 경륜장이라는 특성상 "매출액 대부분은 부산시민 주머니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아시안게임 버전 ‘바다이야기’"라는 비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였던 밴쿠버에서 일어났던 일을 한번 되짚어보자.

2010/02/26 - 밴쿠버, 성화가 꺼지면 빚더미가 남는다에서 재인용.

전 세계 겨울 스포츠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 시. 하지만 다음달 1일 성화가 꺼지고 나면 밴쿠버 시민들은 곧바로 빚더미에 올라서게 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25일(현지시간) 밴쿠버 르포기사를 통해 대규모 국제행사에 따른 부작용 실태를 고발했다.(뉴욕타임스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시라)

보도에 따르면 밴쿠버시는 올림픽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 시민들을 위한 교육, 건강보험, 예술지원 예산까지 삭감했다. 치안유지 비용도 처음엔 1억 6500만달러를 예상했지만 지금은 무려 10억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2008 년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재정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번 대회 주요 스폰서인 노르텔 네트워크, 제너럴 모터스 등이 파산지경에 처했다. 알파인 스키경기가 열리는 휘슬러 블랙콤  리조트는 경기가 끝나는대로 경매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상 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의 올림픽 선수촌과 비슷한 개념인 올림픽 빌리지 문제다. 올림픽에 앞서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그리거 로버트슨 시장에게 ‘시유지를 제공해 주면 이곳에 선수촌을 만든 뒤 올림픽 이후 호화 아파트로 개조해 분양하자’고 제안했다. 사업이 잘될 경우 밴쿠버는 화려하게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

금 융위기 이후 건설비용이 급증하면서 “장밋빛”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당선된 로버트슨 시장은 올림픽 빌리지 완성을 위해 4억 3400만달러나 되는 특별대출을 받아야 했다. 결국 시 당국이 책임져야 하는 개발비용은 10억달러에 이르게 됐고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뉴욕타임스는 로버트슨 시장조차 동계올림픽 이후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지 못할 경우 수억달러나 되는 빚이 남게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스 탠리 파크 외곽 아파트에 사는 리 플레처씨는 “전체 경비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아주 오랫동안 그 돈을 갚아나가야 할 것 같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엄청난 이득을 챙기겠지만 일반인들은 세금만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1. http://www.culturalaction.org/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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