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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5 17:05

[공공외교] 4대 걸림돌부터 제거하자


21세기 한국 국가전략으로서 ‘공공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공공외교는 외국 ‘정부’가 아닌 ‘국민’과 직접 소통해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바로 그 때문에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대 강국에 둘러싸여 군사력 경쟁의 한계가 분명한 한국의 생존전략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많은 국내외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한국이 21세기 국가전략으로서 공공외교를 적극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4대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략부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에 즈음해 초당파 원로그룹이 ‘스마트파워’를 주창하고 세부 전략의 하나로 공공외교를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공공외교 논의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외교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조차 정립돼 있지 않고,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전략도 부재한 실정이다.




 공공외교의 핵심 정부부처라 할 수 있는 외교통상부는 문화외교국을 두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공공외교국으로 확대개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외교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당장 문화외교라는 용어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업무가 중복될 소지가 있다.”면서 “북미국 등 지역·국가 중심 조직인 외교부 안에서도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 문화외교국 산하의 문화외교자문위원회는 예술이나 공연 쪽 전문가들 위주로 구성된 1회성 이벤트에 맞춰진 위원 구성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공공외교를 본격적으로 다룬 정부 연구용역도 단 한 건에 불과하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공외교는 무형적 가치 추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서 “때문에 국제정치뿐 아니라 문화와 제도 등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과 교수는 “공공외교를 위한 예산이 절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각 부처와 기관에 분산돼 있는 기존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급증


 전략부재는 단기적 실적에 집착하는 조급증을 부른다. 최근 정부가 K팝 등 ‘한류’ 확산에 막대한 지원을 쏟아붓는 것이 단적인 예다.


 지금도 ‘다이내믹 코리아’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맞아 국제사회에 한국을 상징적으로 알릴 수 있는 슬로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 2001년 12월 확정돼 참여정부까지 광범위하게 쓰였던 ‘다이내믹 코리아’는 한국의 역동적 발전상을 잘 표현했다는 호평을 국내외에서 받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다이내믹 코리아’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회사 이름이나 로고조차도 함부로 바꾸지 않는 것이 홍보의 기본인데, 이 원칙이 이전 정부 흔적 지우기에 휩쓸려 버렸다. 여기에는 국가 슬로건조차 몇 년 쓰다 바꾸면 된다는 안일함과 조급함이 깔려 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현 정부가 이전 정부의 노력을 모두 무시해 버리는 것이 조급증을 심화시켰다고 꼬집는다. 그는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생기고 나서 자문위원으로 가보니 참여정부에서 활동했던 민간 전문가는 나밖에 없었다.”면서 “정권이 바뀌니까 어제까지 전문가였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외교는 5년짜리가 아니라 최소 수십 년짜리가 돼야 하는데 정부는 거목은 심지 않고 작은 나무만 여러 개 심는다. 이래 가지고는 나중에 거대한 숲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환 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장은 “‘지도 그리기’ 작업이 당면 과제”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도’는 결국 인과관계다. 비전과 목표, 추진전략과 행동계획을 하나의 그림처럼 연결시켜야 한다.”면서 “그건 하루아침에 안 된다. 상당한 조사연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연세대 김기정 교수는 “정권에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구난방

 현재 한국에서 공공외교 관련 기관은 외교부 문화외교국,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교류재단,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문화홍보원, 국가브랜드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있다. 국제문화교류나 재외동포 관련 업무 등은 서너 개씩 업무가 중복된다. 공공외교라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조정기구가 없다 보니 ‘중구난방’이 한국 공공외교의 특징이 돼 버렸다.


 국정홍보 업무를 하다 은퇴한 전직 공무원의 증언은 ‘큰 그림’ 없는 공공외교가 가져오는 난맥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공공외교 관련 예산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예산 항목에서 전용하거나 온갖 편법을 쓰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많이 받는 구조다. 시킨 일만 하면 그런 고생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소신을 갖고 노력하는 공무원들은 예산 따는 것도 고생이고 집행하는 것도 고생이요, 지적 받는 것도 고생이다. 그런 걸 겪으면서 공공외교가 발전하려면 정책결정과 행정집행 전반에 걸쳐 교통정리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경제효율성 우선주의


 한국 공공외교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현실적인 덫은 지나친 경제적 접근이다. 지나치게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현재의 접근법은 장기적인 공공외교 정책 수립을 막고 단기적인 실적 내기에 급급하게 만든다. 이는 결국 시류에 영합하는 조급증과 중구난방을 낳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8·15 경축사에서 밝힌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우리 경제력의 30%에 그치고 있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기업 브랜드가 상승하면 이익이 확대된다는 인식 틀을 국가 차원의 소프트파워에 그대로 단순히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외교부와 문화부가 2009년도 업무계획을 경제 살리기 외교 강화와 국가브랜드 확립으로 각각 설정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브랜드를 높여 수출 늘리고 국민소득 높이자는 발상은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출범 직후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내놓은 우선추진 10대 과제 중 첫번째는 “한국과 함께하는 경제발전”이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애초 목적 자체가 단기적 경제 이익에 있다는 점은 국가브랜드위원회의 태생적 한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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