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명박이 8.15 경축사에서 "정치권의 경쟁적인 복지 포퓰리즘이 국가부도 사태를 낳은 국가들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해괴한 괘변까지 일일이 대응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없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짧은 논평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이하게도 '복지포퓰리즘 망국론'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지록위마(指鹿爲馬)란 고사성어였다. 진시황이 죽고 제위를 계승한 2세황제 당시 실권을 틀어쥔 환관 조고(趙高:?∼B.C.E. 208)가 신하들 가운데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벌인 쌩쇼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조고는 황제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말을 바친다고 했다. 이에 황제는 조고가 "사슴을 가지고 말이라고 한다[指鹿爲馬]"며 농담인줄 알았다고 한다. 조고는 황제 말에 긍정하는 사람들을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죄를 씌워 죽여버렸다. 그 뒤로 황제 주변에선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되었다.
'복지포퓰리즘 망국론'은 내 눈에는 조고가 황제에게 사슴을 말이라 하듯이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복지를 망국이라 우기는 것과 비슷하다. (이 대통령이 그렇다고 규정했는데 아니라고 하면 재미없다는 함의는 우리가 이미 경험으로 배웠다)
그 다음엔 무엇이 있을까. 복지포퓰리즘과 균형재정을 같이 묶으면 대충 답이 나온다. 바로 긴축재정이다. 어차피 감세정책은 죽었다 깨나도 포기하지 않을거다. 답은 허리띠 졸라매라고 채찍질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복지지출 삭감 혹은 억제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4대강사업이나 건설경기부양은 예외다.
복지지출삭감과 긴축재정,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경제지표 개선을 내세우기 위한 경기부양. 결국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게 되겠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소비 여력을 악화시켜 경기를 얼어붓게 만들거라는 점이다. 사회안전망도 없고 언제 짤릴지 모르고 미래가 불안하면 누구나 소비를 줄이고 지갑을 닫아걸게 돼 있다. 그럼 경제는 더 암울해진다. 딱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의 모습이다.
오늘자 한겨레에 실린 진중권씨 칼럼에서 날카롭게 지적했다. "영양실조 환자에게 비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돌팔이 의사들이 이 나라엔 너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안 해본게 없는 분이다. 노숙인도 해봤고 노점상도 해봤고 심지어 회사도 말아먹어 본 경험도 있다. 이제는 퇴임 뒤 세계를 돌며 "내가 나라 망쳐봐서 아는데..."라며 강연여행이라도 다닐 계획인걸가.
이런거라도 보면서 웃음을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