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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얘기/파병반대운동

참여정부, 파병반대 묵살 화 자초 (2004.6.25)

by 자작나무숲 2007. 3. 13.
참여정부, 파병반대 묵살 화 자초
[파병반대] 시민사회, “정권 진퇴 문제” 경고
2004/6/25
강국진 globalngo@ngotimes.net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다. 한국의 무고한 젊은이가 명분없는 전쟁놀음의 희생양이 돼버렸다. 지난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할 때부터 시민사회는 지금같은 사태를 경고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시민사회의 외침을 번번이 무시했다. 미국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부의 파병 밀어붙이기가 민간인 피살이란 결과를 낳은 것이다.

 

미국과 정부가 사전에 피랍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와 함께 AP통신 보도를 통해 정부의 사전인지의혹만 부각되고 미국측 의혹이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지적도 높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통속인 AP통신 보도는 미국 책임을 한국정부에 떠넘기기 위한 또 다른 함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과 한국정부가 김선일씨 피랍사실 사전인지 여부와 별개로 김선일씨 피랍부터 피살까지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한마디로 최악이었다는 게 시민사회의 일반적인 평가다. 정부는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이라크 저항단체의 비디오 테이프가 방송되자마자 “파병원칙 변함없다”고 못박았다. ‘단정적인 어조로 부정적인 대답을 하면 안된다’는 인질협상 원칙을 무시해버린 것이다. 김선일씨 추모 촛불집회에서는 “정부가 김선일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정부는 일관되게 21일 피랍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강변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외교부는 김선일씨가 피랍된지 3주가 다 되도록 사실확인조차 못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국가안보회의는 “교민안전대책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피랍 인지시점에 대한 책임을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에게 전가하고 있다. 외교부는 김선일씨를 납치한 저항단체와 직접적인 교섭도 하지 못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P보도와 현지 증언 등을 통해 정부가 피랍사실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외교부는 즉각 사전인지 의혹을 부인했지만 정부의 위기관리능력과 협상력 부재는 앞으로도 논란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파병반대국민행동 운영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을 은폐했다면 파병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정권의 진퇴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대해서도 “부시 미 행정부가 피랍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면서 “미국이 납치사실을 미리 알고도 은폐했다면 부시 미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 앞에 머리 숙이고 석고대죄해야 하며 한미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의 파병반대운동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지난 24일 정부에 보낸 공개질의서에서 △정부와 미국의 인지 시점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 진술의 신빙성 △정부와 무장세력의 교섭과정과 내용 등을 집중거론하며 청문회 실시를 강력히 촉구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오는 30일 대규모 파병반대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파병철회를 위해 29일부터 “금속산업연맹․서비스연맹․공공연맹 등의 조합원 10만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벌일 것”을 결의했다. 민주노총 산하 항공연대 소속 조종사들은 “파병군과 파병물자 수송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국회에서도 파병반대 주장이 점차 힘을 얻을 조짐이다. 여야 의원 50명은 지난 23일 추가파병중단․파병재검토 결의안을 제출했다. 지난 21일부터 계속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당 차원에서 파병반대운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재정 미국 코넬대 교수는 ‘파병하면 안되는 10가지 이유’라는 글을 파병반대국민행동을 통해 발표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파병은 명분도 없고 법적 근거도 없다”며 “미국과 이라크에 도움도 안되고 국익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9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주장 대부분이 현실과 부합하고 있다.

 

한편 바그다드에서 평화교육센터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평화운동가 한상진씨는 김선일씨 피살사건에 대해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파병을 막기 위해 이라크 저항세력들이 이보다 더 심각한 사건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4년 6월 25일 오전 7시 1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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