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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이슈] 中, CNN·BBC에 도전장… 지구촌은 영어채널 경쟁중

종횡사해/공공외교

by betulo 2011. 6. 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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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2009년 12월 23일자 기사>

국제사회의 영어뉴스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영국의 BBC와 미국의 CNN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국제뉴스 경쟁에 중국의 국제방송이 뛰어들었다. 알 자지라(아랍권), 프랑스24(프랑스), 도이체벨레(독일), 러시아투데이(러시아), 텔레수르(남미) 등이 이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어로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자국의 입장과 가치관을 전파하기 위한 국제뉴스채널 관련 동향과 전망을 짚어 본다.

●중국 CITV 영어방송 비중 확대키로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해 온 ‘중국판 CNN’이 내년 1월1일 전세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다. 관영 신화통신의 뉴스 전문 TV 방송인 ‘중국 국제방송’, 이른바 CITV가 바로 그것. 통신위성 ‘아태(亞太) 6호’를 통해 위성으로 방송하는 CITV는 중국어로 18시간, 영어로 6시간씩 하루 24시간 진행하며 앞으로 영어방송 비중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후에 CNC World란 이름으로 방송 서비스 시작했다)

중국이 국제방송에 나서는 것은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 만큼 높아진 정치·경제적 위상에 걸맞게 국제여론 형성에서도 주도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서방의 시각이 아닌 중국의 시각에서 중국과 세계의 뉴스를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중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이미 2000년부터 영어방송채널인 CCTV9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CCTV9은 신화통신에서 출고한 외국 소식을 영어로 소개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의 입장을 알리는 데 치중하다 보니 기사형식도 단신기사 위주다. CITV는 영어 국제뉴스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중국의 움직임은 미 국가정보국(DNI)이 지난달 5일 ‘중국 신화통신 해외 특파원 증가추세’라는 보고서를 내고 신화통신이 최근 채용한 서방 출신 언론인 5명의 주요 기사 목록을 밝혔을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신화통신의 영문뉴스를 담당할 외국 국적 특파원은 현재 80명에 달한다.

●국제사회 영향력 유지·확대 수단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국제뉴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선진국들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활용해 온 ‘미디어 공공외교’ 수단이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CNN, 영국의 BBC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사인 CNN은 1980년 설립된 24시간 뉴스전문 방송사다. 1927년 설립된 BBC는 가장 성공적인 공영방송 모델로 손꼽힌다. CNN과 BBC가 모두 자국의 정책과 가치관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보면 중국이 자체 영어방송을 하겠다는 것은 자국의 목소리를 직접 전세계에 전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셈이다.

프랑스는 9·11 테러 이후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미국과 외교 갈등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BBC나 CNN처럼 국제사회의 공용어인 영어로 프랑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국제뉴스채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내놓은 대안이 바로 프랑스24였다. 몇 년에 걸친 준비 끝에2005년 설립된 프랑스24는 프랑스의 가치를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독일은 1953년부터 공영 영어방송사인 도이체벨레(DW)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국가이미지를 바꾸는 역할을 해 왔다. 도이체벨레는 국가홍보방송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채널로 1억가구가 훨씬 넘는 해외 시청가구를 확보하고 있다. 이 밖에 러시아 정부는 2005년 영어 방송 ‘러시아 투데이’를 개국했다. 같은 해 베네수엘라와 쿠바가 각각 지분 51%와 19%를 보유한 텔레수르 방송은 ‘남미의 CNN’을 표방하며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 방송을 시작했다.

중동 지역 최초의 독립 뉴스채널인 알 자지라는 아랍권을 대표하는 국제 방송이다. 1996년 카타르 왕족의 자금지원으로 설립됐으며 9·11 이후 오사마 빈 라덴 등 알카에다 지도자들의 비디오를 특종보도하고 이라크전쟁의 실상을 생중계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애물단지 될 수도

국제뉴스 채널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미국이 반(反) 카스트로 선전전을 위해 1983년 제정한 ‘쿠바방송법’에 근거해 설립한 OCB가 대표적이다. OCB는 스페인어로 ‘TV 마르티’와 ‘라디오 마르티’를 운영하는데 1년 예산만 3000만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이 매체를 반혁명 프로파간다로 간주하는 쿠바정부가 방해전파를 발사하기 때문에 쿠바인들은 아무도 방송을 듣거나 볼 수 없다. 시청자와 청취자가 한 명도 없는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해마다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예산을 쏟아붓는 셈이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영어 국제방송을 위해 아리랑국제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취약한 법적 위상, 재정지원 부족, KBS가 후발주자로 나서면서 발생한 역할중복과 비협조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월드이슈] 왜 국제 영어채널 신설할까      

세계 각국이 저마다 24시간 국제 영어채널을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학자들에 따르면 다양해진 국가이익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확보해 자국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데 미디어가 대단히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고 진실하고 균형잡힌’ 정보제공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쌓아 장기적으로 국익에 이바지하겠다는 전략적인 판단이라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국제뉴스를 강화하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특히 가장 피해야 할 것으로 꼽히는 것은 정부 주장만 앵무새처럼 전파하도록 하는 경우라고 한다. 국내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일부 국가들이 국제방송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대중의 공감과 이해를 얻을 수 없는 일방적인 선전매체가 하나 더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국제뉴스는 ‘고급 담론’을 제시함으로써 국적을 뛰어넘는 공공자산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BBC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뿐 아니라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상황을 알리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독일의 도이체벨레(DW)와 아랍권의 알 자지라는 자체 생산한 영상 자료를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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